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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보 의혹' 신성식 압수수색…한동훈 검찰의 역습?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지난 2020년 7월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으로 이동재 기자가 구속된 다음날 한 지상파 언론사는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기자가 공모한 스모킹건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관련 의혹을 제기하기로 공모했다는 내용인데 유 이사장이 정계 은퇴를 했다거나 수사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겁니다.

다음날 한동훈 검사는 허구이자 창작이라며 허위정보를 제공한 수사기관 관계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해당 방송사는 오보를 인정하고 서둘러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언론사가 취재했다고 알려진 수사기관 당사자가 누군지는 당시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한동훈 검사장은 당시 신성식 중앙지검 3차장을 지목했지만 당사자는 사실이 아니라며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최근 신성식 법무위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문제의 녹취록을 확보해 제보 당사자가 신성식 법무위원이라는 걸 확인한 걸로 보입니다. 복잡한 사건이 아닌만큼 머지않아 사건의 실체도 규명될 것 같습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채널A 사건'에 올인한 이성윤 검찰

2020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채널A 사건 보도 이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규모의 수사팀을 구성합니다. 수사팀은 이정현 1차장 산하 형사부에서 수사했지만 충원된 검사들은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상당부분 충원돼 10명 안팎의 검사들로 운영된 걸로 알려집니다. 당시 검찰은 이례적으로 차장 협의체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2차장이었던 이근수 현 제주지검장을 제외하고 이정현 1차장과 신성식 3차장, 김욱준 4차장이 매일 채널A사건과 관련한 회의를 열며 수사 방향을 논의한걸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검찰 내부에선 서울중앙지검이 채널A 사건 수사에 사활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차장 협의체 협의를 거쳐 당시 신성식 3차장은 전준철 반부패2부장을 검언유착팀에 파견보낸 걸로 전해집니다. 이동재 기자 구속영장 범죄사실을 정리해 이 기자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성윤 검사장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후 검찰 인사에서 전준철 반부패 2부장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1부장으로 특급 영전을 하게 됩니다.
 

신성식 '채널A 사건' 잘 알고 있었다…'허위 발언' 미스테리

앞서 언급했든 신성식 3차장은 주임검사였던 정진웅 형사1부장을 지휘하진 않지만 이른바 차장 협의체를 통해 채널A 사건 수사 흐름을 인지하고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특히 전준철 당시 반부패2부장을 통해서 별도의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궁금증이 생깁니다. 신성식 3차장이 제보자라면 왜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기자에게 알려줬냐는 겁니다.

이동재 기사 구속 직후 채널A 사건 수사의 다음 목표는 한동훈 검사장이었습니다. 이 기자가 구속된 만큼 한 검사장에 대한 기소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부각된 상황이었으니 한 검사장이 연루된 의혹은 당시 법조기자들은 한 검사장의 혐의와 연루 의혹을 집중취재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차장검사들을 상대로 집중취재를 벌였을 겁니다. 일각에선 검언유착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취재의욕을 위축시키려고 하지만 사실 기자가 취재원을 만나고 얘기를 듣는 과정은 지극히 정상적입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관련 의혹을 제기하기로 공모했다는 제보 내용은 녹취록에도 들어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럼 팩트가 아닌 신성식 3차장은 최소한 검찰 내부의 추리와 상상의 영역의 내용을 여과없이 기자들에게 언급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허위사실 공표가 명예훼손이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검사가 용감하게(?) 거짓말을 마치 사실처럼 기자에게 전달했다는 건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그러고도 몇달뒤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은 국정감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2020년 국정감사 당시 제보 당사자가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전혀 관련이 없다. 기자들에게도 확실하게 해명했다"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제보자가 신 검사장이 맞다면 국정감사에서 고의로 위증한 셈입니다.

검찰 (사진=연합뉴스)
 

'오보 의혹 사건' 검찰은 왜 2년 넘게 뭉갰나?

최근 이뤄진 검찰의 압수수색은 형사고소가 들어간 지 2년 2개월 만에 이뤄진 첫 강제수삽니다. 그전까지는 문재인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로 알려진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전 검찰국장이 사건이 배당된 서울 남부지검 검사장으로 재직했습니다.

'오보 의혹 사건'은 사건 구조상 수사가 복잡하지 않습니다. 보도한 언론이 이미 오보임을 사과한 만큼 보도내용의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불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제보 당사자가 누군지 특정하는 것, 오보를 제보한 동기가 뭔지를 규명하는 2가지만 남습니다.

이미 피해자인 한동훈 검사장이 제보 당사자로 신성식 검사장을 지목한 만큼 신 검사장에 대한 수사에 집중한다면 기소든 불기소든 2020년 안에 수사는 마무리됐을 겁니다.

그럼 왜 이정수 심재철 검사장은 이런 단순한 사건을 2년 동안 뭉개고 있었던 걸까요? 심재철 검사장은 지난 5월 이임식에서 "평소 강조하는 '공정한' 정의, '관대한 정의'를 부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검찰은 그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 라며 "권력과 검찰이 한 몸이 된 거 아닌가 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가능할지 걱정하는 국민들도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권력과 검찰이 한 몸이 된 거 아닌가..정치적 중립이 가능할지 국민들이 걱정한다고 후배 검사들에게 우려를 남긴 걸 보면 심재철 검사장은 확실히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심 검사장 재임 기간 동안 수사 결과를 내지 못한 건 역시 설명이 어려운 미스터리입니다.

새정부 출범 이후 검찰에 사의 표명을 한 검사들 가운데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검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형사사건에 연루돼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 사표는 수리되지 않습니다. 공직에서 물러나기 전에 소명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다는 건 부끄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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