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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8달 만에 폐 질환…이주노동자에게 무슨 일이?

<앵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위험한 업무를 떠넘기고 노동 조건은 개선하지 않는 '위험의 이주화' 문제, 제조업 공장에서도 심각한데 방진 마스크도 없이 쇳가루를 마시며 일했던 한 이주노동자는 산재 인정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희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10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입국한 아브람 씨.

경기도의 한 금속 부품 공장에서 일한 지 8개월 만에 몸에 이상을 느꼈습니다.

[아브람(가명) : 10월달부터 기침이 나왔어요. 교수님이 말했어요. 이거 큰 병원에 가야 된다고.]

병원 진단은 간질성 폐 질환. 광부들이 많이 걸리는 진폐증과 유사한데, 암이 될 수도 있는 난치성 질환입니다.

아브람 씨는 금속 표면을 깎는 일을 했습니다.

날리는 먼지와 쇳가루가 눈에 보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지급받은 것은 얇은 면 마스크.

참다못해 여러 번 방진 마스크 지급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아브람(가명) : 나 이거 마스크 체인지해줘요. 바꿔주세요. 바꿔주세요. 이렇게 말했어요. 안 줬어요. 그냥 일반 마스크로 그라인딩해야 돼요.]

이 회사의 다른 이주노동자 2명도 폐 질환으로 치료받고 있습니다.

아브람 씨는 치료비와 생계가 막막해 산재 신청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회사는 말렸습니다.

[아브람(가명) : 너무 많이 안 좋은 병 얻었으니까…. 공장에서 사장님, 이사님이 계속 말했어요. 산재 신청 취소해달라고.]

우리나라 전체 업무상 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한 데 비해 외국인 노동자의 사고 사망자 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상당수가 산재보험 사각지대인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고 미등록 체류자도 40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아브람 씨처럼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어도 사장 눈치를 보느라 참고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주노동자가 '자율적으로는' 사업장을 옮길 수 없도록 한 고용허가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권동희/노무사 : 이주노동자가 아프거나 다쳤다고 해서 때려치우고 나가면 그 즉시 불법 체류 노동자가 되기 때문에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 별로 없죠.]

우리나라 이주노동자는 12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이주노동자를 더 받는 데만 몰두하지 말고 이들의 안전한 노동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도 마련해야 합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하성원, CG : 조수인·김홍식, 자료제공 : 포천이주노동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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