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트럼프 꿈나무' 위해 돈 쓰는 미국 민주당…미친 거?

'미국 공화당이 링컨당에서 트럼프당으로 변하고 있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평가입니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후보들이 당내 유력 주자들을 하나 둘 꺾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 1월 6일 미 의회 난입 사태 때 자신을 탄핵하는데 찬성했던 공화당 의원들에 대해 복수를 다짐했는데, 이게 현실화하면서 '트럼프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투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중간 선거가 뭐길래

미국의 현 상황을 설명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이슈인 미국의 중간 선거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간 선거'는 말 그대로 대통령 4년 임기 중간인 집권 2년 차에 치러지는 선거로 이 때 상·하원 의원들과 주지사, 주의원 등 공직자들을 뽑습니다. 그렇다 보니 시기상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대통령이 잘했다면 여당이, 못했다면 야당에게 유리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당장 좋은 평가를 받았느냐 못 받았느냐 보다 더 중요한 건 앞으로 남은 대통령 임기, 나아가 차기 대선까지 이 중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상하 양원 선거는 짝수 해 11월에 실시되는데 이 때 하원 의원은 전원, 상원의원은 3분의 1을 새로 선출합니다. 따라서 이 선거에서 여당이 패할 경우,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의회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고 국정 수행은 동력을 잃게 됩니다.

즉, 현직 대통령에게 중간 선거란 지난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이자,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의 정책을 계속 펴나갈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 셈입니다. 특히 대통령이 지금 바이든 대통령처럼 초선이라면, 다음 대선 가도에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됩니다. 여당이 참패할 경우, 본선에서 야당 후보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건 물론, 현직 프리미엄으로 손쉽게 통과할 수 있는 당내 경선조차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됩니다.

하지만 중간 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고 불릴 만큼 역대 대통령들에게 난제였습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민주당·공화당 할 것 없이 대통령 소속 정당이 이긴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1900년대 이후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당이 승리한 사례는 대공황 당시였던 1934년(프랭클린 루스벨트), 경제 호황이었던 1998년(빌 클린턴), 9·11 테러 직후였던 2002년(조지 부시) 등 단 3차례 뿐이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트럼프

이렇게 중요하고 또 여당에겐 쉽지 않은 선거인 만큼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총력을 기울이는 건 당연합니다. 반도체법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입법 성과에 목을 매고 9.11 테러의 배후였던 알카에다의 2인자 제거 성과를 알리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정치적 상황이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해 보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를 놓고 미국 내에서 논란이 벌어지게 된 이유입니다. '왜 지금이냐'는 겁니다.

도날드 트럼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를 누가 보다 잘 활용한 건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입니다. 그는 FBI가 자신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별장을 압수수색하자 이를 지지층 결집의 기회로 활용했습니다. 미 언론을 통해 백악관 기밀 서류 무단 반출이나 가족 기업 세금 문제 등 위법 정황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지만 트럼프 지지자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이를 바이든 정부의 '사법권 무기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정의 구현'이 아니라 '마녀 사냥'이란 겁니다.

이런 분위기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정치적 환경으로 작용했고 그가 복수를 다짐했던 '정적'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을 경선에 떨어뜨리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리즈 체니 의원은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 부통령의 딸로 2016년 의회에 입성한 뒤 손쉽게 3선을 달성한 인물입니다. 공화당 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직까지 올랐지만 트럼프 탄핵에 찬성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됐습니다.

지난 16일 치러진 와이오밍 주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체니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해리엇 헤이그먼 후보에게 더블 스코어 차이로 대패했습니다. 공화당 내 트럼프 지지층 상당수가 등을 돌린 걸로 보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소셜 미디어에 '미국을 위한 아주 멋진 결과'라고 적었습니다. 이번 경선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체니 의원의 대리전이라고 불릴 만큼 미국 내 관심이 컸는데 트럼프의 영향력을 확인시켜주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습니다.
 

극단적이어도 괜찮아? 민주당의 모순

재미있는 건 이렇게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공화당 경선전에서 민주당이 취한 태도입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를 잠깐 볼까요?
 
There's a growing reckoning in the Democratic Party over a strategy that isn't entirely new but is rather risky and at least somewhat unseemly: spending money in Republican primaries to try to nominate more extreme — and potentially more beatable — candidates.

민주당에서 전혀 새롭지는 않지만 꽤 위험하고 적어도 다소 꼴불견인 전략에 대한 평가가 고개를 들고 있다. : 보다 극단적인 – (그 전략이란) 잠재적으로 보다 물리치기 쉬운 – 후보들이 지명되도록 하기 위해 공화당 예비 선거에 돈을 쓰는 것.
 
쉽게 말해, 민주당이 본선에서 쉽게 물리칠 수 있는 후보가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그런 후보들(트럼프 지지자를 포함해 극단적 성향의 공화당 후보)에게 돈을 쓴다는 겁니다. 신문은 그 예로, 피터 메이저 후보를 상대로 공화당 경선에서 뛰고 있는 존 깁스 후보에게 민주당이 4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결정을 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게 됐다고 소개했습니다.

메이저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10명의 공화당 하원 의원 가운데 한 명으로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소신껏 행동한 정치인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건전한 공화 당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깁스 후보는 저명한 민주 당원들이 사탄 의식에 참여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2020년 선거 결과도 부인하는 인물로 민주당 입장에서 보자면 상식 밖의 인물입니다.

당시 민주당은 42만 5천 달러를 들여 '존 깁스와 도널드 트럼프는 웨스트 미시건에는 너무 보수적이다'라는 광고를 제작했고, 민주당의 의도대로 투표권을 갖고 있는 공화 당원들에게 깁스 후보를 선전해주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민주당이 공화당 예비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란 반발도 한몫 했던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깁스 후보는 경선에서 승리했습니다. 당시 이에 반발했던 민주당 하원 의원들은 혹시나 깁스가 본선에서 이길지도 모른다는 것보다 이런 행동이 주는 메시지를 걱정했다고 합니다.

신문은 이 전략에 반대하는 이유로 크게 2가지를 들었습니다. ①민주당 의도와 다르게 결과적으로 그런 극단적 후보들이 중간 선거에서 당선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②더 쉬운 상대라고 그런 식으로 돕게 되면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게 된다. 이어 이런 전략이 일부 효과를 본 사례가 있지만 그런 사례는 극히 제한된 샘플일 뿐 아니라 자칫 국가를 더욱 분열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딘 필립스 민주당 하원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불명예스럽고 위험하며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메이저 의원과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애덤 킨징거 공화당 하원 의원도 이런 행동이 "좋은 공화 당원"이 부족하다는 민주당의 불평을 공허하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기기 위한 게 선거 전략이라고 하지만 양당제인 미국에서 상대 당의 건강성까지 해쳐가면서 이기려 들면 결국 시스템 자체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집권이 목적인 게 민주주의 정당의 본질이지만 건전한 야당이 없으면 여당 또한 성공하기 어려운 게 민주주의 시스템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양당제에 가까운 우리나라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한 일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