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뉴스쉽] 우크라이나 전쟁 반년…이 전쟁은 언제 끝이 날까?

[뉴스쉽] 우크라이나 전쟁 반년…이 전쟁은 언제 끝이 날까?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국제 유가가 오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 망이 회복되지 않아 경기가 둔화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물가와 경제성장 변수로 떠올라 통화 정책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어느 순간 '우크라이나 전쟁'은 관용 표현처럼 쓰이고 있다. 불과 반년 전, 정확히는 2022년 2월 23일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삶의 터전이 끔찍한 전쟁터가 될 줄 몰랐을 것이다.

2월 24일 새벽. 러시아가 쏜 포탄에 군사 시설뿐 아니라 집과 학교, 산부인과 병원, 유치원은 폐허가 됐다. 전쟁을 피해 사람들은 이웃 나라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업고 폴란드 국경을 걸어 넘어온 여성, 엄마와 헤어진 채 작은 보따리만 들고 피란 길에 오른 어린이, 전쟁 통에 잃어버린 아이와 국경에서 만나 오열 하는 엄마의 모습은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21세기의 참혹한 전쟁'이 유럽의 한복판에서 벌어질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전쟁이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 예상한 사람들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뉴스쉽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8월 24일로 6개월이 됐다. 이 날은 우크라이나가 1991년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지 31주년이 되는 독립기념일이기도 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의 참혹한 현실은 점점 잊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고통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6개월을 짚어본다.

전쟁 6개월…한반도 크기가 러시아 영토로

지난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TV 대국민 연설을 통해 특수 군사작전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권으로부터 멸시와 인종학살을 당한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새벽 4시 50분. 러시아는 예상했던 돈바스 지역에 대한 공격작전이 아닌 우크라이나 영토의 북부, 동부, 남부에 전력을 투입하며 공격을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전면전을 시작해 하루 만에 수도 키이우까지 진격하며 속전속결을 예고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격에 4월부터는 동부 돈바스로 전선을 좁혔고, 러시아는 대규모 포병전으로 요충지를 하나씩 손에 넣었다. 현재 러시아가 차지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전체의 22%인 12만㎢(한국 면적 10만㎢)다.

뉴스쉽 이미지
뉴스쉽 이미지

수많은 민간인과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 만 명은 고향을 떠났다. 반년 간 삶의 터전을 잃고 집과 고향을 떠난 우크라이나 민간인은 1천 만 명이 넘는다. 2차 세계대전 후에 가장 많은 숫자다. 이 가운데 절반에서 3분의 2는 지금 타국에서 기약 없는 피란 생활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1991년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지 31년이 된 24일은 공교롭게도 러시아의 침공 6개월이 되는 날이었다. 전쟁은 끝나기는커녕 확전 양상이다. 최근 푸틴의 정치적 이념의 스승인 알렌산드르 두긴의 딸 두기나의 차량 폭발로 인한 죽음을 두고, 러시아는 보복을 예고했다. 러시아는 24일 우크라이나 중남부 드니프로 지역의 기차역을 포격해 민간인 최소 25명이 숨졌다. 동북부 수미주와 중서부 흐멜니츠키주에도 미사일이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군도 러시아군의 공격을 저지하며 반격했다. 남부 자포리자주에선 차량 폭발 게릴라전으로 러시아 당국자 1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는 개전 초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려 했다. 하지만 협상은 중단됐고, 전쟁은 장기화하고 있다.

