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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소아마비 종식? '하수도 검사'로 밝혀야

3천400년 전 이집트 비석인데요, 오른쪽 다리가 가늘어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성인 모습이 그려져 있죠.

소아마비 환자 사진과 비교해 볼까요? 똑같습니다.

인류 역사 3천 년 넘게 수십 가지 이름으로 불리던 소아마비는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라는 사실이 불과 100년 전에야 밝혀졌습니다.

1940년대 소아마비 바이러스로 다리가 마비되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이 매년 50만 명을 넘었는데요, 이 공포의 병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백신 덕분입니다.

지속적인 백신 접종으로 미국은 1991년, 영국은 1994년 소아마비가 종식됐고요, 우리나라는 1966년부터 국가 기본 예방접종으로 시행해 2000년 9월 WHO로부터 완전한 종식 인정을 받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소아마비가 풍토병으로 남아 있던 아프리카는 2020년 근절됐습니다.

그런데 소아마비, 사라진 게 아니었습니다.

지난 6월, 영국 하수도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겁니다.

영국 보건국은 백신 미접종 어린이들에게 긴급 접종을 권고했는데요, 연달아 지난달 미국에서는 실제 청년 소아마비 환자까지 발생했습니다.

이 환자는 하지 마비 증세를 보였는데 설마 소아마비겠어? 하며 한 달 동안 원인 찾지 못하다 혹시나 해서 검사해봤더니 바이러스가 나와 비상이 걸렸습니다.

고작 환자 1명에 야단법석하는 것 아니냐고요?

소아마비 감염자의 95%는 무증상이라서 의학계에서는 진단된 환자 1명 뒤에는 최대 1천 명의 숨은 감염자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소아마비는 감염 2주 내 빠르게 전파되기 때문에 대유행 유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안전할까요? 이걸 알려면 소아마비 바이러스 종류를 알아야 하는데요, 원래 야생에 살던 게 있고 사람 몸속에서 변한 게 있습니다.

소아마비 백신은 살아 있는 바이러스로 만든 먹는 백신, 그리고 죽은 바이러스로 만든 주사 백신이 있는데 바로 먹는 백신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백신은 바이러스 독성을 약하게 만든 건데 면역력이 약한 사람의 장에서 10년 넘게 생존하다가 다시 독성이 있는 바이러스로 진화한 겁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나온 게 바로 이겁니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는 죽은 바이러스로 만든 주사제만 썼지만 그 이전에는 간편한 먹는 백신이 더 많이 쓰였습니다.

먹는 백신 많이 쓰인 1966년에서 2003년 출생자 중 면역저하자를 통해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고, 아니면 비행기 타고 영국, 미국에서 넘어올 수도 있는 겁니다.

미리 대비할 순 없을까요?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이번 코로나19의 공통점은 모두 박쥐에서 나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박쥐 속 바이러스를 조사하고 있는데 박쥐 종류가 1천400개가 넘고 종류마다 수천 가지 바이러스를 갖고 있어서 이 중에서 어떤 게 사람한테 전염될지 알아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하수도 분석입니다.

하수도는 인간에게서 나온 것들이 스며드는 곳이죠.

하수도 물을 분석하면 야생에 존재하는 수십만 종류 바이러스 중 소아마비처럼 사람에게 위협될 수 있는 걸 걸러내는 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근화/한양대 의대 미생물학과 교수 : 오수에서 사람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감염체 바이러스나 세균을 신속하게 알 수 있습니다.]

영국과 이스라엘은 이미 하수도 검사를 하고 있고 미국은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검사에 착수했습니다.

국내에서도 하수도 검사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획 : 이호건, 영상취재 : 정성화·박현철, 영상편집 : 윤태호, CG : 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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