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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카톡방 팝니다" 투자 사기단 돕는 범죄 서비스 등장

<앵커>

카카오톡 채팅방에 여러 사람을 초대한 뒤에 어디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이는 사기 범죄가 최근 끊이지를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 결과, 범행에 쓰이는 채팅방을 전문적으로 만들어주는 일당이 있었습니다.

신용식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4월, 60대 자영업자 A 씨는 한 카카오톡 채팅방에 초대됐습니다.

"투자로 돈을 불려주겠다"는 초대자의 말.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돈을 벌었다는 대화가 오가자, A 씨도 점점 믿게 됐습니다.
카톡방 사기

[A 씨/피해자 : 거기(카톡 대화방) 있는 사람들이 체험을 하고 또 수익을 올리고 수익 올린 거를 캡처해서 통장에 (돈이) 들어온걸 이렇게 보여주니까 저는 믿게 됐죠.]

수차례에 걸쳐 총 6천500만 원을 입금한 A 씨는 결국 이 돈을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투자 사기단을 추적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기단이 범행에 사용한 카톡 채팅방을 누군가로부터 사들인 정황을 포착한 겁니다.

계좌와 IP 추적, 잠복 수사를 벌인 경찰은 1년 5개월 만에 대포폰을 활용해 카카오톡 채팅방을 팔아 온 일당 17명을 붙잡았습니다.

이들은 투자 사기단 범행을 돕는 일종의 '범죄 서비스'를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추적이 힘든 선불 유심칩으로 카카오톡 계정을 생성한 뒤, 해당 계정으로 범행에 쓰일 채팅방을 만들어 투자 사기단에 방 하나당 8만 원을 받고 넘긴 겁니다.

이렇게 범행에 사용된 선불 유심칩과 카카오톡 계정만 각각 약 3만 8천 개, 범죄수익은 37억 원에 달합니다.

경찰은 이 일당에 대해 '사기 방조'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현행법상 이들에게 적용할 다른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장윤미/형사전문변호사 : 입법 미비로 사기 방조죄로밖에 처벌할 수 없는 게 현실인데 방조범은 감경 사유이기 때문에 실효적인 처벌 또한 어려워 보입니다.]

카카오 측은 카톡 채팅방 범죄를 막기 위해 자동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대포폰을 이용한 범죄까지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범죄 수익을 빼돌리는 대포통장 판매 일당도 검거됐습니다.

이들은 실체가 없는 유령 법인 31개를 등록해 대포통장 70개를 만든 뒤 투자 사기단에 팔아넘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대포 통장 일당 25명은 사기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박기덕, CG :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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