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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코로나의 끝은 '사무실 출근'?…왜 출근에 집착할까

[월드리포트] 코로나의 끝은 '사무실 출근'?…왜 출근에 집착할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어제(현지시간 18일) CBS 방송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60 Minutes'에 출연해 "펜데믹(전염병 대유행)은 끝났다(The pandemic is over)"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관련 문제가 있고 이와 관련해 많은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팬데믹은 끝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으로 백악관이 발칵 뒤집히기는 했지만 확실히 대유행이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해야 할까요? 즐거워야 할 펜데믹 종식이지만 직장인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도 있습니다. 바로 '사무실로의 복귀'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상당수 회사들이 재택 근무를 도입했습니다. 직장인들의 일상에는 대변혁이었습니다. 시행 초기 일부에서는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데서 오는 불편함과 업무 시스템 미비에 따른 시행착오와 비능률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3년째를 맞는 지금은 어떨까요? 화상 회의가 낯설지 않게 되고 출퇴근 시간을 아끼게 되면서 적어도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확실히 재택 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습니다. 미국처럼 구인난에 시달리는 나라에서는 코로나19가 잦아든 이후에도 인재 확보를 위해 재택 근무를 계속 유지하거나 정 사무실 출근이 필요할 경우 급여를 올려주는 조건을 내걸기도 합니다.
 

다시 북적이기 시작한 '사무실'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입에서 '펜데믹 종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상 회복이 빨라지면서 미국에서는 기업들의 사무실 출근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무실 복귀도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건물보안관리 회사인 '캐슬시스템'이 지난 8일부터 일주일 동안 10대 대도시권을 모니터링한 결과, 이들 도시의 평균 사무실 점유율이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초 수준의 47.5%로 조사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지난주 미국의 대도시 사무실 점유율이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면서 특히 화요일과 수요일의 사무실 점유율은 팬데믹 이전의 55%까지 회복됐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직장인들의 사무실 복귀는 이달 초 노동절 연휴 이후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사무실에 들어가는 직장인들의 휴대전화 움직임을 추적하는 '센트럴휴스턴'은 휴스턴 도심의 직장인들의 경우 출근 비율이 최근 5개월간 50%대에 머무르다 노동절 이후 63%로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절 직후 사무실 점유율이 늘긴 했지만 펜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정상 출근하는 직장인 수는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입니다. 때문에 상당수 기업들이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 내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인 데다, 노동자들이 출퇴근의 불편함이나 직장 내에서 겪는 업무 외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좀처럼 사무실로 돌아가기를 꺼리면서 이를 마음대로 밀어붙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출근=생산성?…BBC "편견"

재택 근무, 집, 비대면 근무

그렇다면 기업들은 이런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왜 노동자들을 다시 사무실로 불러내려고 하는 걸까요? 사실 기업 입장에서도 사무실은 곧 비용을 의미합니다. 임대료에 관리비, 각종 비품 비용까지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갑니다. 그런데도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업무 효율성, 즉 생산성이 더 높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또 같은 공간에서 직원들이 함께 일하면서 생기는, 각자 일할 경우 기대하기 어려운 시너지 효과도 이유로 꼽힙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직장 내에서도 대면 접촉보다는 SNS를 통한 간접 소통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또 디지털 기기의 발달과 지난 코로나19 기간 동안의 원격 근무 경험 등이 쌓이면서 업무 효율성과 근무 장소가 갖는 연관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재택 혹은 원격 근무와 사무실 출근 가운데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팀워크를 필요로 하는 업무의 경우, 대면 회의나 접촉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업무가 다 팀 단위 협업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상사나 동료, 혹은 부하 직원들과 업무 외로 얽히면서 겪게 되는 정서적 소모, 또 이에 따른 효율성 저하 등으로 인해 생산성이 더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각자가 내놓는 실적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따질 수도 있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사무실 출근을 고집하는 이유로 뿌리 깊은 '편견'을 꼽기도 했습니다. 오래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얘기인데, BBC는 "일에 대해 팬데믹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오랜 시간 사무실을 지킨다고 해서 생산성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우리 삶에는 코로나 때와는 다른 또 다른 변화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사무실로의 복귀'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들만큼 이익에 민감한 곳은 없습니다. '출근=생산성'이란 믿음이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재택 혹은 원격 근무 형태는 점점 더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우리 노동 환경이 또 어떻게 바뀔지, 변화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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