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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검찰은 왜? 이재명 대표 조사 예정일에 경기도를 압수수색했나

[취재파일] 검찰은 왜? 이재명 대표 조사 예정일에 경기도를 압수수색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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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6일 화요일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이재명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 사건의 피의자 조사를 받으라고 한 날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5일 밤 서면답변서로 조사를 갈음하겠다고 유선 통보했습니다. 선거법 사건 공소시효가 사흘(9일 자정까지) 남은 만큼 검찰은 이대로 사건 처분을 결정할 거란 예측이 우세했습니다.
 
그런데 6일 오후 검찰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2018년에서 2021년 10월까지 경기도지사를 지냈습니다. 압수수색 속보를 보고 "이재명 대표가 검찰 통보대로 직접 소환조사를 받으러 왔다면, 조사받고 있는 와중에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졌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당에서 거센 반발이 나올 게 뻔했습니다. 물론 야당은 이재명 대표가 서면 답변으로 대신한 상황에서 검찰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자 "수사받는 야당 대표의 모습을 작위적으로 연출하려는 정치쇼"라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이재명 대표 '백현동 발언' 검찰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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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대선 후보이자 ②거대 야당의 대표를 ③그것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소환 통보를 하거나 수사해 기소한 사례가 있었을까요? 검찰도 이 사건의 당사자가 이재명 대표인 만큼 이 사건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신중에 기하면서 수사로 인해 끼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특히 수사를 진행하며 필연적으로 알려지는 수사 속보들이 국민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말입니다.
 
검찰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한 사건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 후보를 지내며 방송에 나와 '대장동 개발'관련 수사를 받다 숨진 故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고 말한 발언이 허위라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입니다. 선거법 사건 중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사건은 여러 건이지만 우선 경기도청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 혐의만을 논하겠습니다.

경기도청

이 사건은 지난해 말 고발된 사건인데, 검찰은 올해 3월 대선 이후로 이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공소시효를 사흘 앞두고 압수수색을 단행했습니다. 압수수색 대상지는 도청 대변인실과 과거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할 때 공보업무를 맡았던 인물의 사무실이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공소시효 만료를 코앞에 둔 압수수색이라 기자들 사이에서도 "포렌식 할 시간도 없을 텐데 지금 압수수색이 어떤 의미가 있나"는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향후 의미 있는 포렌식 결과가 나와 추가 기소를 염두하더라도 말입니다.
 
검찰은 왜 이 시점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느냐는 질문에 "객관적 증거자료 확보를 위해 상당한 수사를 진행 중이지 않느냐. 그 일환이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습니다.
 
또 압수수색을 한 이유에 대해선 이재명 대표가 방송에 나와 한 발언이 과연 즉흥적이었는지 혹시 방송사 측으로부터 사전에 질문이 공유되거나 당시 故 김문기 처장의 사망에 대한 질문이 나올 걸로 예상해 답변을 고의적으로 '김문기 처장을 모른다'고 말하기로 미리 계획한 것인지 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합니다.
 
검찰 압수수색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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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한 시점이 궁금해졌습니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한 시점은 9월 1일이었습니다. 시기를 나눠본다면 ①소환조사 통보 전이거나(1일 이전) ②소환조사 통보 후부터 서면조사로 갈음한다는 답변을 유선 전화로 받은 기간(1일~5일) ③이재명 대표 측으로부터 서면조사를 받겠다고 통보받은 5일 오후 이후일 겁니다.
 
①의 경우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에 청구하고 발부받는 통상적인 시간을 고려할 때 영장을 미리 받아놓고 압수수색 시기를 일부러 소환 날짜에 맞춘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밀행성을 강조하는 통상적인 수사 방식을 고려할 때 영장을 받아 놓고 집행 시기를 꽤 늦추는 게 합리적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가정의 상황이지만)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놓고 특정한 상황과 시기를 고려해 영장을 집행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②의 경우 소환조사 통보 이후 야당으로부터 즉각적인 반발이 나오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셈인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검찰은 야당의 반응과 여론의 추이를 분명 감안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을 겁니다. 이재명 대표 측에서 '전쟁입니다'라는 내부 문자가 언론에 보도된 터라 검찰에서도 압수수색 영장 청구에 신중의 신중을 기했을 겁니다.

오히려 야당의 반응을 보고 사건의 명확한 처리를 위해 과거 이재명 대표의 공보업무를 보좌했던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까지 단행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또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 입장에서는 역시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진행된 압수수색이 달갑게 보이진 않았을 겁니다.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며 감내해야 할 부분입니다.

