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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일방적 구애'로 한일 관계 개선이 될까?

[월드리포트] '일방적 구애'로 한일 관계 개선이 될까?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주권 문제의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본 언론들은 윤 대통령이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과 관련한 해결안을 처음으로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외교적인 대립을 피해 보상하겠다는 대통령의 직접 발언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한국에 대한 의심 여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 내 분위기는 여전히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고, 언제라도 한국은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의심도 거두지 않고 있다. 어려운 한일 관계 속에서도 윤 대통령 당선 뒤 기시다 총리가 직접 축하 전화도 했고, 외무상이 취임식에 참석도 했다. 이 정도면 우리가 할 건 다 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과 관련해선 조금이라도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다. 지난 15일 윤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이후에도 그렇게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실행력을 보이라는 식(요미우리 사설)이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은 언제나 같다. '20%대 지지율이 나오면서 할 수 있겠어?', '언제나 지지율 떨어지면 한국 정부는 반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나'라는 비아냥 아닌 비아냥이다.

우리 정부는 이런 일본의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현금화는 막겠다'는 기치 아래 한국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 일본도 성의를 보여달라고만 하고 있다. 대법원 시계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상황에서 지난 정부에서 헤쳐 놓은 한일 관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은 알겠지만 이렇게 서둘러 처리할 일은 아니다. 대법원이 만약 현금화 사건을 이번 주 안에라도 심리불속행으로 끝내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를 대비한 '플랜B' 안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지만 해결할 수 있다고만 하고 있다. 지금 정부의 행동은 자국의 피해자들을 돕겠다는 것보다 화난 일본을 달래겠다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 관계 개선 안 돼

한일 관계

결과적으로 현금화는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본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최근 일본의 한 정치인이, 일본이 한국의 형님뻘로 한국을 지도해야 할 도량을 가져야 한다는 어이없는 말로 비판받았지만, 외교 관계는 기본적으로 대등한 것이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관계 개선이라고 한다면 이를 용인할 국민은 어느 나라에도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미 일본에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만큼 서두르기만 할 것이 아니라 페이스를 찾을 필요가 있다. 엄밀히 말해 급한 것은 우리가 아니고 일본이다. 일본 또한 한국에서 정권 교체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대통령과 주무장관, 대사까지 나서 꼬인 양국 관계를 해결하려고 나선 것에 대해 호응해줄 필요가 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약속을 지키는 것은 국가 간 기본"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선 아무런 진전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 관계가 다시 틀어진다면 이제는 쉽게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자신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있겠지만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처럼 '양보와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두 나라 관계 회복의 첫걸음이라도 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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