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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승강기 따라 탄 공포의 남성…가해자 정보 요청했더니

<앵커>

반복되는 스토킹 범죄를 막기 위해서 우리가 보완하고 고쳐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저희가 하나 취재한 것이 있습니다. 두 달 전 모르는 여성을 몰래 쫓아가서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따라 들어갔던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그 남성이 받은 처벌은 벌금 100만 원뿐이었고, 피해자를 위한 안전 조치는 허술하기만 했습니다.

하정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7월, 비 오는 날 저녁 퇴근한 A 씨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수상한 남성을 발견했습니다.

[A 씨/피해자 : 1층에서 공동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었어요. 근데 저쪽에 누군가 지켜보는 듯한 시선이….]

문이 열리자마자 아파트 안까지 따라 들어왔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우편함 앞에서 시간을 끌었는데도 움직이지 않았던 이 남성, 엘리베이터까지 올라타면서 공포가 시작됐습니다.

[A 씨/피해자 : 문이 닫히니까 빨리 몸을 딱 끼워 넣어서 들어온, 지금 층을 안 누르고. 머리가 하얘지더라고요.]

자신의 신분도 밝히지 않으면서 다짜고짜 연락처를 달라고 했습니다.

[A 씨/피해자 : '뭐 하는 거예요?' 하고 눈을 딱 쳐다봤어요. '호감이 있어서 그런데 번호 주시겠어요?' 이 말을 눈을 바라보면서 하는데 진짜 주저앉을 뻔했어요.]

다시 1층으로 내려와 경찰을 부르겠다고 소리치자 그제야 도주했습니다.

A 씨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일회성 범행으로 스토킹처벌법 대상이 아니라며 주거침입 혐의로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구속영장은 신청조차 되지 않았고 지난 13일 검찰은 벌금 100만 원 약식명령 청구로 수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안전 조치도 허술했습니다.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고, 보복범죄도 걱정돼 스마트워치를 신청해 받았지만, 정작 가해자가 누군지,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한 얼굴조차 알 수가 없었습니다.

경찰에 가해자 정보를 요청하니, 개인정보보호법상 불가능하다며 정보 공개 청구를 하라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A 씨/피해자 : 그때 제 심정이 어땠냐 하면요. '제 안전이 가해자의 개인정보보다 지금 못 하다는 소리인가?'로밖에 이해할 수 없어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알지 못해서 그 사람을 조심할 수도 없어요.]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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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 취재한 하정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경찰이 위험할 때 쓰라고 스마트워치는 주면서 정작 피해자를 쫓아왔던 그 사람이 누군지는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거잖아요.그럼 대체 피해자에게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 되네요, 이 부분이?

[하정연 기자 : 말씀하신 대로 스마트워치가 있어도 가해자가 누구인지 모르면 또 아무런 쓸모가 없겠죠. 또 범행 당시에 피해자가 얼굴을 잠시 보기는 했지만 공포에 질린 상태였고 또 가해자는 당시에 마스크까지 착용한 상태였기 때문인데요.]

[A 씨/피해자 : '피의자에 대해서 알 수 없다'라는 게 안갯속에 누군가 저를 계속 보고 있는 거예요. 근데 저는 그 사람이 오늘은 그 자리에서 날 보고 있는지 안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무력한 상황인 거예요.]

[하정연 기자 : 전문가들은 범행이 인정되고 또 보복의 우려가 있다면 이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제한적으로라도 이 가해자의 기본 정보를 줄 수 있도록 정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을 합니다.]

[이은의/변호사 : 이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 정말 위험한 경우 추가 범죄를 당할 수도 있는 겁니다.]

Q. 피해자 입장에서는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왔다는 것은 정말 떠올리기 싫을 만큼 두려운 일일 텐데 처벌 수위가 약한 것 아니냐 생각도 드는데, 그럼 가해자의 인권을 더 챙기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드네요?

[하정연 기자 : 네, 현행법상 피해자가 수사기관을 통해서 피의자의 이름이나 연령대 또는 거주 지역 같은 기본적인 정보를 직접 얻을 수는 없습니다. 바로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인데요. 정보 공개 청구 소송 같은 방법들도 있기는 한데 과정이 굉장히 지난하고 문제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는 것입니다. 법원에서 공개 결정을 내리는 것도 사례가 많지는 않습니다. 또 이런 사건들을 단순히 주거침입 혐의만 적용하는 것이 맞냐, 이런 지적도 나오는데요. 보복이나 지속적인 스토킹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범죄에 대해서는 스토킹처벌법 적용이 가능하도록 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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