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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는 현재 기후를 보는 마지막 세대일까

거꾸로 되돌린 이산화탄소 시리즈④

지난달 28일 발생한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무서운 기세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예보대로라면 오늘 오후부터 북상하기 시작해 다음 주 초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남해상에 다가서는 시점까지도 태풍의 강도는 ‘매우 강’ 수준을 유지하겠는데, 2003년 가장 큰 피해를 남긴 태풍 ‘매미’보다도 강한 수준이다. 당장 지난달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는데, 9월에 들어서자마자 역대급 태풍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차의 절반가량이 침수되어 오고 가도 못해 차 밖 위에 앉아 있는 사람

위 사진은 지난달 강남이 침수됐을 때 SNS에서 화제가 된 사진이다. 사진은 각종 영화 포스터 등으로 패러디 돼 여기저기 흥미롭게 전파됐지만, 사실 섬뜩한 사진이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된 현재, 수도권 도심 한가운데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침수 피해를 배수의 문제 등 기술적인 대비가 부족했다고만 이야기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서울 동작구에선 한 시간 만에 141mm의 비가 내려 115년 기상 관측 역사를 새로 썼다.
 
최근 들어 '역대급'이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2019년 7개의 태풍, 2020년 54일간의 장마, 그리고 또 올해 역대급 폭우와 다가올 태풍까지. 이젠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진부할 정도다. 다가올 겨울에는 이미 라니냐가 예상돼 3년 연속 라니냐*해가 이어질 전망이다. 21세기 들어 최초로 3년 연속 라니냐가 이어지는 해가 되는 것이다. 이런 역대급 상황들을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엔 역시 기후변화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과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후변화의 원인 물질인 온실가스는 해마다 늘고 있고, 이것들이 초래하는 변화가 이제는 피부에 직접 와닿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다. 현재 국제사회가 약속(파리협정의 목표)**을 잘 이행한다고 해도 온실가스는 한동안 증가하고 기온 역시 더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라니냐 : 적도 지역의 동태평양에서 저수온이 수개월 동안 지속되는 현상으로 지역별로 한파와 가뭄 피해 유발. 
**파리협정 : 2015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이 채택한 협정으로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막고, 1.5℃ 이상까지도 제한할 수 있게 노력하자는 것.
  

기후변화는 비가역적?

기후는 현재 빠르게 변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변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제사회가 약속한 탄소중립을 실행한 뒤에는 괜찮을 것일까? 학계에서 답변은 두 가지로 나뉜다. 과거 기후로 '되돌아갈 수 없다’와 ‘되돌아갈 수는 있다’이다. ‘돌아갈 수 없다’는 의견은 우리의 기후 시스템이 특정 임계점을 넘어선다면, 그동안 우리가 알던 기후가 아닌 전혀 다른 기후 시스템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춰 기온을 낮추더라도 우리는 전혀 다른 기후 환경에서 살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승기 연구원

‘돌아갈 수는 있다’는 기후가 그래도 일정 부분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이다. 최근 연세대학교 안순일 교수 연구팀이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산화탄소 농도를 90~2000년대 수준인 367ppm에서 4배 증가시킨 뒤 다시 대칭적으로 감소시켰다. 실험 결과, 기후가 회복되는 속도는 지역마다 차이가 컸고, 회복이 되더라도 20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배출된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서 사라져도 이에 대한 영향은 매우 장기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김승기 연구원은 “인간의 수명을 100년으로 본다면 이 정도의 스케일의 변화는 우리에겐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춰 기온을 낮추면 기후가 일정 부분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을 뒷받침해주는 연구 그래프.
(왼쪽 그래프 설명 : x축은 이산화탄소 농도, y축은 기후 상태로 이해하면 된다. 빨간 선을 따라 증가했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더라도 같은 이산화탄소 농도일 때 결국 △χ만큼의 차이를 갖게 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낮아져도 △χ만큼 다른 기후가 도래한다는 것.)
 
