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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세 모녀, 20년 넘게 빚 독촉 피하려 전입신고도 못해

<앵커>

수원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가 건보료가 체납된 게 확인된 후에 이들을 찾아다녔던 공무원들을 만나기만 했더라도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빚이 무서워 꼭꼭 숨어 우리 사회의 그림자처럼 살아야만 했습니다. 내가 신청하지 않으면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재 제도가 또 다른 복지 사각 지대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민준 기자입니다.

<기자>

세 모녀와 아버지, 큰아들 이렇게 단란하게 살던 다섯 식구에게 위기가 찾아온 건 지난 2000년쯤.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장이 부도가 나면서 일터와 집이 있던 경기도 화성을 떠나게 됐습니다.

[마을 이장 : 공장을 하셨고 그 뒤에도 다 공장이었고 그 옆에 통나무집 하나 있고. 그렇지 잘 살았지 옛날에. 이제 사채하고 이런 거 끌어 쓰기 전까지만 해도.]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큰아들은 친구에게 부탁해 가족들의 주소를 옮겼습니다.

빚 독촉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곳이 수원 세 모녀가 '서류상 주거지'로 등록한 곳입니다.

실제 살았던 곳은 아니지만, 어머님 이름으로 온 세금 체납 고지서가 꽂혀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곰팡이가 슬어있고 색도 누렇게 변한 걸 볼 수 있습니다.

사채까지 떠안은 아버지를 대신해 큰아들은 안 해본 일이 없었습니다.

[마을 이장 : 아들 택배하고 뭐 대리운전도 하고. 큰 아들이 다 먹여 살렸던 거지. 아주 착하지. 뭐라 그럴 수가 없지]

특별한 수입이 없었던 세 모녀는 20년 넘게 전입신고는 새로 못 한 채 주거지를 옮겨 다녔습니다.

2년 전 큰아들이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까지 운명을 달리하면서 극심한 생활고가 세 모녀를 덮쳤습니다.

16개월 동안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했고 집세와 생활비 부담은 커져만 갔습니다.

가족의 거듭된 불행 속에 국가나 사회도 이들의 손을 잡지 못하면서 이들의 비극은 쓸쓸한 죽음으로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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