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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친문'과 '친윤'의 데자뷔, 데칼코마니

[취재파일] '친문'과 '친윤'의 데자뷔, 데칼코마니
"지금 우리 당에 친문(親文, 친문재인)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

5년 전 한 민주당 중진 의원에게 들었던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70~80% 선을 오르내리며 고공 행진했다. 민주당 의원이라면 대부분 문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거나 찬양하기에 바빴다. 불과 십수 개월 전 비문이니 친문이니 갈라 싸우던 모습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친문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경우에는 범문(凡文)이라고까지 불렀다. 그때는 그럴 만도 했다. 저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문재인 대통령 관저에서 첫 출근 (사진=연합뉴스)

5년 뒤 모습은 보는 대로다. 당은 건강성을 잃었고 민심과 괴리돼 일방 독주를 거듭하다 결국 정권을 잃었다. 토론과 다양성이 사라진 자리는 강성 지지층을 뒤에 업은 강경파가 차지했다. 기세등등하던 친문의 자리는 친명이 대체했다. 민심의 판단은 명확하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아무리 떨어져도 그 숫자가 민주당 쪽으로 가진 않는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나? 집권여당이 된 지 100일이 조금 넘은 국민의힘에서 비슷한 모습을 본다. *데자뷔이자, 데칼코마니 같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비윤은 없어야>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SNS에 쓴 글인데,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데자뷔: 프랑스어로 '이미 본'이란 뜻으로, 최초의 경험인데도 불구하고 과거에 이와 같은 경험을 한 것 같은 착각)
 
"정권 창출 네 달 만에 무슨 비윤인가? 사찰이 싫으면 스님이 떠나셔야지."

윤석열 대통령 임기 시작

항상 명분은 비슷하다.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란다. '적어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라면 모두가 친윤이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의 이유다.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로 비슷하다. 5년 전에도 모든 명분은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로 귀결됐다. "당이 한 목소리가 되어야"라는 말도 외울 지경으로 반복되던 말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나?

지금 국민의힘 상황은 혼란 그 자체다. 전국 단위 선거를 3번 연속 이기고도 스스로 '비상 상황'을 선포하며 비대위 체제에 접어든 지도 한참 됐다. 그 비상 상황이란 논리마저 법원에서 깨지자 당헌까지 바꿔가며 기어이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 법적으로는 비상이 아니라는데 "우리 비상 맞아요"라고 외치는 보기 드문 상황이다. 정당 지지도는 30%대를 맴돈다. 당의 정상적인 거버넌스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정진석, 권성동, 국민의힘

이유야 다양할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원래 잘 되는 집은 엇비슷한 이유로 잘 되고, 안 되는 집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안 된다고 했다. 다만 다양한 목소리를 배제하고, 저 위만 바라보는 게 현 위기의 해법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하다. 한 원로 정치인은 "국회의원은 아래를 봐야 하는 직업인데 위만 바라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굳이 단일대오를 외치겠다면 민생과 경제, 국가와 사회를 위한 단일대오여야지 권력자를 위한 단일대오여선 문제가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과거 새누리당 시절 친박-진박 타령하다 총선 지고 결국 정권까지 내준 게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그때도 권력만 바라보고 충성을 외치는 호소인이 존재했다. 결과는 모두가 다 안다. 국민은 친윤, 비윤 타령보다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 세력을 원한다. 이른바 친윤이 지금 나아가는 길은 친박과 친문의 '오래된 미래'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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