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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필요없다' 해고…"부당"

외국계 A기업이 지난 2017년 한국에 지사를 만들었습니다. 기업들이 쓰는 사무용 프로그램 유지 보수가 주 업무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일이 원격으로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이 차례차례 회사를 나가게 됐고, 마지막 남은 2명이 올해 초 해고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됐습니다.

정봉수 담당 노무사는 "권고사직서 제안을 받은 것에 사인을 안 했더니 한 달 뒤에, 그 한 달치 추가임금은 안 주고 퇴직금과 해고 예고 수당만 주고 바로 해고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A기업은 더 이상 오프라인 업무가 없고, 한국지사도 폐업할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해고라고 주장했습니다.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직원을 해고하는 건 우리 판례에서도 경영의 자유로 인정합니다. 하지만 해고된 이들은 이후 이 회사가 회계와 영업을 외부에 맡기고, 새로운 계약도 체결한 만큼 실제 폐업이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어느 쪽 얘기가 맞는 걸까요?

현행 근로기준법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제외하고는 해고를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판례도 마찬가집니다.

지난 2015년에는 한 부품 회사가 공장을 폐쇄했다면서 직원 수십 명을 해고했는데, 다른 사업 부문에서 이익이 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해고할만큼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지난해 대법원도 사업부 하나를 폐지한다면서, 수십 명의 직원들을 해고한 모 업체의 결정은 잘못됐다고 판시했습니다. 사업 형태를 온라인으로 바꾸거나 일부 사업 부문을 없애는 것 정도로는 직원을 해고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일관적인 기조입니다.

코로나19, 기술 발전 등으로 비대면 업무가 늘고 설사 사람이 덜 필요해지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집니다.

손익찬 변호사는 "그런 식으로는 해고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보호를 하고 있는 거죠. 이런 사업 형태를 유지해서 정말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사용자가 입증할 수 없으면 해고는 부당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사업부를 폐지하면서 직원을 해고하려면 해당 사업부가 회계나 인사 등에서 다른 조직과 완전히 분리돼 있다는 점 등을 입증해야 합니다. 사업부 폐지가 사실상 회사 한 곳 문닫는 것과 마찬가지 수준이 돼야 폐업으로 인한 해고로 인정되는 겁니다.

A기업과 해고된 이들은 최근 노동위원회에서 만났습니다. 양측은 추가 보상과 함께 해고가 아닌 퇴사의 형태로 나가는 걸로 합의했습니다.

정봉수 담당 노무사는 "누가 보더라도 사업을 계속하는 거다 이렇게 판단을 했습니다. 퇴직소득 명목으로 8.5개월(어치 급여)로 해서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세상이 바뀌면서 사라지거나 축소되는 일자리들과 함께 이런 분쟁은 계속 늘고 있고, 현실적으로는 위로금 같은 적절한 보상으로 합의하거나 희망퇴직 제도를 활용하는 쪽으로 근로 관계가 정리되고 있다고 합니다.

(취재 : 한승구 / 영상취재 : 신동환 / 작가 : 김유미 / 편집 : 홍경실 / CG : 서현중 성재은 안지현 권혜민 / 제작 : D탐사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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