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윤 대통령의 습관성 '-구나' 사용에 대하여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종결 어미 사용 습관에 대해 친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렇게 이름 붙이기로 했다. 일명 '윤구나'체. 9월 14일 하루만 해도 윤 대통령의 '윤구나'체 사용은 다음과 같다. 미리 밝히지만, 정말 일부다.

기능올림픽 국가태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아까 이것 문 2개로 된 것을 만든 거야? 안에 자석이 있구나? (열고 닫음) 아, 여기 고정해서 하는 거구나.
윤석열 대통령 : 이것저것? (이동하며) 이걸 시험 문제로 골랐구나?
윤석열 대통령 : 연습은 어떻게 해? (웹사이트 서버 구축 시연 보면서) 홈페이지 만드는 것, 조건이 다 있겠구나.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과의 대화 中 일부-

'-구나'로 끝나는 어미, 현장 행보 때마다 눈에 띄는 윤 대통령의 말이다. 오늘뿐 아니라, 어느 현장이든 반복된다. 강원 동해시로 산불 피해 현황 점검을 나섰을 때 이재민에게 "산이 아닌데 불이 난 거구나" 또는 "생활이 안 되니까 삼시세끼를 누가 해주는 것을 드셔야겠구나"라고 하거나, 수해 피해 현장을 살펴보며 "여기는 자체가 저지대다 보니까 (중략) 바로 직격탄을 맞는구나"라고 되뇌는 식이다.

종결어미 '-구나' 사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기 위해 국립국어원에 전화를 해봤다.
 
기자 : 여쭤볼 게 있는데요. '-구나'로 끝나는 종결어미에 대해서요, 감탄으로 보통 쓰잖아요? 그런데 이게 상대와 대화하면서 사용할 때는 상대방을 낮추는 의미가 있나요?
국립국어원 : 이 어미 자체가 '해라체'에 쓰이는 어미예요. '해라체'는 (상대편을) 아주 낮추는 종결형이기 때문에 그냥 반말을 하는 경우에 쓰는 거죠. 윗사람에게 '~하는구나'라고 쓰지는 않죠.

간단히 정리하면 '-구나'가 상대를 높이는 경우에 쓰는 어미는 결코 아니란 설명이다. 상대방을 높이는 어미는 격식체로 '하오체', '하십시오체'가 있고, 이 둘을 쓸 자리에 두루 쓰는 비격식체인 '해요체'가 있는데 '-구나'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 윤 대통령은 현장에서 만나는 관료, 또는 국민을 하대하는 것일까? 윤 대통령이 '해라체'로 말을 했는데, '하오체'나 '해요체'로 바꿔서 방송 자막을 넣어줄 수도 없고, 기자로서도 참 고민되는 지점이다.

비단 '-구나' 어미 사용만의 문제는 아니다. 청년 경찰관들과의 만남에서 "응, 그래, 반가워"라고 인사하거나 마트 관계자들과 대화하면서 "이거는 뭐야. (아오리사과입니다.) 당도가 좀 떨어지는 건가?" 식의 반말도 이미 지적됐다.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310기 졸업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보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이런 대통령의 언어는 습관에 가까워 보인다. 요모조모 살펴봐도 격식 없고, 편하게 대화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일 뿐 상대를 깎아내리려는 '고의'는 읽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이런 말투는 국민을 낮게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고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참모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서는 꼭 이런 답이 돌아온다. 윤 대통령은 진솔한 사람이라고. 가까이서 대화하면 오해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라고.

소탈하고 꾸밈 없는 말투는 오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가식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과의 심리적 거리를 빠르게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단, 이건 사적인 대화일 때 이야기다. 지금은 국정 운영 지지율이 높든 낮든 대통령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현장 행보에서 내뱉는 말 하나하나는 영상으로 기록되고 글로 남는다. 국민에게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의미다.

세상에는 대통령과 가까이서 오래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보다 할 수 없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정치 초년병이든 '9단'이든 대통령은 대중 정치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고 그만큼 태도 하나, 말 한마디가 갖는 의미가 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 구절은 대통령에게 처음부터 적용 가능하지 않단 이야기다. 출근길 문답 태도가 최근 눈에 띄게 달라졌듯, 윤 대통령의 말투에 국민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는 느낌이 담겼으면 좋겠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