 

기후 회복 속도, 지역별 편차 커

기후가 회복되는 속도는 지역별로 차이가 컸다. 회복이 느린 취약 지점들을 살펴보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인도 북부와 그린란드 등이었다. 대부분 적도 지역에 위치한 지역들이거나 극 지역에 위치한 곳이었다. 연구팀은 각 지역별로 기후가 돌아오는 속도를 관성을 빗대어 설명했는데, 적도 인근에 위치한 지역들은 관성이 커 기후 회복이 상대적으로 늦은 것으로 분석했다. 해양이 대부분인 남반구는 열에 느리게 반응하는 해양의 특성 때문에 기후가 늦게 돌아오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북반구 지역의 관성이 큰 이유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연구팀은 설명했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기후 회복에 취약한 지점들
(Hotspot으로 표시된 지역이 기후 회복에 취약한 지점들)

 
적도 지역이 취약한 이유 중 한 가지는 강수 패턴의 변화 때문인데, 이는 열대수렴대가 남하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시리즈 2번째 기사인 [취재파일] 탄소중립, 목표 달성하면 기후 돌아올까, 거꾸로 되돌린 이산화탄소 시리즈②에서 다룬 바 있다. 결국 기후가 돌아오는 속도는 지정학적인 요인에 따라 다른 것이지만, 애석하게도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은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이 기후가 더 느리게 돌아올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 회복 늦은 남극해

위 그림의 Hotspot들을 보면 그린란드와 남극해도 있다. 그린란드가 기후 회복이 늦는 이유는 대서양자오면순환(AMOC,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을 예로 들 수 있다. 대서양순환은 적도에서 북대서양으로 열을 수송하는 역할을 하는데, 현재는 약해진 상태로 열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 상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더라도 꽤 오랜 기간 회복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린란드의 기후 회복 속도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극해는 조금 다르다. 남극은 해양과 대기가 굉장히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곳이다. 특히 남극의 남위 50도 지역, 즉 남극해의 북쪽은 강한 서풍이 불어 용승*이 일어나는 지역이다. 이 용승으로 해양에 쌓인 열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게 되는데, 온실가스 증가로 해양에 쌓인 열이 매우 많아 남극해는 온실가스 감축 이후에도 수백 년 동안 대기 중에 열을 방출하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남극해의 기후 회복 속도가 느린 것은 이런 작용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남극해의 느린 기후 회복 속도는 이 자체를 넘어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열은 90% 이상 해양에 저장된다. 이런 열들은 온실가스가 감소하면서 서서히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이러 이유로 해양이 많은 남반구는 북반구보다 온도가 느리게 떨어지고, 남북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가 앞서 언급한 열대수렴대 남하를 유발하고, 전 지구 대기 순환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이렇게 바뀌어버린 대기 순환은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기후가 연평균 관점에서 회복이 된 지역이더라도 장마나 한파 등 계절적으로 큰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극해의 느린 기후 회복 속도는 이런 현상에 더 기여할 수 있다 점에서 다른 지역보다 큰 의미가 있다.

결국 우리 지역에 기후가 상대적으로 빨리 회복된다고 해서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무시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선진국에 살든, 개발도상국에 살든, 극 지역에 살든, 우리는 지구라는 하나의 시스템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용승 : 바람에 의해 표층 해수가 다른 쪽으로 흐르면, 이를 채우기 위해 해양 하층에서 상층으로 해수가 보강되는 현상.
 
<참고문헌>
“Widespread irreversible changes in surface temperature and precipitation in response to CO2 forcing” Soong-Ki Kim, Jongsoo Shin, Soon-Il An*, Hyo-Jeong Kim, Nari Im, Shang-Ping Xie, Jong-Seong Kug & Sang-Wook Yeh, nature climate change(2022), doi.org/10.1038/s41558-022-0145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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