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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스위스처럼 존엄사 허용?…반대 목소리도

<앵커>

최근 '조력 존엄사 합법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받는 말기 환자가 의사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치는 걸 허용하자는 법안인데,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진송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43살 김경태 씨는 CRPS, 즉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김경태(43)/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 : (왼팔) 통증이 불에 타는 듯 계속 올라가요. 가스레인지나 뭐 이런 데 계속 타는 듯한 느낌으로. 그러다 보면 필름이 끊기는 거죠, 기절해요.]

마약성 진통제 등 매일 20알 넘는 약으로 버티며 9년째 투병 중인 그는 3년 전, 안락사를 돕는 스위스 비영리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김경태(43)/'스위스 안락사 단체' 회원 : 극한의 고통을 계속 느끼고 평생을 살라고 하는 것은 지옥과 다름없거든요.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저 스스로 제 죽음을 선택한다면 그것도 자기결정권이나 행복추구권의 하나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올해 초 스위스행을 계획했던 김 씨.

치료제 개발을 기다려보자는 주변의 만류로 실행은 보류했습니다.

스위스에서는 의사조력자살이 1940년대부터 합법화돼 있습니다.

[실반 룰라이/스위스 안락사 단체 : '디그니타스' 공동책임자 : 한국인 회원은 100명 정도입니다. 그들 모두 의사조력자살을 신청하지는 않아요. (단체 설립 이후) 24년 동안 3명의 한국인이 저희를 통해 의사조력자살을 했습니다.]

지난 6월, 국회에 의사조력자살을 '조력존엄사'로 명명하고, 이를 허용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안규백/민주당 의원 :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는 이런 환자가 내 삶의 결정을, 스스로 끝내겠다고 이렇게 판단하시는 분들한테 결정권을 부여하는 겁니다.]

종교계 등에서는 즉각 "생명 경시를 조장한다"며 반대 목소리가 나왔지만,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자"는 찬성 여론도 만만찮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초 여론조사에서는 "합법화 찬성"이 80%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존엄한 죽음을 위해 어떤 정책이 우선돼야 하느냐"고 질문을 다르게 한 이달 초 다른 조사에서는 '의사조력자살 합법화'를 꼽은 응답은 10%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작 시급한 건 간병 체계나 호스피스 확충"이라는 의료·복지 전문가들의 지적과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허대석/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 (우리나라는 현재) 임종하는 1년에 한 30만 명 중에 그 (호스피스) 서비스의 혜택을 받고 있는 분이 10%도 채 안 돼요.]

[김명희/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 :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실현될 수 있는 그런 환경, 그다음에 그런 제도, 이런 것들이 (우선) 마련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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