③의 경우 현실적으로 시간상 어렵다는 생각은 듭니다. 다만 5일 오후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고 다음 날 오전 영장이 발부돼 실제로 압수수색은 경기도청에 오전 11시 30분에서 12시쯤 들어갔으니 아주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또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가 서면조사를 받겠다고 통보한 후 검찰에 제출한 답변서가 '5줄' 이하에 그쳤다고 알려졌습니다. 물론, 검찰이 이 서면 답변을 우편물로 실제로 제출받은 건 6일 오전으로 보이는데 검찰이 이재명 대표의 서면 답변이 기대에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거나 실제로 받은 답변이 처분을 결정하는데 부족해 바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습니다. 물론, 이 가정 또한 3월 9일 대선 이후 수사가 가능했던 그동안의 기간을 두다 이제 와서 압수수색 해야 했는지 궁금증은 남습니다.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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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 시점을 이토록 길게 논의한 이유는 이 사건이 현재 우리나라의 수사 현안 중 가장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물을 대상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 사건을 다루는 검찰의 모든 법 집행 과정, 그 과정 속 내심을 면밀하게 뜯어봐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특히 검찰과 민주당은 지난 정부부터 올해 초 이른바 '검수완박' 국면, 한동훈 법무장관의 '검수완복'에 이르기까지 대립을 거듭해왔습니다. 비록 검찰이 우린 '정쟁(政爭)을 하는 집단이 아니다'라고 말할지라도 말입니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게 먼저 서면조사를 요청한 과정과 그 이후 이재명 대표 측의 대응과 관련한 진실 공방도 격렬했습니다. 설명하면 글이 길어지니 당시 제가 작성한 기사로 갈음합니다.
 
<"이재명 서면조사 불응해 소환"…"답변서 준비 중이었다"> -2022년 9월 2일 자 기사-

망신 주기 목적의 소환이라는 민주당의 비판에, 검찰은 지난달 19일 이 대표 측에 먼저 서면조사 요청을 했지만, 일주일 동안 답이 없어 소환을 통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민주당은 검찰이 소환 이유로 댄 3가지 사건 중 백현동, 대장동 관련 발언 2가지는 서면 답변서를 보냈고, 김 처장 사건은 답변서 작성을 준비 중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제출했다는 서면 답변서 2건 중 1건은 경찰에 낸 것이고, 다른 1건은 이번 소환조사 건과 상관없는 사건이었다고 맞받았습니다.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883630&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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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추석 연휴 직전이자 공소시효 만료일인 9일 오후 이재명 대표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故 김문기 처장 관련 발언과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발언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위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초과이익 환수조항 관련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대장동 개발사업 발언은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재판에 넘기며 특히 故김문기 처장 관련 혐의에 대해선 '유죄 입증'을 꽤나 자신했는데 검찰 관계자의 발언을 보겠습니다.
 
검찰 관계자
"수사팀 입장에선 대선 상황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이 뜨거운 선거 쟁점이 되고 특히 김문기 처장이 사망하면서 더 큰 논란이 됐다는 점, 그래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실무자였던 김문기 처장과의 관계라든지 김문기 처장을 매개로 해서 이재명 후보한테서 대장동 개발에 관한 관련성 등을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해 이재명 후보가 허위진술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동안 확보한 관련자 진술이나 객관적인 물증들을 종합해서 사실관계를 꼼꼼하게 복원을 해서 공소사실을 구성했다. 수사팀 입장에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입증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검찰이 혐의 입증을 자신해 기소한 사건이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최근 검찰이 다룬 다른 사건을 비교해 봤을 때 이 정도로 혐의 입증을 자신할 사건이 있었나 하는 단상이 들었습니다. 특히 기소 대상자가 대선 후보이자 야당 대표이기에 조금이라도 논란 소지가 있으면 안 된다는 검찰의 내심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이재명 대표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하는 대장동 개발 의혹뿐 아니라 수원지검에서 진행하는 쌍방울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또 성남지청에서 수사할 성남 FC 의혹 등 다양한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습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결론이 얼마냐 납득할 수 있느냐가 (그것이 기소로 이어지든 불기소로 이어지든) 한동훈 법무장관과 현 검찰이 자평하는 '정상화된 검찰'이란 자부심을 정당화할 첫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검찰의 지난주 기소는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사건을 시효 안에 처리하기 위해 내린 처분이었습니다. 검찰과 이재명 대표 측이 겪어야 할 큰 정쟁의 산이 아직도 몇 고비는 남았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검찰은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수사한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과거를 비추어보면 검찰의 수사와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작용은 늘 정국을 태풍 속으로 들어가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취재파일은 "검찰이 왜? 이재명 대표 조사 예정일에 압수수색을 단행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민주당의 '정치쇼'라는 반발이 수사를 받게 된 대상자의 합리적 의심제기일 뿐 검찰의 진짜 속내가 아니길 바랍니다. 검찰은 아직 정쟁 속으로 휘말릴 사건들을 너무나 많이 수사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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