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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오리지널] 부르면 옵니다, 버스가?!!! '수요응답형 버스' 직접 타 봤습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호출하면 내가 있는 곳 근처로 오고 또 목적지 근처에 내려주는 교통수단? 콜택시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바로 '수요응답형 버스'입니다. 이름도 생소할 수 있는 이 '수요응답형 버스'는 말 그대로 수요가 있는 곳에 응답하는, 호출을 하면 그 근처로 가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 근처에 내려주는 버스를 말합니다.  

 경기도 파주 운정, 교하신도시를 누비는 '부르미 버스'도 이 수요응답형 버스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는 파주의 수요응답형 버스 '부르미 버스'를 직접 타봤습니다. 먼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후 제가 버스를 타려고 서 있던 곳을 출발지 위치로 설정하고 내리려는 곳을 목적지로 설정했습니다. 탑승할 인원 수를 입력하고 버스 '부르기'를 클릭하니 근처에 버스를 탈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해달라는 안내가 나왔습니다. 그 장소에서 버스를 기다린지 약 15분, 버스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미리 어플에서 버스를 호출했을 때 지정받은 좌석에 앉았고 버스 내 전광판에 호출한 계정 이름이 떴습니다. 버스 내에 비치된 안내문에서 버스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는데요. '콜을 받아 움직이는 콜택시형 버스'라면서 '돌아서 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내비게이션으로 운행한다'는 안내가 돼 있었습니다. 왜 돌아가는 일이 생길까요? 어플의 AI가 합승도 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날도 그랬습니다. 승객 2명이 이미 타고 있는 상황에서 취재진이 버스를 탔는데, 버스는 승객 2명의 목적지로 바로 가지 않았습니다. 인근에서 한 승객이 또 버스를 불렀기 때문입니다. 버스의 이동 경로는 현장에서 수정돼 먼저 새 승객을 태우고 이동을 하게 됐습니다. 

 현재 파주 운정, 교하신도시를 도는 이 수요응답형 버스는 모두 10대입니다. 버스 이동거리와 상관없이 성인 1450원의 요금을 내고 타고, 다른 대중교통과 환승도 됩니다. 이 버스를 시민들은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요? 이날 버스에 올랐던 파주시민 A 씨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바로) 갈 수 있어서 편하다"고 말했습니다. 일반 버스는 모든 정류장에 다 서는데, 이 버스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다만 A 씨는 "워낙 여유 있게 시간을 잡는 편이라서 제 입장에선 편한데, 출근하거나 퇴근하시는 분들은 쉽지 않지 않을까"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동 중 인근 승객의 호출로 인해 경로가 바뀌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시민 박미영 씨는 지역사회에서 방문 돌봄사업을 하고 있는 분이었는데, 아파트 단지들을 돌며 일을 하고 있어서 자주 이동을 해야 했습니다. "저한테는 자가용 같다"고 박 씨는 버스를 평가했습니다. 아이를 안고 버스에 오른 또 다른 시민 B 씨도 "신규 입주한 아파트에서 교통편이 아직 잘 마련이 안 돼 있다 보니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버스가 가능한 건 파주가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이라고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은 농어촌을 기점이나 종점으로 하는 경우이거나 대중교통현황조사를 통해 대중교통이 부족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을 운행하는 경우에 가능합니다. 파주 운정·교하 신도시는 후자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박한수 파주시청 대중교통과 시내버스팀장은 "최근 운정3지구 입주가 시작되면서 기존의 대중교통 수단을 보조하고, 기존에 있던 운정 1, 2 지구의 대형마트나 행정관청, 병원 등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2월 파주에 첫 운행을 시작한 수요응답형 버스를 현재까지 15만 여 명이 이용했다는데요. 당시 관련 업계, 특히 택시 업계는 반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이일재 경기도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파주시조합장은 수요응답형 버스를 가리켜 "택시 영업이라고 할 수 있다"며 버스의 운행 형태가 택시와 매우 닮아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 조합장은 "시내버스 요금을 받아가면서 합승으로, 운행 형태는 택시처럼 운행하고 요금은 시내버스 요금 받고. (수요응답형 버스가) 증차된다고 하면 그때는 이제 저희 조합원들이 피부로 영향을 많이 느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사실, 이 파주의 수요응답형 버스와 같은 서비스 형태가 서울 은평구에서도 시범사업으로 진행됐던 적이 있습니다. 승합차 형태도 같고, 어플로 호출하고, 원하는 장소에서 태우고 내려주는 형태도 유사한데, 이때는 '대형 승합택시' 자격으로 운행을 했습니다. 당시 법상 택시 합승은 금지돼 있었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 실증 특례를 받아 택시임에도 합승을 가능하게 했던 겁니다. 서비스 내용은 유사한데 이때는 택시고 지금은 버스였던 셈이죠. 어쩌면 택시와 버스의 장점을 모두 가진 서비스를 만들다 보니 생긴 일일지도 모릅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현재 농어촌 지역 등에서 공공형 택시 사업으로 이뤄지고 있는 이른바 '백원택시', '천원택시' 등 기존 형태 내에서 대안을 찾아달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경기도는 시민 만족도가 높다며 이런 수요응답형 버스를 확대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수원, 고양 등을 예비대상지로 선정한 상태입니다. 법적으로 농어촌 지역이나 대중교통 부족 지역에서만 도입할 수 있는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을, 그게 아닌 지역에서도 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 적용을 받게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현장에서 취재진이 만난 수요응답형 버스 기사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이야기들이, 어쩌면 우리가 새로운 과학기술의 개발로 도입할 수 있게 된 교통수단을 마주하는 데 있어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하는 지점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정말 활성화가 되면 제 생각엔 지선버스는 없어질 것 같아요. 굳이 지선버스가 있을 필요가 없거든요. 빈 차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 이 차가 계속 돌아다니면서 하면 되니까요." 이렇게 수요응답형 운송사업 서비스가 확대된다면 택시, 버스 등 기존 운송사업자들과의 상생 문제가 불거질 수 있겠죠. "타시는 분들만 타세요. 연세 드신 분들은 우선 앱을 활용 못 하시면 못 타시더라고요." 어플이라는 것이 서비스 이용의 허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많은 시민들에게 접근 가능한 방향이어야 한다는 점도 미리 고려해야 할 겁니다. 

취재 : 박하정 / 영상취재 : 신동환 / 편집 : 김초아 / CG : 서현중 성재은 / SBS Digital 탐사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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