반년의 전쟁이 남긴 기록

전쟁이 길어지면서 인명 피해는 계속 늘고 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21일 기준) 전쟁에 희생된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5587명이며 부상자는 789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뉴스쉽 이미지
두 나라 군의 전사자는 2만 5천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지난 22일 우크라이나군 전사자가 9천 명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전사자 수를 공개한 건 지난 4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3천 명이 숨지고, 1만 명이 다쳤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처음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러시아군 전사자가 최소 1만 5천 명으로 추산했다. 우크라이나군 쪽은 러시아군 전사자가 4만 5천 명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쉽 이미지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금까지 투입한 전쟁 비용은 3100억 달러(약 414조 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올해 예산(604조 원)의 3분의 2가 넘는 액수다. 매일 2조 3000억 원을 전쟁터에 쏟아 부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경제 인프라 피해액은 1천83억 달러(약 142조 원)다. 우크라이나 싱크탱크인 키이우경제연구소와 우크라이나 당국이 조사한 전쟁 피해 규모에 따르면 (8월 2일 기준) 12만 9천900개의 주거용 건물이 파괴됐다. 도로와 교량, 공항같은 교통 인프라의 피해액은 316억 달러(약 41조 원)로 집계됐다. 전쟁으로 자동차 10만 5천200대, 농기계 4만 3천700대, 유치원 764곳, 상점 1천991개, 문화 시설 634개가 파괴됐다. 교육 시설 2천217곳, 의료 시설 903곳, 사회복지 시설 89곳 등이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경제 인프라 복구를 위해서는 1천850억 달러(약 242조 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했다. 복구 금액의 40%에 해당하는 753억 달러(약 99조 원)는 주택을 건설하는 데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지난달 4일 스위스 루가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국제회의'에서 전쟁으로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경제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7천500억 달러(약 982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모든 전쟁은 어린이를 향한다

러시아의 집중 공격을 받은 마리우폴에 살았던 8살 소년 예고르의 일기장엔 참담한 전쟁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길에 쓰러져 있는 시체와 불타는 건물, 총을 든 군인들과 탱크 위 위로 날아다니는 헬리콥터. 8살 소년이 그린 일기에는 전쟁의 참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뉴스쉽 이미지
▲ 5월 4일(현지시간) 마리우폴 소년 예고르가 쓴 일기. 출처 / 예브게니 소스노브스키 페이스북

마리우폴을 사랑하는 예고르는 일기에 '2월 24일 이후로 개 두 마리와 할머니 할리아, 사랑하는 마리우폴이 죽었다'고 적었다. 어떤 날엔 '잘 잤다. 일어났다. 미소 지었다'라고 썼지만, 포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3월 25일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적었다. 다음날 일기엔 '등에 상처가 났고, 누나의 살갗이 찢어졌다. 엄마는 머리를 다쳤는데 다리에도 구멍이 나있다'고 쓰여 있었다. 일기는 마리우폴 사진작가 에브게니 소노브스키에 의해 발견됐다. 이 내용을 보도한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예고르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뉴스쉽 이미지
▲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동부 소도시 차플리네 기차역 주변이 폐허로 변했다. 출처/ 우크라이나 국방부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 25명이 숨졌다. 사망한 민간인 중에는 11살, 6살 아이도 있었다. 부상자 가운데 가장 어린 아이는 2살이었다. 전쟁의 포탄은 어린이라고 비껴가지 않았다. 유엔아동기금은 8월 1일 기준 민간인 사상자 가운데 어린이 사망자가 348명, 부상자는 560명이라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숫자만 이 정도다.
2월 27일(현지시간) 마리우폴 내 병원 의료진이 러시아 군 포격으로 다친 소녀를 옮기고 있다. 출처 :AP통신
▲ 2월 27일(현지시간) 마리우폴 내 병원 의료진이 러시아 군 포격으로 다친 소녀를 옮기고 있다. 출처 / AP통신

"모든 전쟁은 아동에 대한 전쟁이다" 100년 전 세이브더칠드런을 만든 창립자 에글렌타인 젭(Eglantyne Jebb)이 남긴 말이다. 전쟁은 가장 약한 존재에게 가장 잔인하다. 약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죽고, 살아남아도 더 오랫동안 고통 받는다. 국제구호개발 NGO월드비전은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정신 건강 위기를 우려하는 글로벌 보고서 '우크라이나 아동의 정신 건강 위기: 노 피스 오브 마인드(NO PEACE OF MIND)'를 펴냈다.

