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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9/13) : 비영어권 첫 수상, 그것도 6관왕…허물어진 '1인치 장벽'

스브스레터 이브닝
레터용 썸네일 0913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얘기했던 '1인치(자막의) 장벽' 기억하시나요? 영화와 드라마에서 언어의 장벽을 얘기한 건데요, '기생충'이 뛰어넘고 '오징어 게임'이 허물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비영어권 작품에게는 수상을 허락하지 않았던 에미상이 '오징에 게임'에 6관왕이라는 영예를 내줬네요. K 콘텐츠가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거죠.

봉준호가 낮춘 '1인치 장벽'


"자막의 장벽, 장벽도 아니죠.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통역: "Once you overcome the one inch tall barrier of subtitles, you will be introduced to so many more amazing films")

2020년 영화 '기생충'으로 골든글로브 시상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이 남긴 수상 소감이죠. 영화라는 공통된 언어로 바라보면 1인치의 자막이라는 언어 장벽은 무의미하다는 의미를 이렇게 전달한 것이죠. 수상 소감이 큰 반향을 일으켜 어록이 됐는데요, 당시 수상 소감 중 가장 훌륭한 소감이라는 반응도 많았죠.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기생충' 봉준호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자막 읽기를 싫어한다고 하죠. 영어로 된 영화와 TV 드라마에 익숙해 굳이 자막까지 달린 외국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죠. 비 영어권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인데도 대사가 영어로 이뤄지는 걸 종종 보게 되는데요, 그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자막을 통해 의미를 전달돼야 하는 외국어 영화는 국제 시상식에서도 변방이었죠. 상을 받기가 어려웠으니까요. 이런 관행을 깬 대표적인 작품이 '기생충'이었는데요, 봉준호 감독은 '1인치 장벽' 허물기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죠.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처음 '1인치 장벽'을 언급하고 한 달 뒤에는 '기생충'이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국제영화상과 각본상, 감독상을 넘어 작품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는데요, 이때 봉준호 감독은 '1인치 장벽'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죠. "1인치 장벽에 관한 이야기를 했지만, 때늦은 소감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미 장벽은 무너지고 있는 상태였고, 유튜브 스트리밍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이미 모두가 연결돼 있어요. 특히나 오늘 이런 좋은 일이 있어서 더더욱 그 장벽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시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비영어 작품 최초로 작품상을 포함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며 '1인치 장벽'을 깨는 기염을 토했는데요, 이듬해인 2021년에는 배우 윤여정이 미국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으며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죠. 1인치 장벽을 더 허물더니 '오징어 게임'이 세계 무대에 K-콘텐츠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며 1인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입증한 거죠.

비영어권 작품 첫 수상…그것도 6관왕


2년 전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누린 영광을 '오징어 게임'이 이어받았는데요,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에미상에서 기염을 토한 거죠. 감독상(황동혁)과 연기상(이정재) 등 6관왕에 올랐는데요, 에미상이 처음 열린 1949년 이후 비영어권 수상작이 나온 건 처음이라고 해요.

미국 TV 프로그램 중심으로 수상작이 결정되는 게 에미상의 관행이었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의 수상에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거죠.

이정재-황동혁 에미상 수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쉽게도 에미상 최고 영예로 여겨지는 작품상은 '석세션'에 돌아갔지만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쳤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죠.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을 거머쥐며 92년 아카데미상 역사를 새로 썼듯 '오징어 게임'도 미국 방송계 시상식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거죠.

레터용 오징어게임 수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는데요, 황동혁 감독과 배우들이 가는 곳마다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고 해요. 드라마 속 '영희'가 무대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고요.

"시즌2로 돌아오겠다"는 황동혁 감독


시상식에서 황동혁 감독은 "에미상에서 비영어권 작품의 수상이 더 이어지기를 바란다" "시즌2로 에미상에 돌아오겠다"는 말로 에미상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네요.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저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비영어 시리즈의 수상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희망합니다. 이 상이 제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길 바랍니다. 시즌2로 돌아오겠습니다.

시상식 직후 기자회견이 있었는데요, 황동혁 감독은 '에미상 벽을 넘었다'는 말로 수상 의미를 전하면서 시상식장에서 한 말의 의미도 부연 설명했죠.
영어가 아닌 (비영어) 드라마 시리즈로 에미상 벽을 처음으로 넘었습니다. 에미상이 문을 열어줘서 기회가 생겼는데 (에미상 주최 측이) 이런 기회의 문을 다시 닫지 말고 계속 열어 두었으면 합니다. 문 열어준 건 그들의 결정이었잖아요. 그들의 의지가 글로벌화한 거라는 걸 보여준 것이고 그런 의지를 잘 유지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는 "연기자는 언어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번 수상을 통해 증명된 것 같다"고 했는데요, 비영어권 작품, 한국 작품의 경쟁력을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이네요.

이정재 에미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기 와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비영어권 콘텐츠로 어떻게 그렇게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느냐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비영어권 연기로 주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 많이 받습니다. 연기자는 꼭 언어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표현하는 방법 있는데 언어가 다르다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오징어 게임' 수상 통해 증명하게 된 것 같습니다. 소통에 있어서 메시지와 주제가 굉장히 중요하고 그 주제가 많은 사람과 공감하는 것이 중요한데, 오징어 게임이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많이 부합한 것 같아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국적인 것에 세계가 주목


넷플릭스 공식 집계를 보면 '오징어 게임'은 공개 후 28일 동안 누적 시청 시간 16억 5천만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는데요, 연 단위로 환산하면 무려 18만 8천년에 달한다고 해요. 시청 시간이 역대 다른 히트작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이죠.

드라마와 함께 한국 전통문화도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했는데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는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미국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력과 성과를 기념해 작품이 공개된 9월 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죠. 미국에서 특정 드라마 등을 주제로 기념일을 제정한 건 처음이라고 해요.

오징어 게임은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진 456명의 참가자들이 456억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생존을 건 게임을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죠. 드라마가 표현한 경제적 불평등, 자본주의의 모순이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분석이 많죠. 근데 세계적인 문제를 한국 콘텐츠가 잘 표현해낸 이유가 뭘까요?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분석한 적이 있는데요, 한국이 전쟁과 독재, 민주화, 경제 성장 등을 거치면서 콘텐츠 제작자들이 예리한 감각을 키워왔다고 하네요.

한국 놀이문화에 접목해 세계 문제를 다뤄 지구촌의 공감을 이끌어냈으니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드라마이기도 하죠.

'오징어 게임' 성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죠. 바로 글로벌 OTT, 넷플릭스의 힘이죠.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9월 17일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됐고, 자막도 사전 제작돼 함께 제공됐죠. 드라마에 대한 외국인들의 진입장벽을 확 낮출 수 있었던 거죠.

더 많은 한국 드라마가 세계에서 사랑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기도 하죠. K 콘텐츠의 경쟁력은 이미 입증됐고 넷플릭스 등 콘텐츠 유통 환경이 획기적으로 바뀌었으니까요.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나올 거라는 기대를 해도 되는 거죠.

레터용 한 컷 0913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 참가자들이 민간인통제선 철책을 따라 이동하는 모습이에요. 평화의 길은 2019년 4월에 시범 개방됐지만 코로나 등으로 운영이 중단됐는데요, 오늘(13일)부터 다시 개방했다고 해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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