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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병원 헤매다 다리 절단…'의사 없는' 권역외상센터

<앵커>

크게 다친 환자들을 재빨리 치료할 수 있도록 전국 곳곳에는 24시간 운영되는 권역외상센터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에는 응급의료 인력이 갈수록 줄다 보니까 권역외상센터에 가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기에 처한 지방의 필수 의료 실태를 JTV 변한영 기자, JTV 이정민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JTV 변한영 기자>

지난 6월, 30대 청년이 충남 보령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했습니다.

두 다리와 허리가 부러졌고, 내부 장기도 다쳤습니다.

구급대가 도착했고, 보령을 관할하는 원광대병원 전북권역외상센터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이송 도중, 원광대 권역외상센터는 치료를 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고 구급대는 차를 돌렸습니다.

[소방서 관계자 : '진료하기 어렵습니다, 불가합니다' 이렇게 통보받은 게 금강 지나서 바로 (통보받았어요.)]

할 수 없이 전주의 한 병원에 도착했지만 그곳 역시 치료가 어려웠습니다.

예수병원과 전북대병원에 전화로 문의했지만 치료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고, 구급대는 치료가 가능한 천안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향했습니다.

천안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 13분, 사고 발생 3시간 16분 만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에 도착한 것입니다.

1분 1초를 다투는 환자가 보령에서 전주로, 다시 천안까지 이동하며 3시간 넘게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 남성은 단국대병원 외상센터에 도착했지만 심정지까지 오는 등 상황은 긴박했습니다.

수술 끝에 목숨은 건졌지만 왼쪽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환자 가족 : '혈관들이 조금 시간이 지체돼서 막혔다', '굳어서 피가 안 돌아서 할 수 없이 절단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큰 사고가 났을 때는 가장 먼저 찾는 게 외상센터 아닙니까.]

(영상취재 : 소재균 JTV, CG : 홍보선 J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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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V 이정민 기자>

사고 당시 30대 남성은 왼쪽 다리를 심하게 다쳐 혈관 접합 수술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원광대 전북권역외상센터와 원광대병원에는 혈관외과 전문의가 없었습니다.

지난 2020년, 원광대병원 소속의 전문의가 퇴사한 뒤로 의료 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광대병원 전북권역외상센터 관계자 : (전문의가) 많지 않아요, 우리나라에 접합 관련이… 저희가 접합 관련을 꼭 외상센터에서 뽑으라는 건 없어요. 외과하고 정형외과 필수만 모집되면 돼요.]

보건복지부의 권역외상센터 지정 기준을 보면 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에 각각 1명 이상 전담 전문의와 종합병원 업무를 병행하는 전문의까지 포함해 7명만 있으면 의사 인력 기준은 충족됩니다.

이 같은 기준을 갖췄어도 이번 상황처럼 혈관외과 전문의가 없으면 긴급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원광대병원 전북권역외상센터 관계자 : 인력이 안 뽑히니까. 요즘 여기 지방에 의사 구하기가 쉽지가 않잖아요.]

24시간 365일 골든타임에 중증 외상환자 진료가 가능하도록 운영돼야 하는 권역외상센터.

하지만 정작 위급한 상황에서 의사가 없어 환자가 3시간 넘게 병원을 찾아 헤매다 다리를 절단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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