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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한국의 법인세, OECD 평균보다 많이 높나요?

[사실은] 한국의 법인세, OECD 평균보다 많이 높나요?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22%로 되돌리는 감세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2%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수치입니다.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 체제 출범 직후인 지난 1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 대표의 당선을 축하해온 자리에서 법인세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대표 당선 축하 자리라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말 속에는 가시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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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 : 급하지도 않은 3000억 원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초대기업 법인세를 왜 깎아주는지 이해가 일단 안 되고요. 총리님 생각이 그러신 건 아니죠?
한덕수 국무총리 : 하하, 저도 동의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왜냐하면 전체 평균이, OECD (국가의 법인세 최고세율) 같은 경우에 21% 되는데, 저희는 25%에 가 있기 때문에 하향조정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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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가 일부 대기업에 대한 특혜임을 강조했고, 한덕수 총리는 OECD 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세계적 추세라며 받아 쳤습니다. 그 근거로 OECD 국가들의 법인세율을 비교했습니다.

사실 한국의 법인세가 OECD 국가들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정치권에 말도 많았고, 기사도 쏟아졌습니다. 팩트체크 기사도 있었습니다. 다만, 관련 자료가 워낙 많다 보니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유리한 자료를 인용해 주장을 뒷받침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OECD의 최신 통계 자료를 근거로, 한덕수 총리의 말을 사실 그대로 따져보려고 합니다. 오늘 주제는 "한국의 법인세, OECD 평균보다 많이 높은가"입니다.

사실은 법인세 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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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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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는 2022년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 등 일각에서, 일부 나라만 발췌해 한국의 순위를 보여주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이런 경우 착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사실은팀은 OECD 국가 38개국의 전체 데이터를 순서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사실은 법인세 OECD

각 국가별 중앙정부가 걷는 법인세의 최고세율 기준, 한국은 25%로 9번째로 높습니다. 상위권입니다.

하지만, 법인세 부담 정도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에 내는 법인세율만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정부는 2.5%의 법인세를 받아가고 있기 때문에, 총 27.5%로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기업 입장에서는 중앙정부에 내든, 지방정부에 내든, 세금 내는 건 매한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오른쪽 표는 지방정부가 걷는 법인세까지 합친 액수입니다. 한국은 27.5%로 10번째입니다. 역시 상위권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기업 내부거래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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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1조 달러 이상 국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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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좀 더 면밀히 들여다 볼 부분은 있습니다. 우리가 국가 별 통계를 비교할 때 OECD 국가 데이터를 활용하는 이유는,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이른바 '비교적 잘 사는 국가'끼리 비교해보자는 전제가 깔렸습니다. 하지만, OECD 국가끼리도 경제 규모 차이가 매우 큽니다. 특히, 세금 통계는 국가 소득 수준과 맞물려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팀은, 세계은행 집계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우리와 비슷하거나 높은 국가들을 기준으로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지난해 GDP는 1조 8102억 달러로 세계 10위였습니다.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을 포함해 GDP 1조 달러 이상 국가만 따로 추렸습니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스페인, 멕시코, 네덜란드 등 총 12개 국가입니다. 참고로 GDP 1조 달러 이상 국가 가운데 중국과 인도, 러시아는 OECD 국가가 아닙니다.

사실은 법인세 OECD

중앙정부 법인세율 기준, 이들 국가 가운데 한국은 5위였습니다. 지방정부 법인세율과 합칠 경우 6위입니다. 12개 국가 가운데 중위권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GDP 1조 달러가 넘는, 경제 규모가 큰 OECD 국가들은 대부분 평균보다 높은 법인세율을 적용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주별로 추가로 걷는 법인세에 차이가 있는데, 보통 소득이 높은 주의 법인세는 특히나 높았습니다. 실제, 미국 주별 소득이 높은 5개주를 따로 분석해 봤는데, 중앙정부 몫을 제외하고, 뉴저지 11.5%(영업이익 100만 달러 이상), 코넷티컷 7.5%, 메릴랜드 8.25%, 메사추세츠 8.0%, 캘리포니아 8.84%였습니다.

