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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지율과 감찰은 핑계가 될 수 없습니다

[취재파일] 지지율과 감찰은 핑계가 될 수 없습니다
요즘 대통령실 참모들의 한숨이 부쩍 늘었습니다. 20% 후반~30% 초반을 오가는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 그리고 최근 대대적으로 진행 중인 고강도 감찰 때문입니다. 취임 초만 해도 대통령실 분위기는 지금과 전혀 달랐습니다.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는 성취감, 대통령실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됐다는 자부심이 참모들의 얼굴에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연이어 터져나온 각종 의혹과 떨어지는 지지율. 감찰 대상이 돼 하루가 멀다 하고 짐을 싸는 동료들을 보면서 앞날을 걱정하고 자책하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국정 쇄신의 동력으로 인적 개편이 계속 진행되면서 참모들은 대통령 지지율이 자신들의 안위와 직결된다고 느끼는 듯합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일정 하나가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자들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참모들도 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책임 있는 한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장기 과제 중 우선순위를 꼽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금처럼 낮은 지지율이 계속된다면 3대 개혁은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3대 개혁은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한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말합니다. 이 관계자는 "가장 많이 언급되는 연금 개혁은 총선을 앞두고 있어 거센 저항을 뚫고 추진하기 더더욱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3월까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재정 추계 결과를 제출합니다. 국회 연금특위는 이 결과를 토대로 논의를 거쳐 내년 하반기 연금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2024년 4월에 실시되는 차기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입니다. '지지율이 낮으면 개혁은 어렵다'는 말 속에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의지는 읽을 수 없었습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계속되는 감찰에 일을 할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집권 초엔 주말, 휴일 없이 대통령실이 직원들로 가득했는데, 요즘은 일요일 오후가 되면 사무실이 텅 비어있더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시키는 대로 일한 비서관급 이하 실무진만 두드려잡는다"며 "결정하고 지시한 수석비서관들은 왜 책임지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토해냈습니다. 감찰과 본연의 업무는 분명 별개인데, 감찰 때문에 일이 안 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국정 운영의 정점인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참모의 책임감은 엿볼 수 없었습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국민의 뜻이고 둘째도 국민의 뜻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9일 출근길 문답에선 "대통령실은 국가에 대한 헌신적인 자세와 업무 역량을 최고도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말한 '국민의 뜻'과 '헌신적인 자세', '최고도의 업무 역량' 등은 앞서 언급한 일부 참모들의 모습과는 분명 다를 겁니다.

이제 겨우 100일이 지난 정부지만, 벌써 10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총선이 끝나면 그만큼 개혁을 추진할 시간도 줄어듭니다.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감찰은 추석 전 마무리된다지만 김대기 비서실장이 밝혔듯 비서실 쇄신은 5년간 계속됩니다. 낮은 지지율과 대규모 감찰은 대통령실 참모들의 핑계가 될 수 없습니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분골쇄신' 하는 대통령실의 변화를 기대합니다. 그게 국민의 뜻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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