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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착] '민족 시인' 이육사 친필 편지, 마침내 문화재 된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이육사, 청포도 -

 '청포도'와 '광야' 등의 시로 우리에게 알려진 민족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이육사(본명 이원록·1904∼1944)가 친필로 쓴 편지와 엽서가 국가등록문화재가 됩니다.

오늘(11일) 문화재청은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이 소장해 온 편지와 엽서 등 총 4점을 '이육사 친필 편지 및 엽서'라는 명칭으로 국가등록문화재로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육사는 경북 안동에서 출생해 1925년 독립운동단체 의열단에 가입해 독립운동을 펼치다가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돼 3년간 옥고를 치렀습니다. 그의 호 '육사'는 당시 수인번호 '264'를 따서 지어졌습니다. 

그는 중국 베이징대학 재학 시 중국 대문호 루쉰과도 교류했으며 일제강점기 신문과 잡지에 글을 발표해 항일 민족정신을 고취하다가 1944년 중국 베이징 일본 총영사관 감옥에서 순국했습니다. 

이육사 우편엽서 (사진=문화재청)
▲시인 신석초(본명 신응식)에게 보낸 이육사의 엽서

이번에 등록 예고되는 '이육사 친필 편지 및 엽서' 는 1930년대 당시 이육사가 일상적인 안부, 생활고에 대한 걱정, 건강을 기원하는 내용 등 자신의 근황 등을 담아 작성된 친척, 친구에게 보낸 친필 편지와 엽서입니다. 

이육사 우편엽서 (사진=문화재청)
▲ 친족 이원봉에게 보낸 친필 엽서 

"늘 폭풍 같은 나의 생활이야 별로 이상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번이야말로 십 년의 그리운 얼굴을 바람 같이 가서 꿈같이 만나고 또 번개 같이 떠나올 때 보내는 그대의 마음도 섭섭한 줄 알았다만은 떠나는 나의 마음은? 아니 떠나면 안 되는 나의 생활아! 이것을 현대인의 아니, 샐러리맨의 남 모르는 비애라고나 하여둘까?"
- 이육사가 1931년 11월 친척 이원봉에게 보낸 엽서 -

이육사가 1931년 11월 친족 이원봉에게 보낸 엽서에는 그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이, 1936년 7월 친구인 시인 신석초(본명 신응식)에 보낸 엽서에는 두 사람의 우정이 담겼습니다. 

이육사 한문 편지 (사진=문화재청)
▲ 친족 이상하에게 보낸 한문 편지

친족 이상하에게 보낸 한문 편지는 이육사가 '중외일보' 대구지국에서 근무하던 1930년 6월 6일 자 소인이 찍혀 있습니다.

이 편지에는 중외일보 대구지국 근무 시절 당시 그가 겪었던 생활 형편을 짐작할 수 있어 이육사의 인간적인 면을 파악할 수 있는 친필 자료로 귀중한 가치를 지닙니다. 

이 편지의 발신인에는 이육사가 작품 발표 시 썼던 것으로 알려진 '활'(活)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기도 합니다. 

문화재청은 '이육사 친필 편지 및 엽서'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문화재로 최종 등록할 방침입니다.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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