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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머라이어 캐리 출원 '크리스마스의 여왕'은 상표가 될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르는 머라이어 캐리

"나도 '크리스마스의 여왕'', 머라이어 캐리 상표 출원에 이의제기 잇따라

미국의 유명 여가수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가 '크리스마스의 여왕(Queen of Christmas)'을 상표로 독점 사용하게 해달라고 미국 특허청(USPTO)에 상표 출원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거세다. 사전적 의미로 "'크리스마스의 여왕'은 성모 마리아이다."라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노래를 불러온 가수들이 "나도 한 때 '크리스마스의 여왕'이라 불렸다."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머라이어 캐리가 설립한 회사 로션(Lotion LLC)은 지난 2021년 3월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음악 앨범, 향수, 화장품, 보석, 마스크, 강아지 용품, 음료, 주류 등 여러 부류의 상품과 온라인 소매점, 오디오/비디오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서비스 등에 대해 '크리스마스의 여왕'이라는 상표를 출원했고, 미국 특허청은 지난 7월 이 상표의 등록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기 위해 상표출원 사실을 공개했다.

상표 출원 사실이 공개되자, 10년 동안 크리스마스 노래를 작곡 작사하고 부른 엘리자베스 챈(Elizabeth Chan)은 지난 8월 11일 미국 특허청에 "크리스마스는 한 사람의 여왕에게 몰아주기에는 너무 방대하다."며, 상표 등록에 반대했다. 챈은 머라이어 캐리가 출원한 다른 상표 'QOC'와 '크리스마스 공주(Princess Christmas)'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TV방송 뉴스에 '크리스마스의 여왕'이라고 소개된 엘리자베스 챈
챈은 지난 2012년 이후 11개의 앨범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 노래(Christmas Song)'를 발표한 챈은 TV방송 뉴스에 '크리스마스의 여왕'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을 '크리스마스의 여왕'이라고 부른 미국 텔레비전 인터뷰와 잡지 뉴욕커(New Yorker)의 기사 등을 제시하며, "크리스마스는 나의 직업이며 삶입니다. 저는 크리스마스의 여왕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TV 토크쇼에서 '크리스마스의 여왕'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달린 러브
크리스마스 시즌 때마다 '크리스마스(Christmas, Baby please come home)'라는 노래를 불렀던 81세의 달린 러브(Darlene Love)도 머라이어 캐리의 '크리스마스의 여왕' 상표 출원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그녀는 "29년 전 토크쇼 진행자 데이빗 레터맨(David Letterman)이 저를 공식적으로 '크리스마스의 여왕'이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52년 동안 관련 산업에 종사해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머라이어 캐리도 '크리스마스의 여왕'이라고 불려왔다. 캐리의 1994년 발표 노래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것은 오직 당신 뿐(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은 크리스마스 시즌 때마다 인기 음악 차트 상위에 오르는 명곡이 됐다. 캐리는 2020년 애플TV+의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를 찍었고, 크리스마스 노래 리믹스버전과 책도 발간했다. 맥도널드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머라이어 메뉴'라는 이름의 햄버거와 너겟을 출시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챈은 머라이어 캐리가 2021년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크리스마스의 여왕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며, 캐리 스스로 크리스마스 여왕이라는 이름을 사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캐리의 변호사는 상표를 출원하면서 "머라이어 캐리는 살아 있는 '크리스마스의 여왕'입니다. 머라이어 캐리도 동의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시했다.

미국 특허청이 출원 사실을 공개한 '크리스마스의 여왕' 상표

'임의선택 표장'에서 '보통명칭 표장' 까지…식별력이 있어야 상표

상표(Trade Mark)는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장(mark)이다. 여기서 표장이란 단어, 문장, 기호, 디자인 또는 이들의 조합 등으로 표현방식에 관계없이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표시를 말한다.

어떤 형태의 표장이든지 그 표장이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을 해치지 않고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와 구별돼 혼동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상표로 등록할 수 있다. 소리나 향기, 색도 상표가 될 수 있다. 다만 지리적 명칭이나 국가, 국기, 국제기구 표장 등은 사용이 제한된다.

미국에서 상표는 등록을 하지 않아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등록을 하지 않으면 그 상표를 이용해 사업을 하는 지역에 효력이 한정되는 것과 달리, 연방특허청에 등록을 하면 미국 전역에 효력이 발생한다. 등록을 하려면 그 상표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자료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표장은 식별력(distinctiveness)의 정도에 따라 1)보통 명칭(Generic Mark: 상품이나 서비스의 일반적인 명칭이나 관용적 표현) 2)기술적 표장(Descriptive Mark: 상품이나 서비스를 묘사하는 명칭) 3)암시적 표장(Suggestive Mark: 상품이나 서비스를 암시하는 명칭) 4)임의선택 표장 또는 창작(조어) 표장(Arbitrary or Fanciful Mark: 상품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용어나 상징)으로 구분한다.

