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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EYE] 대통령과 권력 핵심의 MBTI식 황금비율은?

[깊은EYE] 대통령과 권력 핵심의 MBTI식 황금비율은?

고철종(논설위원)

작성 2022.08.15 09: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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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EYE] 대통령과 권력 핵심의 MBTI식 황금비율은?

MBTI 열풍, 갈등 낮추고 효율 높이려는 관심의 반영

성격유형 지표인 MBTI에 대한 관심이 청년층에서 중장년층까지 폭넓게 확산하고 있다. 최근엔 채용이나 결혼 시장에까지 적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연말에 한국리서치가 여론 조사한 걸 보면, 우리 국민의 절반 정도가 이 검사를 알고 있거나 해 본 적이 있고, 검사해 본 사람들의 83%가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답했다 한다.

MBTI가 이렇게 열풍인 이유는 뭘까. 세대를 막론하고 성격 차이에 따른 인간관계의 갈등이 가장 큰 고민이기 때문일 테다. 또 개인 입장에선 어떤 이와 엮이는 게 내 삶에 도움이 될지, 조직 입장에서는 어떤 성격유형들을 엮어주는 게 업무효율이 높아질 지에 대한 관심이 이유로 보인다.

어느 틈에 정치인들도 MBTI 열풍에 가세했다. 윤석열(ENFJ) 대통령과 오세훈(ENTJ) 서울시장, 원희룡(ESFP) 국토교통부 장관, 심상정(ENTJ) 의원, 유승민(ENFJ), 이낙연(ESFJ) 전 의원 등이 자신의 성향을 밝혔고, 이재명 의원은 특이하게 "해봤는데 내향형"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MBTI를 밝힌 이들은 "나는 정치를 위해 타고난 사람이다."란 걸 홍보하는 요소로 활용하는 듯하다.

조사의 신뢰성 논란이 없지 않지만, MBTI가 인간관계나 조직에서의 갈등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인적 조합이 목적이란 측면에서 참고할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MBTI의 목적성을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 권력의 인적 구성에 비추어보면 당장 느껴지는 바가 많아진다.
 

대통령의 캐릭터를 보완하는 인적 조합의 실종

일례로 들면, 윤석열 대통령은 ENFJ의 특성답게 사람 좋아하고 외향적·직설적이며 감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인적 조합으로 볼 때 외향적이고 직설적인 대통령에게는 조금 더 내향적이고 신중하며 분석적인 측근들이 어울릴 듯하다.

그런데 여당 수뇌부를 포함해 대통령 주변 인물들로 불리는 이들이 지금까지 보인 모습은 기대만큼 대통령의 성격적 빈틈을 보완하지 못했다. 대통령보다 오히려 더 사람 앞에 나서기 좋아하고 직설적이며 즉흥적인데다 감정적으로 행동하면서, 말실수나 경솔한 판단으로 수권정당의 신뢰도를 깎아 먹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 원래 이런 사람이야. 정치인들은 다 그래. 생긴 대로 할 테야!"라는 식의 행동은 대통령의 성격유형을 보완하기는커녕, 오히려 리더십 위기를 조장하는 역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구난방이란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는 "막기 어려울 정도로 여럿이 마구 지껄인다."는 뜻이다. 어쩌면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정치권력 핵심부의 모습을 표현한 말인 듯싶다. 상황이나 자신의 위치에 맞지 않게 질러 버리거나 튀려하고, 그것을 자제시켜야 할 사람들은 숨죽이고 있다.

지금 우리 국민은 권력핵심의 인적구성이 대통령의 성격적 장점인 솔직함과 추진력은 살리되, 다듬어지지 않은 솔직한 언사에서 나오는 위험은 줄여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힘들다면 인적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 정권 초기라 논공행상을 현실적으로 외면할 수 없다면, 권력의 중심부를 차지한 측근들이 스스로의 캐릭터를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억지로라도 바꿔야 한다.

덧붙여서 자기 확신이 강하고 직선적인 리더가 듣기 싫어하는 말도 요령 있게 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했던 에스퍼의 회고록에서 그 팁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독 주한미군 철수에 집착했다. 에스퍼는 그런 트럼프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집요하게 그것이 잘못된 결정임을 대통령에게 직언했다. 또 회의를 함께 하던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은 "재선 후 두 번째 임기 때 하시는 게 좋겠다."는 말로 트럼프 대통령을 띄워주는 척하면서 위험한 판단을 접게 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시너지 내는 인적 조합이 통치력의 근간

성격 궁합을 찾기 위한 국민의 MBTI 열기보다도 훨씬 더 치열하게 이뤄져야 할 게 대통령 주변의 인적 구성이다. 최고 권력자를 중심으로 그의 단점은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해서 전체적으로 시너지를 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잡음이 줄어들어 통치에 집중할 수 있고 국민도 편안해진다.

대내외적으로 몰아닥친 온갖 악재에 대응하기에도 시간이 촉박한 지금, 우리 정치는 여전히 잘못된 인적 조합의 파장 때문에 진을 다 빼고 있다.

반복되는 실수의 근저에는 교만이 깔려 있다. 교만은 공감 능력을 떨어뜨리게 한다. 국민과의 감정 괴리가 지금의 지지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소감으로, 부족한 자신을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준 국민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살피겠다고 했다.

초심을 지키겠다고 한 대통령뿐만 아니라, 참모들과 여권 수뇌부들도 대통령의 성정을 보완할 자신의 스탠스가 어디인지를 다시 한번 살펴야 한다. 50년 집권을 호언장담했던 민주당이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이유도 결국은 잘못된 인적 조합이 만들어 낸 국민과의 감정 괴리였다.

고철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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