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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재명의 절대방패 vs 한동훈의 제일검

[취재파일] 이재명의 절대방패 vs 한동훈의 제일검
"깡패가 부패 정치인의 뒷배로 주가를 조작하고 기업인 행세를 하면서 서민을 괴롭히는 걸 막는 게 국가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왜 그렇게 막으려고 하는지 저는 오히려 되레 묻고 싶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2년 8월 29일
 
"검찰과 경찰이 정치에 개입하고 정치에 영향을 주고 특정 정치세력의 정치적 이익에 복무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가장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 2022년 8월 3일

 두 정치인의 화법은 거침이 없습니다. 사자성어를 인용하는 법도 드뭅니다. 직설화법으로 과녁을 찌릅니다. 닮은 듯 전혀 다른 두 사람은 간헐적인 장외 설전 뿐 아직 정식으로 맞선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권 두 진영은 이미 두 사람의 세계관을 반영해 작동되고 리모델링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한때 전직 대통령 2명을 구속시킨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필두로 한 검찰의 수사역량에 대해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조국 사태' 이후 찬사는 드라마틱하게 비난으로 바뀌었습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민주당 지지층의 공세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권을 거머쥐는 데 적지 않은 동력이 됐습니다. 특수통 검사 출신의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검찰 특수부 검사들도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일개(?) 검사장에 불과했던 한동훈은 일국의 법무부 장관으로 등극했습니다. 민주당은 한 장관의 탄핵까지 거론하며 여전히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집권여당은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이 통과됐을 때 이재명 대표와 소속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민주당의 술책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도 대선이 끝나면 흐지부지되는 게 관례였지만 윤석열 정부의 인사를 보아하니 이재명 대표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 같다는 위기감이 검수완박 법안 강행으로 귀결됐다는 겁니다. 여권은 한동훈 장관에 대한 야당의 분노는 두려움의 또 다른 표현 방식이라고 해석합니다. 한때 보수층에게 적군이던 '조선제일검'을 아군으로 만나보니 민주당의 심정을 알겠더라는 겁니다. 민주당이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한 것 역시 이재명 대표를 총선 때까지 오롯이 지키기 위해 절대방패를 선물해준 거라는 겁니다.
 
 반면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장관을 검찰주의자로 규정합니다. 검사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한 엘리트 집단이며 검찰이 국가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직접 수사권을 통해 정치인들을 제압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정치가 아닌 칼로 국가를 지배하겠다는 발상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우려합니다. 시행령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드라마틱하게 복원시킨 것도 검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 수사권 복원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한동훈 장관에겐 명분이 필요했고 가장 그럴싸한 타깃이 이재명 대표라고 야권에선 분석합니다. 이재명 대표에게 심각한 부정부패 정황이 드러나서가 아니라 일단 저인망식 수사로 탈탈 턴 다음 수사정보를 흘려 망신을 주고 각본대로 범죄혐의를 덧씌워서 재판에 넘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표를 재판에 넘기면 야권은 분열될 거고 구심점이 사라진 혼란스러운 야당의 정치인들을 각개격파할 거라고 우려합니다. 시행령 입법예고는 한 장관의 정치공작을 위한 <제일검>을 다시 손에 쥐어준 거라는 겁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상식과 공정한 법집행'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보복수사'라고 맞서며 서로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습니다. <제일검>과 <절대방패>의 격돌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판단은 국민의 몫이지만 누구의 승패를 떠나 대한민국이 다시 <제2의 조국 사태>라는 처절한 소용돌이에 휩싸이진 않을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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