상표로서 가장 강력한 식별력을 가지는 것은 그 상표가 지칭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창작 표장과 임의선택 표장이다. 창작 표장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지칭하기 위해 만들어 낸 명칭으로 '코닥(Kodak)'이 대표적인 창작 표장이다. 임의선택 표장은 이미 존재하는 단어나 디자인을 전혀 다른 종류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지칭하는데 사용하는 상표로 전자제품 상표로써 '애플(Apple)', 석유회사를 지칭하는 '쉘(Shell)'이 대표적인 임의선택 표장이다.

그다음으로 식별력을 갖는 상표는 '암시적 표장'으로, 상품의 특성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므로 소비자가 그 명칭과 특정 상품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한 상표이다. 시외버스 서비스 '그레이하운드(Greyhound)'나 고급 자동차 '재규어(Jaguar)'가 대표적 암시적 표장이다. '총각네 야채가게'처럼 암시적 표장은 다양한 단어의 조합으로 상표를 만들 수 있다. 암시적 표장도 지정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설명하는 것은 아니어서 식별력이 인정된다.
'크리스마스의 여왕' 상표 등록에 반대하는 엘리자베스 챈

기술적 표장(descriptive mark)은 상품의 특성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상표로 원래 식별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명칭의 의미가 상품의 성질을 넘어 그 상품의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2차적인 의미를 가져야 상표로 등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꿀을 바른 떡'이라는 기술적 명칭이 상표로 등록되려면 그 명칭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특정 회사를 연상시키는 2차적 의미를 확보해야 한다.

보통 명칭이나 관용적 표현은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 '빵'이나 '사과', '쌀' 같은 물품의 보통 명칭을 식품이나 과일의 상표로 독점 사용을 허락할 경우, 식별력이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상행위를 못하게 함으로써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팝의 왕'은 상표 등록됐는데…'혼동 가능성', '2차적 의미' 확보 등이 관건

'크리스마스의 여왕'은 '크리스마스'와 '여왕'이라는 단어를 조합한 '기술적 표장(descriptive mark)'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술적 표장은 상품의 특성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표장으로 사용에 의해 글자 그대로의 의미(1차적 의미) 외에 2차적 의미(secondary meaning)를 획득해야 상표로 등록할 수 있다. 머라이어 캐리가 '크리스마스의 여왕'을 상표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크리스마스의 여왕'이라는 명칭이 머라이어 캐리 및 머라이어 캐리의 상품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일반 기업이 '크리스마스의 여왕(Queen of Christmas)'이라는 상표를 개발해서 출원했다면 상품군에 따라서 임의선택 표장도 되고, 암시적 표장이나 기술적 표장도 될 수 있다. '크리스마스의 여왕'이 그 명칭과 아무 관련이 없는 상품인 스마트폰에 사용될 경우 임의선택 표장(arbitrary mark)이 되고,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사용된다면 암시적 표장(suggestive mark), 산타 복장의 왕관을 쓴 바비 인형에 사용하면 기술적 표장(descriptive mark)도 될 수 있다.

머라이어 캐리의 이번 '크리스마스 여왕' 상표 출원은 이미 크리스마스의 여왕(Queen of Christmas)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가수로서 "크리스마스의 여왕은 머라이어 캐리" 임을 전제로 한 출원이다. 미국 상표심사지침서(TMEP·Trademark Manual of Examining Procedure) 기준에 따라 출원인 로션은 '크리스마스의 여왕(Queen of Christmas)'이라는 별명(nick name)이 실존 인물인 머라이어 캐리를 지칭한다는 진술과 당사자인 머라이어 캐리가 서명한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마이클 잭슨 사후 미국 특허청에 상표 등록된 '팝의 왕'

미국의 가장 유명한 팝스타 가운데 하나인 마이클 잭슨의 회사 트라이엄프 인터내셔널(Triumph International)은 2009년 6월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직후 '팝의 왕(King Of Pop)'이라는 상표를 출원해 2014년 5월 미국 특허청에 정식 등록했다. 미국 특허청은 2012년 1월 상표출원 사실을 공개했지만 별다른 반대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박성필 교수는 "'크리스마스의 여왕' 상표 등록을 위해서는 이 표장이 머라이어 캐리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점, 출원인이 이 표장의 사용으로 식별력을 취득하였다는 점(즉 2차적 의미를 획득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달린 러브, 엘리자베스 챈 등은 이의신청을 통해 '크리스마스의 여왕' 표장이 자신들의 별명과 동일하므로 소비자의 혼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표장은 이미 보통명칭이 되었거나 기술적 표장으로서 2차적 의미를 획득하지 못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의 신청인들은 최소한 기술적 공정이용(descriptive fair use) 관점에서 그들도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머라이어 캐리가 출원한 '크리스마스 여왕'이 상표로 등록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1994년 발표된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것은 오직 당신뿐' 이란 곡은 2017년 빌보드 톱 10을 기록하고, 2019년 이후 3년 연속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12월 음악전문매체 빌보드는 머라이어 캐리를 '이견 없는 크리스마스 여왕(Nondisputed Queen of Christmas)'이라고 칭한 것처럼 상표 등록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다른 가수들의 공식적인 반대의견 표명이 있었고, 미국 특허청에 2건의 이의신청도 접수된 만큼 상표 등록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11일 이의신청 기간이 만료되고 난 뒤 미국 특허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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