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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인플레가 재점화한 원가 공개 논란, 실익은?

매장 열자마자 길게 늘어선 줄, 명품에서나 보던 오픈런이 대형 마트 치킨 매장에 등장했습니다.

1마리에 6천 원에 팔아도 남는다는데, 이렇다 보니 2만 원짜리 프랜차이즈 치킨 너무 비싼 거 아니냐, 도대체 원가가 얼마냐,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고물가가 쏘아 올린 원가 공개 논란, 또다시 뜨겁습니다.

원가라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때까지 드는 비용을 말합니다.

재료비에 인건비, 각종 경비, 여기에 임대료, 세금에, 요즘에는 배달이 대세라서 배달 수수료에 포장비까지.

아까 치킨값의 경우에 대형 마트들은 임대료나 배달비, 그리고 본사 마진 이런 것들이 빠지기 때문에 가능한 가격이라고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죠.

원가 산정 방식을 놓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는 이유입니다.

원가 논란, 이뿐만이 아닙니다.

세수 부족을 감수하고 유류세를 대폭 깎아줬는데 실제 주유소 기름값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고 정유사는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하니까 '횡재세', 즉 초과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던 2011년과 흡사합니다.

당시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 발언에 정부는 원가 구조를 뜯어봤는데, 결국 정유사 폭리의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기름값의 절반에 해당하는 세금 비중이 컸고, 원유를 수입해서 휘발유, 등유, 경유 이런 여러 석유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구조라 개별 원가 계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유사들의 주장이었습니다.

마치 소 1마리 사료 먹여서 키우는 비용하고 판매가를 비교하면 마진은 나오는데, 등심, 안심, 갈빗살 각각은 원가 책정이 어렵다는 것이죠.

통신비도 단골 주제입니다.

가계의 휴대전화 요금 부담이 커지자 원가 공개 요구가 커졌죠.

통신사들은 영업기밀이라고 반발했지만, 2018년 대법원은 이통사에 요금 산정 관련한 원가를 일부 공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분양 원가 공개 논란도 여전합니다.

최근 SH는 서울 5개 지구의 건설 원가를 땅값, 토목 건축비, 인건비 등으로 공개했는데, 건설사들은 공공주택의 원가를 민간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원가 공개 논란, 왜일까요?

우선 인플레이션이 큰 배경입니다.

실질소득은 줄고 지갑도 얇아져서 서민 고통이 가중될수록 정책당국은 원가 공개 시도에 큰 유혹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기업들에 대한 불신도 한몫하죠.

원자잿값이 오르면 힘들다고 가격 올리면서 내리면 원상 복귀하는 경우를 한 번도 못 봤다는 불만입니다.

조 단위 이익을 기록한 정유사와 통신사, 영업이익률이 높아지는 치킨 프랜차이즈, 모두 돈을 많이 남길 때 논란이 커졌습니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은 커지는데 은행들은 막대한 이익을 올리니까 대출 금리 원가 공개 법안이 발의되는 것도 같은 배경이죠.

특히 전기, 물, 가스 같은 공공재 원가를 공개하듯이 공공성이 부각되는 필수 소비재들, 그리고 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독과점 성격의 업종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결국 원가 공개 논란 뒤에는 경쟁을 유도하고 우회적으로 압박해서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목적은 달성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쉬운 수준입니다.

기름값은 원가 분석이 실패했고, 통신비도 일부 공개라서 한계가 있었고요, 분양 원가도 공공의 공개가 민간 분양가를 낮추는 효과를 봤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부당한 경영 간섭이다, 투명한 정보 공개다, 충돌은 여전한데요,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잦아들고 있지 않아서 논란은 다른 소비재로 확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 : 이호건,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황인석·조창현, 영상편집 : 하성원, CG : 엄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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