월드비전은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공포가 150만 명의 아동들에게 불안과 우울증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아동들을 위한 정신 건강과 사회적 지원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지 않으면 정신적 상처가 성인이 되어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15년 내에 정신적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공포에 질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아이들, 밤새 우는 아이들, 다양한 무기 이름을 시도 때도 없이 말하는 아이 등 난민 캠프 현장에서 만난 실제 사례가 담겼다.

지난 4월 15일 루마니아의 수도 부크레슈티 북역의 난민 보호소에서 기자와 만난 14살 리자는 포탄이 터지던 날의 기억을 생생히 기억해 냈다. "작지만 평화로웠던 우리 마을에 군인들과 탱크가 들이 닥쳤어요. 집 밖에서 폭발음이 매일 들렸어요.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게 아직도 믿기 지가 않아요". 인터뷰 내내 리자는 떨리는 양 손을 모으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위기 대응 총책임자인 캐서린 그린은 "전쟁으로 인해 아이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불안감을 포함한 다양한 정신 장애에 대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분쟁에 영향을 받은 인구의 22%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정신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입해 본다면 약 450만 명의 사람들이 해당할 것이고, 그들 중 150만 명은 아동이며,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뉴스쉽 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어도 삶은 계속된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은 계속 이어진다. 우크라이나의 인접국 루마니아의 남부도시 이삭체아는 너비 800m의 다뉴브강을 사이에 두고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많을 땐 하루 2천여 명이 이곳을 통해 루마니아로 피란했다. 지난 5월 전쟁 3개월 이삭체아에서 우크라이나행 배를 기다리는 긴 줄에는 대부분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들이었다. 국방의 의무 때문에 나라 밖으로 나오지 못한 남편을 두고 아이만 데리고 나온 여성들이다.

그곳에서 만난 시니아는 돌이 채 안된 아들과 함께 두 달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참이었다. "폭격에 놀라서 아이만 업고 루마니아로 떠나왔어요. 근데 다시 집으로 돌아 가려고 합니다. 남편과 부모님이 우크라이나에 있어요. 위험해도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요."
뉴스쉽 이미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난 16일까지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 1115만 639명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 반 년 간 우크라이나 국민 4명 중 1명은 고향을 떠나 나라 밖으로 탈출한 것이다. 이 가운데 이웃 나라 폴란드로 떠나온 사람이 554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역시 인접국인 루마니아로 104만 명이 떠나왔고,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로 피란한 사람들이 각각 119만 명, 104만 명이었다. 루간스크주와 도네츠크주에서 러시아로 이동한 우크라이나 주민들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민간인들을 대피시켰으며, 강제 송환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타국 생활을 이어갈 수 없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다시 되돌아간 사람들도 많다. 떠나온 사람들 중 476만여 명은 우크라이나로 다시 돌아왔다. 서부 후방 도시 체르니우치에는 현재 4만 7천여 명, 르비우에는 14만 명의 난민이 생활하고 있다. 르비우시는 '언브로큰 프로젝트'를 통해 임시·영구 주거 지원과, 부상자 의료·교육 서비스, 중소기업 이전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피란민들의 재활과 자립을 돕고 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더 많은 난민이 후방 도시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많은 도시들의 난방 시스템이 파괴돼 겨울을 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뉴스쉽 이미지
▲출처 / 스타니슬라브 세니크 트위터

