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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낳을 곳이 없어요"…취약지 급증, 왜?

<앵커>

위기에 처한 우리의 필수 응급의료를 짚어보는 연속 보도 전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11일)은 산부인과 상황 짚어봅니다. 최근 10여 년 사이에 산부인과 수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지방에서는 출산을 위해 멀리까지 다녀야 하고 이런 문제 때문에 미리 제왕절개를 택하는 임신부도 있습니다.

유승현 의학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6만 3천 명이 거주하는 경기도 가평입니다.

읍내에 정형외과, 치과, 여러 병원이 있는데, 산부인과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A 씨/경기 가평군 거주 (최근 출산) : 춘천에서 어떤 분이 가다가 아기 낳았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요. (산부인과) 왔다 갔다 하면 기본 두세 시간은 걸리니까. 가다 아기 낳으면 어떻게 하나 싶고.]

가평에서 가장 가까운 산부인과 병원을 검색해봤습니다.

46번 국도를 타고 산과 강을 지나 30km를 달려야 춘천에 있는 산부인과 병원이 나옵니다.

[강원도 춘천시 산부인과 간호사 : 인제, 철원, 양구, 가평 그런 데서는 장거리 운전해서. 보통 한 시간 걸리는 경우도 많고, 간혹 오시다가 출산이 돼 가지고 오셔서 처치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남 구례 산모들도 40km를 이동해야 하는데, 길거리 출산이 걱정된 한 산모는 제왕절개 수술을 택했습니다.

[B 씨/전남 구례군 거주 산모 : 거리가 일단 멀고 언제 진통이 걸릴지 모르는 두려움이 있는 거예요. 고속도로를 30분 40분을 달려서 이걸 생각하니까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분만 병원은 2007년 1천27개에서 2020년 518개로 반 토막이 났고, 가평, 구례처럼 한 곳도 없는 시, 군이 48곳을 넘습니다.

이런 곳에 산부인과를 내면 독점 운영할 수 있는데도, 산부인과 전문의 92%는 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대부분 응급으로 이뤄지는 분만의 특성상 365일 대기해야 하는데, 혼자서 하다간 의료사고 위험성은 크고 보상은 적기 때문입니다.

[박중신/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 인력이 준비되고 대기 되어 있어야 하는 그런 여러 가지 비용들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분만이 발생할 때만 보상이 이뤄지는 것이죠.]

최근에는 산부인과 전공의 미달률이 24%까지 높아졌고, 중도 포기하는 전공의도 늘고 있습니다.

산부인과 학회는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적인 분만 의료사고라도 산부인과 의사에게 30%의 책임을 묻는 법이 주된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법적 부담을 합리적으로 줄여주고, OECD 38개 국가 중 가장 낮은 분만 수가를 현실성 있게 조정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 영상편집 : 박지인, CG : 손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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