아래 그래픽을 보면, 기업이 많아 소득이 높은 지역들, 캘리포니아를 위시한 서부 해안 지역, 뉴욕주 등의 동북부 해안 지역과 오대호 주변 지역의 법인세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은 법인세 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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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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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공제를 제외하고 기업이 실제로 내는 '실효세율'을 비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비교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연구에 따라 높게 나오기도 하고, 낮게 나오기도 합니다.

심지어, 2016년에는 같은 국가 기관끼리 서로 다른 수치를 제시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당시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4년 기준 한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14.2%, 기재부는 18.9%로 분석했습니다. 무려 4.7%p 차이가 났습니다. 실효세율 산출 방법에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조세 정책 최정점에 있는 두 기관이 다른 결과를 냈다는 것은, 그만큼 실효세율 비교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각에서 OECD가 제시하고 있는 평균유효세율(EATR·Effective Average Tax Rate)을 기준으로 비교하기도 하는데, 이건 우리가 알고 있는 실효세율과는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개념이 좀 까다로운데, OECD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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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통계 데이터 세트는, 특정 조세 정책에 대한 정보를 사용해 계산된, 합성 조세 정책 지표인 '전망적' ETR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기업이 실제로 지출한 세금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The Corporate Tax Statistics dataset presents “forwardlooking” ETRs, which are synthetic tax policy indicators calculated using information about specific tax policy rules. Unlike “backward-looking” ETRs, they do not incorporate any information about firms’ actual tax payments.
- 자료 : OECD 통계 (OECD statis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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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미 낸 세금이 아니라, 지출할 세금 정보를 바탕으로 한 '기댓값'을 비교하는 겁니다. OECD의 최신 평균유효세율 통계는 2020년인데, 한국은 25.9%로 OECD 국가 가운데 9번째로 높았습니다. 역시 상위권입니다.

다만, 사실은팀은 실효세율의 경우 연구 단체의 '의도'에 따라 결과 값이 다르기도 하고, 국제적 비교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해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OECD 한국 경제 성장세 둔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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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의 세계적 추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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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법인세율의 세계적 추세는 어떨까요. 미국 조세재단의 분석부터 보겠습니다.

사실은 법인세 OECD

지역별로 연도별 법인세 최고세율의 추이를 나타냈는데, 모든 지역에서 법인세율이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법인세율을 낮추는 기조를 펼쳐온 건 사실입니다. 무역 자유화 시대 속, 글로벌 기업들의 국가별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가 중요한 조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인세가 특히 낮은 영국의 경우, 내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지금의 19%에서 내년 25%로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와 같은 수치입니다. 1974년 이후 거의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법인세를 올렸습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21%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28%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낸 바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공약을 사실상 철회했지만, 미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여러 선진국들이 코로나19로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으면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법인세율의 세계적 추세는 낮아지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달리 볼 여지도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법인세율의 글로벌 스탠다드는 존재하기 어려우며, 국가별 상황에 따라 정책적으로 달리 결정될 수 있음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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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OECD의 최신 통계 자료를 근거로, 한국의 최고 법인세율 25%가 OECD 평균인 21%보다 높다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을 검증했습니다. OECD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한 총리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OECD 국가들과 비교하는 이유가,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이른바 '비교적 잘 사는 국가'끼리 비교해보자는 전제가 깔렸다면, OECD 국가 안에서도 우리와 경제 규모가 크거나 비슷한 국가들과 다시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준대로라면, 한국의 최고 법인세율은 중위권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사실은팀의 분석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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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OECD 통계 (https://stats.oecd.org)
OECD 법인세율 통계 (https://stats.oecd.org/Index.aspx?DataSetCode=TABLE_II1#)
OECD 법인세 통계보고서 (https://www.oecd.org/tax/tax-policy/corporate-tax-statistics-third-edition.pdf)
미국조세재단 (https://taxfoundation.org)
미국 조세재단 법인세율 보고서 (https://taxfoundation.org/publications/corporate-tax-rates-around-the-world)
미국 주별 법인세율 (https://taxfoundation.org/publications/state-corporate-income-tax-rates-and-brackets)
미국 이코노미스트 기사 (https://www.economist.com/special-report/2022/01/10/the-long-trend-of-falling-corporate-taxes-is-being-reversed)
세계은행 (www.worldban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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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 강윤서, 정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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