아름다웠던 도시는 전쟁의 포화로 잿빛이 됐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우크라이나의 고등학생들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심을 배경으로 졸업 사진을 찍었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북동부 체르니히우 지역의 3개 학급 학생들은 최근 특별한 사진을 찍었다. 불타버린 대형 마트와 폐허가 된 거리, 폭격 당해 앙상한 철골만 남은 기숙사를 배경으로 졸업 사진을 촬영한 것이다. 촬영은 현지 사진작가 스타니슬라우 세닉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세닉은 "사진은 역사"라며 "5~6년 뒤 이 아이들도 아이를 낳을 거고, 후대 사람들은 우리에게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땠는지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 사진에 참여했던 캐서린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쟁은 우리의 휴일을 빼앗아 갔고, 유년 시절도 파괴했어요.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는 걸 사진을 통해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초토화'된 건 러시아가 아니라 유럽 경제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곧 무너진다던 러시아 경제는 굳건히 버티고 있다. 반면 유럽 경제는 심각한 침체다. 로이터통신은 분석 기사를 통해 1년 전만 하더라도 5%에 가까운 회복이 예상됐던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 변수를 마주하면서 경기 침체가 임박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영국은 주요 7개국(G7) 중 최초로 지난달 두 자릿 수(10.1%)의 물가 성장률을 기록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난방과 식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거나, 둘 다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연방은행의 요하임 나겔 총재는 "올 가을 물가 상승률은 10%대일 것이며, 이는 70년 만에 최대치"라고 밝혔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6월 9.1%, 지난달 8.5%로 고공 행진 중이다. 역대급 인플레이션에 에너지 공급 부족, 여기에 더해 이상기후 등이 겹치면서 유럽인들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될 전망이다.

뉴스쉽 이미지
천연가스 가격은 1년 새 11배 수준으로 뛰었다. 지난 22일 네덜란드 천연가스교역센터(소유권양도시설. TTF)의 선물 가격은 1MWh 당 장중 295유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22일 27.6유로와 비교하면 10.68배 올랐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수출을 추가로 줄이면 유럽의 침체 고통은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5월 18일 유럽연합(EU)은 2027년까지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을 줄이고,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할 수 있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이 19일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 정비를 이유로 유럽 가스 공급을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당장 가스 소비를 15%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천연가스에 의존도가 높은 비료 생산의 대부분이 멈췄고, 유럽의 알루미늄과 아연 제련 역량도 절반이 줄었다. 겨울 연료 비축을 위해 독일 베를린은 야간에 200여 개 역사 기념물과 시청 건물을 비추던 조명을 껐다. 뮌헨도 시청에 온수를 공급하지 않고, 밤에는 분수대도 끄기로 했다. 스페인은 2023년까지 난방 온도는 최고 19도, 냉방은 최저 27도로 제한했다.

이에 반해 러시아 경제는 건재하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쟁 초반에만 해도 러시아 경제가 오랜 기간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러시아는 여전히 건재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서방의 제재가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경제에 큰 피해를 입힐 거라는데 많은 경제학자들이 동의하지만, 단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전쟁 초반 폭락했던 루블화 가치 역시 비교적 빠르게 회복했고, 실업률도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러시아 경제는 매달 석유와 가스 수출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 들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 하고 에너지 위기까지 심해지면서 유럽 국가 내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지난 6월 유럽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유럽국제관계협의회(ECFR)가 유럽 10개국 시민 8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35% 이상이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러시아에 일부 양도해서라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 러시아를 패배시켜야 한다는 응답자는 22%에 그쳤다.

푸틴, 여전히 "우리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서방 각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을 하면서도 불어 닥친 위기에 '이제 좀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눈치를 주고 있지만, 러시아는 더 강경하게 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3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비 나치화'를 위한 '특별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국영 언론과 강경파는 두기나 차량 폭발 사건을 두고 즉각적인 보복을 촉구하며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에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굳건한 지지율이 있다.
뉴스쉽 이미지

지난 12일(현지 시각) 타스통신은 전러시아여론조사센터(브치옴)이 지난 1~7일 러시아인 1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전주보다 0.5%포인트 상승한 81.3%를 기록했다. 푸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78.3%였다. 전쟁 직전 60%대였던 푸틴의 지지율은 전쟁 이후 계속 70~80%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결과를 발표한 브치옴은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이라 결과를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 국민들이 전쟁 시작 전에는 3명 중 2명, 현재는 6명 중 5명 꼴로 자신의 응답에 대한 반향이 두려워 여론조사에 응답하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BBC는 당국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러시아인 의견에는 명확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여론 통제를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언론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 아닌 '특수 작전'으로 표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전쟁에 반대하는 의견을 보도할 경우, 이를 '가짜뉴스 유포'로 규정하고 최대 징역 15년 형에 처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다.

