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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스트] 김정은 등장에 눈물 '뚝뚝'…우는 화면 많은 북한 TV 대해부

북한이 지난 18일 코로나19 방역 작전에 투입됐던 군의관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코로나19는 종식됐다는 게 북한 주장이잖아요. 그래서 그동안 고생했다고 이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는데요. 이날 눈물을 흘리는 참석자들, 굉장히 많았습니다. 몇몇은 김정은 총비서 등장 때부터 눈시울이 붉어졌고요. 복받치는 듯 격하게 흐느끼거나 눈물을 뚝뚝 흘리는 참석자도 있었습니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부른 자리가 감격스러워서였을까요. 그동안의 고생이 생각나서였을까요. 사진 찍을 때는 더 격정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북한 행사에선 이런 눈물 장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노출한다 보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북한 매체에 등장하는 주민들의 눈물, 주로 어떤 상황에서 포착되는지 살펴봤습니다.

먼저 이 군의관들 사례처럼 최고지도자가 나서서 고생했다고 치하할 때가 한 범주가 되겠고요. 두 번째는 노동당이나 지도부에서 주민들에게 뭔가를 줄 땝니다. 지난 6월에 황해남도 해주에서 장티푸스 같은 수인성전염병까지 발생했었거든요. 이때 북한 매체가 김정은 개인 약품까지 털어서 주민들에게 보냈다고 했는데, 이거 받아든 주민들 또 눈물을 흘렸습니다. 코로나19든 다른 병이든 우리로선 정부 지원 받는다고 이렇게까지 반응하지는 않잖아요. 역설적으로 저런 상황에서의 눈물은 북한 의료 환경이 열악하다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번엔 2년 전 황해북도 금천군에서 열린 새집 입주 행사 때로 가볼게요.

"김정은 원수님 오늘 새집을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주민들은 태풍 때문에 살림살이며 집이며 다 잃고 빈손이 된 상황이었는데, 그만큼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합니다. 북한 지도부 입장에선 수해 복구를 통해서 민심을 다독인 효과를 거둔 거고요. 세 번째 상황은 최고지도자 건강상태나 노고가 언급될 때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올 초 20킬로그램 정도 감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정원이 보고한 적이 있는데, 그때 주민 인터뷰 중에 이런 게 나왔습니다.

"지난해 6월 북한 주민 인터뷰 우리 사람들이 제일 그저 가슴 아파하는 것은 나부터도 경애하는 최고지도자 동지께서 수척하신 모습을 볼 때 우리 인민들은 제일 가슴이 아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말합니다.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고요. 또 북한이 코로나19 종식 선언하던 날, 김여정은 오빠가 아팠다는 식으로 이야기했거든요.

[김여정 / 북한 노동당 부부장 (지난 10일) : 고열 속에 심히 앓으시면서도 자신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인민들 생각으로 한순간도 자리에 누울 수 없었던 원수님과..]

코로나19에 걸린 건지 아닌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만, 그건 별개로 하고요. 이때도 참석자들 울먹거리는 모습 많이 보였습니다. 네 번째는 북한 주민이 아니라 최고지도자가 우는 상황입니다. 김정은이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보인 적 여러 번 있긴 합니다만, 2년 전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로 가보겠습니다.

[김정은 총비서 (2020년 10월) : 우리 인민군 장병들이 발휘한 애국적이고 영웅 적인 헌신은 누구든 감사의 눈물 없이는 대할 수 없는 것들 입니다 연설을 지켜보던 참석자들 군인, 주민 할 것 없이 곳곳에서 울음을 터뜨린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몇 가지 상황들로 나눠서 살펴봤는데요. 일단은 체제와 분리해서 설명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 공통 분모로 꼽힙니다. 주민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일과 관련된 눈물은 북한 매체가 딱히 조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체제와 관련된 것이라고 해도 전부 꾸며낸 울음이다, 연기다, 이렇게 볼 수도 없겠죠. 김일성, 김정일 사망 때 자신도 눈물을 흘렸었다, 이런 얘기하는 탈북민들 실제로 많이 있고요.

[이철은 / 북한 보위부 출신 탈북민 : 저도 울었죠. 북한에 있을 때는. 김정일이 죽었을 때라든지.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교회가서 우시는 분들 꽤 많잖아요. 그것처럼 북한에서 그 사람을 신이라고 하니까.]

북한에서는 일단 다른 세계를 모르고 북한 주민들이 오직 김씨가 있어야지 북한이라는 것이 운영이 되고 북한 주민들이 산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시대에는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감성적인 접근을 특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좀 덜하긴 했지만, 김정은이 스킨십 행보하는 것도 이런 차원입니다. 그러니까 당국의 선전선동이 역할을 하긴 하지만, 북한 사회 안에서 그런 것들이 나름대로 작동하면서 주민 감정을 건드린다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또 북한 당국 입장에서 보면, 체제 결속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눈물 장면만한 게 사실 없거든요. 이런 이해관계까지 결부되면서 눈물 장면들이 부각되고 또 재생산되는 구조인 셈입니다.

(기획 : 정윤식 / 영상취재 : 이승환 / 편집 : 정용희 / 제작 : D콘텐츠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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