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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군대 속 인권, 어디까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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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혹시 군인권보호관이라고 들어봤나요? 지난 7월 1일에 우리나라에 군 장병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처음으로 실시됐어요. 따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많은 군대 내 사건사고가 있죠. 안타깝지만 군의 인권침해 사건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선 데이터를 통해 우리나라의 군 인권이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해요.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군대 속 인권, 어디까지 왔을까?
 

군인권보호관이 생기기까지


● 2005년 1월 육군훈련소 인분 사건
● 2005년 6월 연천 군부대 총기 난사 사건
● 2011년 7월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
● 2014년 4월 육군 윤 일병 사망 사건
● 2021년 5월 공군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2000년부터 지금까지 온 사회를 흔들었던 군대 사건사고만 정리해도 이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공분했고, 그럴 때마다 정부는 사고 방지 대책을 내놓았죠. 2005년 육군훈련소에서 교관이 훈련병들에게 인분을 먹이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엔 군대 내에 인권과를 신설했고, 인권상담실을 설치했습니다. 2011년 해병대에서 후임들의 괴롭힘을 참다못해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이후엔 해병대에도 인권과가 신설됐죠. 윤 일병이 집단 폭행으로 사망한 뒤엔 <군인복무기본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 내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요. 아래 그림은 군대 내 사망사고 데이터로 그린 그래프입니다. 1993년부터 2021년까지 29년간 군대 내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모두 4,789건. 그중 자살사고는 2,325건으로 조사됐어요. 폭발 등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사고가 줄어들면서 전체 사망사고는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지만 자살사고는 큰 변화가 없어요. 오히려 2021년에 자살사고의 비율이 29년 중 가장 높죠. 사망사고 중 자살사고의 비율은 무려 80.6%. 인권을 유린하는 사건 뒤엔 사망사고, 특히 자살사고의 그늘이 짙게 깔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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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날 때마다 땜질식으로 제도를 마련해봤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아요. 결국 군대 안에서는 어렵다는 판단하에 외부 감시기관을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죠. 2022년 7월 1일, 그 연장선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 군인권보호관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군인권보호관 설치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긴 합니다. 처음 이야기가 나왔던 건 2005년이었거든요. 하지만 국방부가 내부 기밀 문제 등을 이유로 계속 거부하면서 16년을 끌어왔죠.

이젠 인권위 소속의 군인권보호관 1명에 전담인력 25명이 군 내부의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8월 19일까지 벌써 군으로부터 통보받은 사망사건은 23건. 과연 군인권보호관으로 군대의 인권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Q. 군 내 자살률은 심각한 수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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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건수가 아니라 자살률로도 살펴봤습니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로 계산되는데, 2020년 군 내 자살률은 7.1명입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일반 국민(20~29세 남자 기준)의 자살률과 비교하면 군 내 자살률이 더 낮아요. 일반 국민의 수치는 20명을 상회하고 있고, 군 자살률은 8명 내외입니다.

국방부에서는 "군내 자살률은 20대 일반 국민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24시간 동안 엄격히 통제된 생활을 하는 군인들을 일반 20대 남성과 단순히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어요. 단체 생활을 하는 군인들이 자살을 시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고요.
 

군 내 성범죄 실형 비율은 10%


군인권보호관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여군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인 9월 6일은 우리나라에 여군이 창설된 지 72년이 되는 날입니다. 2000년까지 전체 군인 중 여군 비율은 1%에 불과했지만 2020년엔 어느새 그 비율이 7.4%까지 늘어났죠. 국방부에선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양성평등 기반의 인사관리제도를 마련하고, 올해까지 여군 간부 비율을 8.8% 수준까지 높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군의 양적인 성장에 더불어 질적인 성장도 이뤄졌을까요?

혹시 작년에 발생한 공군 사망사건 기억하고 있나요? 2021년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성추행 피해를 입은 이예람 중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군은 성범죄 사건을 잘 수사하는데 집중하기보다는, 외부에 정보가 새 나가지 않도록 무마하는데만 몰두했죠. 국방부는 이 중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초래한 책임자들은 단 한 명도 기소하지 않은 채 마무리했습니다.

단지 이 사건만 그런 건 아닙니다. 군이 성범죄에서 유독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는 건 데이터를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어요. 아래 그래프는 2015년부터 2020년 6월 말까지 각 군 군사법원에서 다룬 성범죄 재판의 실형 비율을 나타낸 자료입니다. 총 1,708건의 성범죄 재판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175건, 전체의 10.3%에 불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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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법원의 실형 비율과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법무부에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모든 성범죄 재판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해봤더니, 총 7만 4,956건의 성범죄 재판 중 실형을 선고받은 건 전체의 26.1%로 나왔거든요. 성범죄 실형 비율이 20%대에 머무른다는 것도 비판을 받는 실정인데 군대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대를 기록하고 있어요.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게 되면 피해자들은 목소리를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습니다. 2019년에 진행한 국방부 자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성폭력을 경험했거나 인지한 사람 중에 단 32.7%만이 신고했다고 답했어요. 10명 중 7명이 신고하지 못했던 이유는 뭐였을까요?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들의 44%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질 것 같지 않았다”라고 답했습니다.