젤렌스키 "크름반도 되찾겠다"…국민 "우리가 이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14년 러시아에 의해 강제 점령됐던 크름반도를 탈환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름반도의 반환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회의인 '크름 플랫폼'의 개회사에서 "모든 것은 크름반도에서 시작됐고, 크름반도에서 끝낼 것"이라며 "크름반도를 러시아의 점령에서 해방해야 한다. 이것이 세계 법과 질서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본토도 뺏기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러시아의 지배를 받는 크름반도를 탈환하겠다는 이야기는 어떤 의미일까?
뉴스쉽 이미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우크라이나 무인항공기가 크름반도 러시아 흑해 함대 사령부를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9일에는 크름반도 사키 군 비행장 폭발로 러시아 군용기 9대가 파괴됐다. 16일에는 잔코이 임시 탄약고에 화재가 났다. 19일에도 벨베크 공군기지 주변에 수차례 폭발이 있었다. 외신은 흑해 함대 항공 전력이 절반 정도 손상됐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공격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크름반도 탈환 선언이 사실상 공격의 배후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이 이어질 경우 크름반도가 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러시아는 2014년 흑해의 전략적 요충지인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국제법상으로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지만, 러시아는 크름반도에 흑해함대를 주둔시켰다. 이번 전쟁에서 크름반도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남부 거점 역할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크름반도 탈환' 선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뉴스쉽 이미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생각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크라이나 국민 10명 중 8명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회복하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크라이나 국민의 64%는 이번 전쟁 후 우크라이나가 1991년 독립 이후 국제적으로 인정된 모든 영토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크름반도까지 되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응답자의 14%는 2월 러시아 침공 이전 우크라이나의 통제 하에 있던 영토를 되찾을 수 있다고 답했다. 여기엔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동부의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주, 남부의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대부분 지역이 포함된다.

이들의 응답을 합치면 우크라이나 국민의 78%는 러시아가 침공하기 전 영토를 회복하거나 크름반도까지 되찾는 등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볼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91%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5월 조사 결과와 비교해 13%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27~28일 실시했으며,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름반도와 도네츠크, 루한스크 지역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어떻게 끝날까?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 탈환을 공식화한 가운데 서방국가들은 추가 지원에 나섰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독립 기념일인 24일 29억 8천만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방침을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단일 지원 규모로는 최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우리는 크름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병합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모든 군사 경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 지원 발표 하루 뒤 러시아는 군 병력 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 병력을 기존보다 13만 7천 명 많은 115만 628명으로 정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개정된 대통령령은 내년 1월 1일 발효된다. 점령지 영토 편입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점령지 주민들에 일회성 현금을 지원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와 자포리자, 하르키우, 헤르손 지역의 6~18세 자녀가 있는 가정에 1만루블(22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러시아 정부는 점령지에 친러 지방 정부를 세우고, 러시아 교육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러시아의 영토 편입 과정으로 보고 있다.

조만간 점령지 합병을 위한 주민 투표가 실시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24일 "러시아가 투표 결과를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합병을 원하는 것으로 조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투표가 빠르면 이번 주말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크름반도에서도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합병했으며 한 달 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주민투표를 실시해 러시아 지원 반군 지역의 독립을 선언했었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란 전망은 거의 없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6월 "전쟁이 여러 해 이어지는 데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1953년 휴전 이후 종전에 이르지 못한 한반도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주제네바 러시아 대표부 겐나디 가틸로프 대사는 21일 "현재로선 두 나라의 외교적 접촉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분쟁이 얼마나 더 장기화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구성·편집 : 장선이 / 콘텐츠 디자인 : 옥지수, 박수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