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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사유상이 세 개?" 문화재 지정번호 사라지자 '혼란'

<앵커>

지난해 문화재 지정 번호를 폐지했습니다. 1호, 2호 같은 순서를 따지지 않겠다는 취지지만, 번호를 없애다 보니 이름이 똑같은 문화재가 생겨서 헷갈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신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보 1호 숭례문은 이제 1호를 빼고 '국보 숭례문'으로 부릅니다.

지난해 11월 문화재청 고시에 의해 지정번호가 삭제, 폐지됐기 때문입니다.

문화재에 번호를 붙이는 건 일제 잔재라는 비판이 나온 데다 번호 순을 문화재의 가치 순으로 오해하는 걸 막자는 취지였습니다.

문제는 '동명이인'처럼 다른 문화재인데 이름이 같은 경우입니다.

SBS가 국보와 보물 2,664건 등록 명칭을 전수 분석했더니, 동일한 이름으로 등록된 사례가 국보 7건, 보물 79건이었습니다.

손가락을 뺨에 살포시 댄 채 깊은 생각에 빠진 모습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같은 이름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나란히 놓인 국보 78호와 83호 두 점 외에도, 리움미술관에 놓인 국보 118호까지 총 세 점입니다.

관람객들은 혼란스럽습니다.

[김혜린/초등학교 교사 : 이런 문제를 사실 많이 겪고 있어요. 아이들이 관심이 많은데 검색했을 때 똑같은 이름의 문화재가 아주 많이 뜨니까 비슷한 이미지도 많고 아이들이 혼란을 겪는….]

해설사나 교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정한/전시해설사 : 왼쪽, 오른쪽 그렇게 쉽게 지칭할 때도 있고 6세기 것, 7세기 것 이렇게 지칭하는 경우도 있어서요.]

[이태호/명지대학교 석좌교수 : 없앤 게 가끔 보니까 저도 불편하더라고요. 유물을 검색하거나 조사하거나 할 때….]

문화재청은 내부적으로는 문화재 지정 연월로 구분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문화재청 관계자 : 일반 국민들은 사실 번호를 갖고 할 일이 사실 별로 없으실 것 같고.]

[배현진/국회의원 : 전문가들조차도 (이름이) 동일한 문화유산을 어떻게 구별해야 될지 혼란을 겪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문화재청이 우리 문화재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표준을 정립해야….]

좀 더 명확한 기준으로 문화재 명명 체계를 재정비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예견됐던 문제예요. 형태, 재질, 문양 그게 다 똑같다면 출토지에 따라서 이름을 나눠서 부를 수 있게끔 정확하게 해줬어야 했는데.]

(자료제공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실, 영상취재 : 김용우·윤 형,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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