군에서 일어난 사건을 군이 수사하고, 군이 기소하고, 군이 재판하면 제대로 된 법 집행이 될 수 있을까요?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면서 피해자의 인권은 한도 끝도 없이 떨어졌습니다. 추락한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선 외부 민간 기관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결국 창군 이래 최초로 이예람 중사 사건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한 특별검사가 출범했습니다. 국회도 이에 발맞춰 군 내 공정성 시비를 극복하기 위해 성범죄, 군인 사망 사건, 입대 전 범죄 사건에 대해선 민간 법원이 담당하도록 법을 고쳤죠.
 

대안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반쪽인…


특검과 군인권보호관 그리고 개정된 군사법원법. 군 내부가 아닌 외부, 즉 민간에서 처리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든 제도들입니다. 그렇다면 이 제도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은 없을까요? 특검은 상시 제도가 아니니 제외하고 군인권보호관과 개정된 군사법원법을 한 발자국 더 들어가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군인권보호관 제도부터 뜯어볼게요.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생기면서 이전보다는 훨씬 적극적으로 군의 인권침해를 통제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입니다. 군인권보호관이 직접 부대를 방문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더 면밀히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문제는 불시 방문이 불가능하다는 것. 군인권보호관이 군부대에 방문하려면 해당 부대장에게 3일 전에 서면으로 통보를 해야 합니다. 긴급한 경우엔 12시간 전까지 가능하지만, 그마저도 국방부 장관은 특별한 사정을 이유로 방문조사 중단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또 강제수사 권한도 없고 수사 중인 사건 자료도 받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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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군사법원법도 비슷합니다. 애초에 국회에서는 군사 범죄가 아닌 모든 일반 범죄를 통으로 민간 법원으로 이전하려고 했는데 국방부가 거세게 반대했어요. 최종적으로 이번 법 개정에선 성범죄와 군인 사망 사건 범죄, 그리고 입대 전 범죄 사건에 대해서만 민간 법원이 담당하는 것으로 결정됐고요. 문제는 군 검찰이 민간 기관에 수사 기록을 공유해야지만 정확한 판결과 수사가 이뤄질 텐데 군이 중요한 수사 기록을 공유해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렇게 흘러가면 결국 군이 제공해준 사건만 처리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애초의 입법 취지는 퇴색될지 모릅니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기 위해


장병 건강권도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군대 내에서 폭행, 폭언, 권력형 성범죄로 피해를 보는 사건도 많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많거든요. 2011년에 뇌수막염에 걸린 훈련병이 적시에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기도 했고, 2021년 공군 훈련소에선 하반신 통증을 호소한 훈련병에게 알맞은 치료를 해주지 않아 결국 고관절 괴사 판정을 받기도 했어요. 군인권보호관에 접수된 1호 진정 사건도 장병의 건강권이 보장되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이기도 합니다.

군대에서는 아프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훈련 상황에서 이탈하게 되면 받게 되는 눈치가 보여서 제대로 이야기를 하질 못하고, 말을 하더라도 원하는 의료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렵거든요. 2020년 인권위에서 군 건강권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해보니 ‘아플 때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미충족 의료율)’라고 답한 사람이 응답자에 24.8%에 달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민간의 미충족 의료율이 2019년에 6.4% 정도인데,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거죠.

인권은 인간이 태어나면서 갖는 인간으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물론 군인은 국가와 특수한 관계에 있는 만큼 상응하는 규율이 필요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군인의 기본권은 헌법에 근거를 두고 이뤄줘야 합니다. 국가권력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쳐서는 안 되니까요. 군인도 예외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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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군대라는 이름 하에 인권 침해는 이뤄지고 있습니다. 당장 5년 전인 2017년에도 군대 내 성소수자 색출 사건이 벌어질 정도니까요. 그래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대법원은 군 동성 간 성관계에 무죄를 판결했습니다. 기존 군형법에서 동성 간 성관계를 유죄로 취급하던 판결을 대법원이 뒤집은 거죠. 대법원은 성적 자기결정권은 군 형법의 적용 대상인 군인에게도 당연히 인정되는 보편적 권리로 인정했습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군대의 인권침해 상황을 여러 데이터를 통해 정리해봤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보기에 군대 속 인권은 어디까지 왔다고 생각하나요? 예전보다는 많이 진전된 모습인 건지, 아니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는지 독자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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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도연, 주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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