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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인도 항모 vs 중국 항모…'미국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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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지난 2일 첫 자국산 항모를 띄우며 본격적인 대양 해군 육성에 나섰습니다. 이로써 인도는 미국, 러시아, 영국, 중국, 프랑스 등에 이어 자국산 항공모함을 보유한 나라가 됐습니다.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인도 남부 코친 조선소에서 열린 'INS 비크란트' 취역식에 참석해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인도가 항공모함 제작 기술을 가진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가 됐다"면서 "이는 단순히 해군력이 더 강해지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인도, 첫 자국산 항모 취역


이번에 취역한 INS 비크란트는 배수량 47,400톤에, 폭 62m, 길이 262m로 스키점프대를 이용해 항공기를 띄웁니다. 승조원 1천600명과 미그-29K 전투기와 헬리콥터 등 약 30대의 항공기를 실을 수 있습니다. 새 항모는 인도 해군 함정 디자인국에서 설계하고 코친 조선소에서 건조했는데, 부품 가운데 75% 이상이 인도 자체 조달입니다.

인도 항모01

물론 모든 게 순조로웠던 건 아니어서 부품 조달 지연 등으로 건조 기간이 6년 더 길어졌고 이 때문에 제작 비용이 당초 예상을 크게 넘는 2천억 루피, 약 3조 3천억 원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비크란트 항모는 미그-29K 전투기 상륙 시험 등을 거친 뒤 내년 말부터나 제대로 된 작전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도는 이미 2013년부터 배수량 45,000톤급 항공모함 'INS 비크라마디티아'를 운영 중인데, 이는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인 1970년대 개발한 전투기 탑재 순양함을 개량한 것입니다. 인도는 이 두 척 외에도 2030년대 취역을 목표로 배수량 65,000톤급 항공모함을 추가 건조해 모두 3척을 보유할 계획입니다. 인도양과 벵골만에 각각 1대씩 배치하고 나머지 1대는 정비 및 예비용으로 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전자식 사출기 장착, 중국 세 번째 항모 '푸젠함'


인도의 이런 움직임은 남중국해에 이어 인도양 진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2013년 처음으로 핵 추진 잠수함을 인도양에 보낸데 이어, 2017년에는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 운영권을 99년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지상에서의 국경 분쟁에 이어 해상에서도 서로 맞붙으면서 양국 간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항모 상황은 어떨까요? 1번 랴오닝함부터 2번 산둥함, 3번 푸젠함까지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 훨씬 잘 알려져 있어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3번 푸젠함의 경우 구 소련의 항공모함을 개조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건조한 1, 2번 함과 달리 첨단 전자식 사출기(뭐 이것도 미국 기술을 빼돌려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합니다만)를 장착한 배수량 8만여 톤의 신형 항공모함입니다.

중국 세번째 항모 푸젠함 진수식 (사진=신화, 연합뉴스)

중국은 오는 2035년까지 모두 6척의 항공모함을 확보해 타이완 해협에서 1,000㎞ 안으로 미군 항모 전단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토 부근인 남중국해는 물론 인도양을 포함한 외해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 중입니다. 이런 중국과 인도의 항모 경쟁을 바라보는 '항모 대국' 미국의 입장은 어떨까요?
 

중국 견제 위해 손 잡았지만…애매모호한 미국-인도


미국은 10만 톤급 핵추진 항공모함만 11척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말이 강습상륙함이지 사실상 항모에 버금가는 아메리카급과 와스프급 전력까지 합하면 숫자는 더욱 늘어납니다. 하지만 중국은 불과 5년 새 함정을 100척 이상 늘리며 이미 전체 함정 숫자에서 미국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타이완 방문 이후 처음으로 미국이 미사일 순양함 2척을 타이완 해협으로 보냈을 때 중국 네티즌들은 '곧 퇴역할 할아버지 배'라고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슈퍼 파워이지만, 예전만 못한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항모 굴기'가 거슬릴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일본, 인도, 호주와 함께 중국 견제용 안보 협의체 '쿼드'를 띄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쿼드 멤버인 인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게 효율적이지만 인도 역시 마냥 믿을 만한 존재는 아닙니다. 영토 분쟁 등으로 중국 문제에서는 찰떡궁합이지만 당장 러시아 제재 문제에서 인도는 미국 편이 아닙니다.

인도 항모 워싱턴포스트 기사

미국과 인도의 이런 애매모호한 관계는 인도 항모 비크란트 취약 소식을 다룬 워싱턴 포스트 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인도 관료들이 수년에 걸쳐 전자식 사출기를 포함해 미국의 첨단 항모 건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양국 정부 간 협의는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했다고 적었습니다. 인도가 미국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걸 꺼렸고 미국 역시 민감한 군사 기술을 인도와 공유하길 꺼렸기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미국의 고민…우리는?


하지만 이건 지금까지의 이야기이고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고 신문은 전망했습니다. 전직 인도 관료의 말을 인용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은 눈부신 전력 증강을 입증해 보였다며 인도 쪽에서도 미국과 함께 해군력을 키워나가야 할 시급성이 크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국의 급격한 팽창에 미국도 마음이 급하긴 마찬가지일 텐데 어떻게 될까요?

중국 견제를 위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 이전을 발표한 미국이지만 인도는 성향이나 역량이 호주와는 달라도 한참 다릅니다. 핵무기 보유국인 데다, 인구나 경제력 등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인도에게 군사 기술을 이전해줬다가 자칫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확실한 건 중국이 커지면 커질수록 미국과 인도는 그만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눈치 싸움이 한창인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최소한의 자국 안보를 위해 경항모라도 빨리 띄워야 할지, 가뜩이나 빠듯한 예산을 생각해 이지스함과 미사일 전력을 키우는 게 현실적 일지… 우리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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