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장 "문 전 대통령 사저 경호 강화 제안에 윤 대통령, 바로 경호차장 파견"

김진표 국회의장은 대통령 경호처가 경남 양산 평산마을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경호를 강화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께 관심을 가지고 경호처와 이야기해 현장의 사정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시는 게 좋겠다고 했더니 대통령이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다"고 전했습니다.

김 의장은 오늘(2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국회의장단의 만찬 내용을 설명하면서 뒷이야기를 공개했습니다.

김 의장은 만찬에서 "평산마을의 1인 시위가 점점 과격화하고, 어떤 사람들은 커터칼을 들거나 모의 권총을 가지고 위협하고 있어, 잘못하면 정치적 사고가 날 수 있다"며 "대통령경호법상 경호처장이 지정하는 경호 구역이 현재 100m인데, 너무 가까이 있다 보면 소음 피해만이 아니라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경호처장이 현장에 가서 그것을 넓히는 것을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윤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국회의장실 조경호 정무수석이 경호처와도 긴밀히 협의해서 그 아이더를 가져왔고, 제가 윤 대통령께 말씀드렸더니 바로 경호처 차장을 이튿날 파견해 조사하고 오늘 보도자료 형태로 발표했다"며 "그런 점에서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서너 가지 방안이 있었는데, 우선 빠르게 할 수 있던 것이 경호구역 확대"라며 "이 문제는 구체적으로 뭐라고 얘기를 하면 시위하는 분들이 거기에 대응해 (문제가) 가중되는 속성이 있어서, 일단은 경호처에서 운영을 해보면서 필요한 게 있으면 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의장은 개헌과 관련해서도 "정치가 국민에게 비전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 현실이나 발전된 시대 상화에 맞는 개헌 논의를 한번 시작하겠다고 하니 (윤 대통령이) 비교적 긍정적 반응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의장은 "제가 의장 직속 개헌 추진 자문위원회를 다시 만들어서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고 개헌에 관한 논의를 공개적으로 추진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라며 "정부로서도 개헌도 개헌이지만 선거법, 정당법과 같이 헌정제도를 시대와 변화된 정치상황에 맞게 고쳐주는 것도 함께 다룰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답했다고 김 의장은 전했습니다.

이에 김 의장은 "이미 정개특위에서 다뤄질 의제로 상정돼 있다"고 답했고 다시 윤 대통령은 "정부로서도 적극 호응하고 같이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의장은 여야 중진협의체와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는 4선 이상을 참석 대상으로 하되, 처음에는 5선 이상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다. 5선 의원이 여야 6명씩 동수이기 때문"이라며 "거기에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과 필요시 민생 현안을 다루는 상임위원장 등이 함께 참여해서 토론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께 이런 구상을 말하자 굉장히 관심을 표명하면서 '좋은 방안 같다'는 의견이셨다"며 "필요한 국무위원들을 출석시켜 참여하면 좋겠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김 의장은 올 정기국회 때 중진협의체가 가동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언제든 가동할 수 있게 마련돼 있어서 실제 구성해서 운영만 하면 된다"며 "가급적 운영되지 않고 여야 원내대표 간에 잘 협의가 돼서 이뤄지는 게 최선이지만, 그런 상황이 오면 정기국회라도 당연히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통령실에 가기 전에 부의장 두 분과도 의논했더니 대찬성이었다"며 "어제 저녁 여야 원내대표와도 의논했더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밖에도 만찬에서 윤 대통령과 국회의장단은 서민 대중교통비 부담 완화 방안, 세종시 제2집무실, 노동·연금·교육 개혁, 의회 외교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김 의장은 밝혔습니다.

김 의장은 서민 대중교통비 부담 완화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검토하는 소득공제보다는 중앙·지방정부 분담으로 직접 저소득층 교통비를 경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일부 참가자가 난색을 표하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은 "그런 방법은 한번 같이 협력하고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의장은 노동·연금·교육 개혁과 관련해서는 "(윤 대통령이) 충분한 국민의 숙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고, 국회가 그런 일에 앞장서달라고 했다"며 "노동 개혁은 지금처럼 노사정이나 경사연 등을 구성해 충분히 논의해 합의를 만들어가면서 해야만 갈등만 조장하고 아무 개선도 안되는 과거의 폐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오고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국회의장단의 만찬은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3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

김 의장은 "3시간여에 걸쳐 좋은 분위기 속에서 환담하며 정치 토론 성격의 대화를 가졌다"며 "거기서 나온 이야기를 거르지 않고 그대로 전하면 앞으로의 대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국회가 해야 할 과제를 중심으로 어제 저녁 여야 원내대표와의 의논을 거쳐 이를 중심으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