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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이미 '무의촌화' 진행 중…의사 · 시설 모두 부족

<앵커>

얼마 전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대형 병원의 간호사가 숨진 일을 계기로, 저희는 위기에 처한 우리의 응급 의료 체계 실태와 해법을 지난주부터 짚어보고 있습니다. 연속보도 오늘(16일)은 마지막 순서로 사람과 응급 의료 시설 모두 다 부족한, 지방의 현실을 살펴보겠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입니다.

<기자>

지난주 새벽 충북대병원에서 응급 제왕절개수술이 진행됐습니다.

[홍승화/충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 소아과 전문 교수 등 일제히 다 이제 나와서 수술을 시행했고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한 며칠 정도 입원했다가 결국에는 잘 회복됐습니다.]

당직 산부인과 전문의가 30분 만에 수술 방에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홍승화/충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 저는 샤워하러 들어갈 때도 휴대전화 들고 들어갑니다. 그 사이에 전화가 오면 안 되니까.]

인구 160만 명 충북에서 24시간 응급 분만과 제왕절개술을 하는 곳은 충북대병원 한 곳뿐입니다.

이곳도 젊은 의사의 발길이 끊겨 2명의 60대 노 교수까지 나흘마다 야간 당직을 섭니다.

18년 동안 이 분야 채용이 이뤄지지 않아 50대 홍 교수가 막내인 한계 상황입니다.

[홍승화/충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 막 피 터지고 이런 사람(임신부)이 엄청 많은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럴 때마다 저도 나도 그만둬야겠다는….]

산부인과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올해 신경외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한 전공의 중 60% 정도는 서울에 있습니다.

지방에서는 이미 필수 의료의 무의촌화가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태백산맥 동쪽 강원도와 경상북도 울진까지 맹장이 터졌을 때 야간에 수술하는 외과 전문의는 단 1명, 두 번째 환자부터는 원주나 대구로 이동해야 합니다.

실제로 지난주에도 응급환자가 이송 도중 사망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필수, 응급 의료 점검과 함께 지방에 대해서는 추가 대책이 절실합니다.

[이우용/대한외과학회 이사장 : 지역으로 내려가서 남부지방까지 가면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사실은 필수 의료 특히 외과계 필수 의료에 대해서는 지역 수가 가산을 해주셔야 합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김원배, 영상편집 : 박지인,CG : 이종정·최재영·반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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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의 응급 의료 실태를 취재해 온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와 이야기를 더 나눠보겠습니다.

Q. 의사 증원이 해법?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일부 단체가 주장했었죠. OECD 보고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 1, 2위는 오스트리아와 폴란드입니다. 각각 5.4명, 4.8명이고요. 일본은 2.5명 우리나라는 2.4명으로 평균보다 적습니다. 그런데 기대 수명, 암 치료 성적, 뇌와 심장 질환 치료 성적 보면 일본과 한국이 오스트리아·폴란드보다 좋습니다. 단순히 의사 숫자 늘리는 게 해결책 아니라는 거죠. 의사 수만 늘려서 필수 의료 성공한 나라도 없습니다.]

Q. 필수 의료진 증원은?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과거에 육사, 공사, 해사 졸업생들을 의대에 정원 외로 편입시켰던 적이 있습니다. 군 필수 의료진 보강하기 위해서였는데 신경외과, 외과 선택은 거의 없었고요, 대부분 피부과, 성형외과를 선택해서 폐지됐습니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억압하는 거라서 군도 못 한 일입니다.]

Q. '수가' 조정으로 극복?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수가, 즉 병원에 내는 돈인데요. 일단 정상화해야겠죠. 그래야 병원도 이 분야 의사를 뽑을 테니까요. 쌍꺼풀 수술하고 뇌 응급 수술 가격이 비슷한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하지만 수가를 올리면 국민이 내야 될 돈이 많아지겠죠. 이걸 최소화하려면 건강보험 적용 비율을 조정해야 하는 데 필수 의료는 더 높이고요, 감기 같은 덜 위험한 병은 낮추는 방안입니다. 또 하나 생각해 볼 게 건강보험은 그냥 놔두고요. 필수 의료를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처럼 정부가 따로 지원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Q. 필수 의료 재설계해야?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신생아 중환자실의 수가 올랐는데도 소아과 지원자 줄이는 것 막을 수 없었죠. 일본도 5년 전까지는 소아과 폐업 사태 겪었는데요. 소아과 모든 영역을 필수 의료로 지정하고 회복 중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시도마다 대형 병원에 권역 응급의료센터라는 게 있는데요. 응급 의학과 전문의는 3명을 뽑도록 규정이 있는데 신경외과, 외과, 산부인과는 없습니다. 필수 의료 전체에 대한 규정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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