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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는 남산 힐튼 호텔…1세대 건축유산의 명암

<앵커>

서울 남산 밀레니엄 힐튼 호텔이 결국 올해 문을 닫게 됐습니다. 이 호텔처럼 우리 현대 건축의 대표적 유산으로 꼽혀온 오래된 건물들은 주인이 바뀔 때 몇 차례 위기를 맞곤 했는데, 힐튼 재건축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1세대 현대 건축유산들을 되돌아봤습니다.

이주형 기자입니다.

<기자>

구순의 노건축가가 잠시 고국을 방문해 서울 남산을 찾았습니다.

40년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짙은 청동빛의 힐튼 호텔.
힐튼 호텔

20세기 대표 건축가 미스 반 데 로에의 제자이자 동료였던 김종성 건축가가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사장의 요청을 받고 귀국해서 설계했습니다.

[김종성/힐튼호텔 건축가 : 국제적으로 한 손에 꼽는 거장 밑에서 공부를 했고 거기서 닦은 도량을 펼쳐 본 건축이 바로 힐튼입니다.]

지금은 구하기 힘든 자재를 써서 최고 장인들이 매만진 아트리움과 남산을 안 듯 살짝 꺾은 날개 디자인, 외관을 알루미늄 커튼월로 마감한 힐튼은 철근 콘크리트 일색이었던 한국 건축에 혁신의 바람을 몰고 왔습니다.

[최욱/건축가, 삼일빌딩 개·보수(리노베이션) : 그 당시 대부분의 호텔들이 외국 사람에 의해서 설계됐잖아요. 특히 일본 사람들. 그런데 힐튼 호텔은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서 서양의 모더니즘을 제대로 구현한 예에 속할 것 같아요.]

IMF 때는 미셸 캉드쉬 총재가 묵으며 구제금융협상안에 서명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는 북한 조문단이 머물렀으며, 연말이면 크리스마스 트리 명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83년 준공된 힐튼 호텔은 올 연말 영업을 종료하고 재건축에 들어갑니다.

주요 문제 중 하나였던 호텔 직원 고용 문제도 지난주 타결됐습니다.

건축계를 중심으로 보존 여론이 일고 있지만, 건축물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더딘 데다가 1조 원 넘는 돈에 호텔을 산 기업의 재산권 행사 명분 앞에 공론화는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에는 힐튼호텔 외에도 1세대 현대건축가들의 유산이 있습니다.

김중업이 설계해 1970년 준공된 한국 최초의 마천루 삼일빌딩은 2년 전 원형을 살리면서 리노베이션해 현대적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역시 김중업의 걸작 주한프랑스대사관은 너무 낡아서 철거가 검토되기도 했지만, 프랑스 측의 결단으로 리모델링 중입니다.

김수근의 공간사옥은 매각 위기에 처하자 문화인들의 탄원 속에 문화재로 등록되고, 2014년 갤러리로 재개관했습니다.

노건축가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절충안을 제시합니다.

[김종성/힐튼호텔 건축가 : (다 철거하지 말고) 중요 부분인 아트리움하고 메인 어셈블리 (기본 골조)의 외벽은 놔두면서 자기네들이(소유주) 추구하는 연면적이 있거든요. 그걸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죠.]

(영상취재 : 정성화·황인석, 영상편집 : 김경연, CG : 조수인, 화면제공 : 김중업건축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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