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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재생에너지 상생 방법은?

농사 · 발전 겸업하고, 이익 나눠주고

최악의 가뭄이 찾아온 유럽, 강물이 바짝 마르면서 숨어있던 고대 유적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반대로 파키스탄에서는 석 달째 쏟아진 폭우로 1천 명 넘게 목숨을 잃었죠.

기후위기가 큰 원인인데, 기후 위기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크게 늘려야 하지만 우리 사정은 그렇지 못합니다.

입지 부족, 주민 반발 등에 가로막혀서 최근 정부가 내놓은 중장기 전력 계획에서도 원전이나 석탄과 달리 재생에너지만 비중이 크게 줄었죠.

이렇게 뒷걸음질 치고 있는 재생에너지 문제,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는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소음과 진동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설치를 꺼리는 풍력 발전, 이곳에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 적용됐습니다.

주민을 투자자로 참여시켜 이익을 나누면, 사업자가 정부 보조금을 추가로 받는 겁니다.

태백 가덕산 풍력 단지

태백시에서는 주민 255명이 평균 660만 원씩 투자해 연간 8.2% 수익을 얻었습니다.

기피 시설에서 나의 투자 수단으로 인식이 바뀌니, 동일한 소음에 대해서도 반감이 줄었습니다.

[손수만/가덕산 풍력 투자 주민 : (소음 때문에) 풍력에 대한 인식도가 처음에는 상당히 안 좋은데 지금은 생활에 도움이 안 될 정도는 아니고요.]

입지 부족에 시달리는 태양광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농지를 갈아엎어 태양광 단지로 만드는 기존 방식과 달리, 이곳에서는 벼농사와 태양광 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패널 높이가 3m가 넘어서 콤바인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벼 베기를 합니다.

패널 설치로 그늘이 생겨 400만 원대였던 벼농사 수입이 30% 정도 줄었지만 전기 판매로 연간 3천만 원을 벌고 있습니다.

함양 영농형 태양광 단지

[박영철/영농형 태양광 운영 주민 : 3천만 원 가까이 되는데 우리 마을 자금으로 해가지고 불우이웃 돕기도 했고, 장학금도 줬고.]

기존 농지 태양광에서는 임차농이 쫓겨나야 해 극심한 갈등이 벌어지지만 이곳은 다릅니다.

[정재학/영남대 교수 : 영농형 태양광이라는 거는 기본적으로 농사를 지어야 되기 때문에 오히려 농토를 보존하는 길이 바로 영농형 태양광 발전이 되겠고요.]

하지만 이런 시도에도 걸림돌이 많습니다.

함양의 영농형 태양광이 전기로 번 돈 3천만 원 가운데 시장 가격에 따른 전기값은 1천300만 원어치, 나머지 1천700만 원은 정부 보조금이었습니다.

시공비, 토지 임대료 등에 돈이 들다 보니 보조금 없으면 사업자가 나서기 어렵습니다.

재생에너지 선진국들은 어떨까, 이들도 마찬가지로 그동안 꾸준히 보조금을 투입해 설비 가격을 끌어내려 경쟁력을 키워왔습니다.

그 덕에 주요 국가에서 재생 발전이 가장 싼 발전원이 됐는데, 우리는 여기 못 미치는 겁니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높은 간접비용이 발목을 잡는데요, 우리나라는 인허가 비용 등 간접비용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바꿔 말하면, 인허가를 간소화하면 해법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인허가 절차를 단축해주는 원스톱샵 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깁니다.

농어민들이 반발한 거죠, 재생에너지 발전을 투기상품으로 여기고 달려든 업자들이 초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 바람에 농어민들도 무조건 반대부터 하게 됐고요.

이런 악순환이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으로 퍼지면서 혐오 산업으로 인식된 겁니다.

모범 사례를 우선 확산시켜서 사업자와 주민 간 신뢰를 쌓는 일이 시급합니다.

(기획 : 조지현,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균종·박현철·조창현, 영상편집 : 전민규, CG : 전유근·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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