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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안전망의 또 다른 구멍…'탈가정 청년들'의 삶

<앵커>

가정 폭력이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사는 젊은이들을 '탈가정 청년'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청년들이 현재 2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공식 통계가 없어서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명절을 맞아서 저희가 이 내용 집중 취재했습니다.

김민준 기자 리포트 먼저 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연극배우를 꿈꾸는 희연 씨는 4년 전인 고등학교 2학년 때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아버지와 부모님의 이혼.

어머니마저 심한 우울증을 앓으면서 남동생까지 돌보는 처지가 된 겁니다.

[김희연 (가명)/탈가정 청년 : (택배) 상하차를 제가 5개월 정도 했었거든요. 김치찌개 알바 이런 데가 있어서 거기서 서빙 보는 것도 해가지고. 그때는 진짜 거의 잠을 하루에 2시간 잤었던 것 같아요.]

스물세 살 때 가족을 피해 도망치듯 집을 나왔던 예진 씨.

[강예진 (가명)/탈가정 청년 : 남동생이 일단 저를 성추행했고요. 자기 수틀리면 부모님 없으면 가서 흉기를 들고 와서 막 저를 협박했거든요. (부모님은) 일단은 누나니까 네가 참으라고….]

지금은 혼자 살면서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가 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정폭력 등으로 가정 밖으로 나와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는 청년들을 '탈가정 청년'이라 부릅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추위와 배고픔.

[곽소현 (가명)/탈가정 청년 : 잠깐 컨테이너 같은 데에서도 지내본 적이 있어요. 바닥 난방이 안 되다 보니까 근처 찜질방 가서 몸 녹이고. 스스로한테 배고프지 않다고 계속 최면을 또 자주 걸었던 것도 (있어요.)]

명절 연휴는 힘겨운 현실을 더 느끼게 할 뿐입니다.

[강예진 (가명)/탈가정 청년 : (친구들은) 명절에 내려가서 가족들이랑 제사 음식 잔뜩 먹고 제사 음식 싸 오고 그러거든요. 하늘이 (저는) 그렇게 살도록 허락하지 않은 거라고.]

가족이라는 최소한의 안전망도 없는 청년들, 보호 단체들이 2만 명 정도로 추산할 뿐, 몇 명인지 어디서 사는지, 정부의 공식 자료도 없습니다.

[노혜련/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 탈가정 청년이라는 용어 자체가 법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정의가 안 돼 있는 상태죠. 그러니까 이 청년들이 얼마나 있는지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지 이런 거 파악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영상취재 : 황인석·박진호·김태훈, VJ : 김종갑)

▶ 탈가정 청년 복지 사각지대…"피해 직접 입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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