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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한인회 · 중국 지방정부 힘 합쳐 전세기 띄워

8월 28일 오후 3시 40분 인천공항을 출발한 하이난 항공 소속 A330 여객기가 2시간 뒤 중국 저장성 항저우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승객은 163명. 이 중 158명이 한국인입니다. 이들이 타고 온 여객기는 정기 항공편이 아니라 저장성 이우한인회가 마련한 전세기였습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항저우공항에 도착한 전세기

한국발 중국행 항공권 '하늘의 별 따기'…전세기 띄워

중국은 여전히 고강도 방역 정책,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한국발 중국행 항공권을 구입하는 건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일주일에 한국에서 중국 전역으로 가는 여객기가 25편에 불과할 정도로 항공편이 워낙 적은 데다, 이마저도 언제 취소될지 모릅니다. 중국은 중국에 도착한 국제선 여객기에서 일정 수의 코로나19 환자가 나오면 해당 여객기의 운항을 중단시킵니다. 이렇다보니 힘들게 항공권을 예약하고도 출발 직전 해당 여객기의 운항이 취소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미·중 갈등도 항공권 대란에 부채질했습니다. 중국이 방역 조치 등을 이유로 중국발 미국행 직항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자, 미국 역시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발 중국행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습니다. 때문에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경유해서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국발 중국행 항공권이 품귀 현상을 빚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 틈을 놓칠세라, 일부 여행사들이 그나마 시중에 나온 항공권도 매점매석하면서 항공권 가격은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입니다. 생업이나 학업 때문에 어떻게든 중국에 가야 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이만저만 큰 고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 이우시 정부, 비자 발급·격리 호텔 비용 지원

이우한인회는 이우시 정부와 여러 차례 교섭을 통해 전세기를 띄우기로 했습니다.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이우시에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도시 전체가 봉쇄되는 바람에 한 차례 전세기 취항을 미뤄야 했습니다. 이우시의 코로나19 상황이 진전되면서 마침내 하늘길이 열렸고, 교민들은 항저우를 거쳐 무사히 이우시로 들어왔습니다.

한국 교민들이 전세기를 타기 전 인천공항에서 촬영한 사진


이번 전세기 취항에는 이우시 정부의 도움도 컸습니다. 이우시 정부가 나서 한국 교민들의 비자 발급을 도왔습니다. 저장성 정부 명의로 초청장을 보낸 것입니다. 또, 항저우에 도착한 교민이 이우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방역 버스 10여 대를 무상 지원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10일간 교민들이 지낼 격리 호텔의 비용도 이우시 정부가 전액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격리 호텔은 시내 최고급 호텔로 지정됐으며, 한국인들을 위해 식단도 중식이 아닌 한식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우시 정부가 제공한 버스 10여 대가 항저우공항에 대기하고 있다.

이우시 정부의 이런 조치에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국인에 대한 중국 당국의 호의와, 지역 경제를 살려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이번에 전세기를 타고 온 한국 교민 중 상당수는 소상공인들입니다. 이우시 외사판공실 우단 주임은 "중·한 수교 30주년을 맞아 많은 한국 친구들이 전세기를 타고 이우시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양국의 경제·무역 협력을 촉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우시 정부는 전세기를 타고 온 한국 교민들에게 환영의 뜻을 밝혔다.

"2년 만에 중국 방문, 재기의 기회"…"한·중 관계 발전 바라"

전세기를 타고 온 교민들은 현재 격리 호텔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들은 큰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다고 전해 왔습니다. 호텔과 식사 모두 맘에 든다고 합니다. 이 중에는 방향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최해관 대표도 있습니다. 무역업을 15년 넘게 해 오고 있는 최 대표는 코로나 사태로 2년 동안 중국에 오지 못했습니다. 중국 비자를 발급 받기가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사이 중국에 있는 사업장은 철수해야 했고, 중국 거래처가 끊기고 부자재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매출은 70%가 줄었습니다.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고 합니다. 최 대표는 격리가 끝나는대로 중국에 사무실을 다시 열어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번 전세기 운항과 이우시 정부의 지원이 우리 같은 소상공인에게 큰 힘이, 재기의 기회가 됐다"고 최 대표는 말합니다.

이우한인회 김완수 회장

이우한인회 김완수 회장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코로나19 재확산, 방역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과 중국이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쳐 진행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하나 같이 한·중 관계의 발전을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새 정부 들어 한·중 관계를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도 많지만, 민간 차원에서, 지방 정부 차원에서 '조용하면서도 의미 있는' 협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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