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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아닌 청년 안중근' 되살리다…'하얼빈'으로 돌아온 소설가 김훈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주영진 앵커
■ 대담 : 김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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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 아닌 청년 안중근' 되살리다…'하얼빈'으로 돌아온 소설가 김훈

근대 초입 일어난 비극…갈등 통해 역사 발전한다 생각
영웅 아닌 청년 안중근 '내면'에 중점 두고 집필

▷ 주영진/앵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 시대의 작가, 김훈 선생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훈/소설가: 반갑습니다.
 
▷ 주영진/앵커: 반갑습니다.
 
▶ 김훈/소설가: 김훈입니다.
 
▷ 주영진/앵커: 김훈 선생님은 이미 많은 분들이 많이 알고 계시죠. 광복절이 이제 며칠 안 남았습니다. 이번에 '하얼빈'이라는 책이 나오는 시기가 광복절하고도 묘하게 좀 맞물려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까지 생각하시지는 않으셨겠죠?
 
▶ 김훈/소설가: 그렇죠. 그것까지는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시기가 이렇게 맞물리게 됐군요. 참 뜻 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주영진/앵커: '하얼빈'이라고 하는 것, 얼마 전에 기자들 만나서 간담회 하신 기사도 제가 봤는데 원래 안중근 의사를 다룬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는 것을 언제부터 생각을 하셨던 거예요?
 
▶ 김훈/소설가: 대학교 다닐 때 안중근 신문조서를 읽었어요. 이것은 안중근 의사가 체포돼서 일본 검찰관한테 신문받은 조서죠. 그걸 읽어 보니까 거기에 정말 기가 막히게 비통하고 비극적이고 또 아름답고 또 희망적인 그런 세계가 거기 들어 있더군요.
 
▷ 주영진/앵커: 신문조서 안에?
 
▶ 김훈/소설가: 네, 신문조서 안에. 그래서 그거를 보고 '이걸 가지고 뭔가를 한번 해 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그 일을 못하고 있다가 50년이 지나서 비로소 했습니다.
 
▷ 주영진/앵커: 50년이 지나서.
 
▶ 김훈/소설가: 50년 후에 했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 신문조서는 어디, 신문기사에서 읽으셨어요 아니면?
 
▶ 김훈/소설가: 아니요. 그거는 신문 기록인데 그것이 조그마한 문고판책 같은 걸로 나와 있었어요. 그게 아마 돌아가신 아버지의 책인 것 같은데 그걸 제가 읽었죠.
 
▷ 주영진/앵커: 우연한 계기로?
 
▶ 김훈/소설가: 우연히.
 
▷ 주영진/앵커: '칼의 노래' 이순신 장군을 내가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비슷한 시기입니까?
 
▶ 김훈/소설가: 그때도 대학 다닐 때 '난중일기'라는 책을 읽고 참 깜짝 놀랐어요. 내 생애를 뒤흔들 만한 충격을 느꼈죠. 아마 책이 인간의 생애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아마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어요.
 
▷ 주영진/앵커: 책이 인간의 생애를 바꿀 수 있는.
 
▶ 김훈/소설가: 바꿀 수 있는 경우가. 저는 그 두 개의 책을 가지고 증거할 수가 있습니다.
 
▷ 주영진/앵커: 저한테도 그런 책들이 있어요. 제 인생의 진로를 바꾼 책인데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로 중요한 말씀이에요. 책이 인간의 운명, 인생을 바꿀 수 있다.
 
▶ 김훈/소설가: 진로를 바꿀 수가 있는 경우가 있어요.
 
▷ 주영진/앵커: 그 두 개의 경험이 김훈 선생님을 작가의 세계로 이끈 겁니까?
 
▶ 김훈/소설가: 그게 아마 내 마음속에 하여튼 맺혀 있었어요, 오랜 세월을. 맺혀 있다가 결국 나이를 먹으니까 그게 나오기 시작했는데 '칼의 노래'도 내가 한 오십이 지나서 쓴 글이거든요. 젊었을 때부터 한 30년 지나서 쓴 글이죠. 오랜 세월 동안 마음속에 그게 들어 있었던 거예요. 그걸 이제 실천을 못하고 차일피일 미뤄놨던 것이죠. 겨우겨우 이제 쓴 것입니다.
 
▷ 주영진/앵커: '칼의 노래' 많이들 읽으셨겠습니다마는 저도 읽었는데 저도 지금도 첫 문장은 기억이 나네요. '버려진 섬에도 꽃이 피었다'. '꽃이 피었다'. '꽃이 피었다', '꽃은 피었다' 갖고 고민하셨다는 이야기를 제가 들었는데.
 
▶ 김훈/소설가: 그것은 제가 여러 번 자리에서 얘기를 했는데 문체에 관한 일입니다. '꽃은 피었다'라고 쓰면 그게 주관적인 내면의 세계가 되는 것이죠. 그러나 '꽃이 피었다'라고 쓰면 객관적인 사물을 지칭하는 세계가 되는 것이고.
 
▷ 주영진/앵커: 조사 하나의 차이가.
 
▶ 김훈/소설가: 하나에 따라서 하늘과 땅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완전 다른 차원의 세계가 전개되는 거잖아요. 그런 것에 글쓰기의 어려움을 말하면서 그 문장을 예로 들었습니다.
 
▷ 주영진/앵커: 얼마나 어려운지.
 
▶ 김훈/소설가: 그 조사 하나에 따라서 그렇게 하나의 차원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요.
 
▷ 주영진/앵커: 이번에 이순신 장군에 이어서 안중근 의사까지를 그리셨는데 그때 저는 '칼의 노래'는 읽으면서 그걸 느꼈어요. 영웅으로서의 이순신을 그린 게 절대 아니구나. 그렇죠?
 
▶ 김훈/소설가: 네.
 
▷ 주영진/앵커: 이번에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도 마찬가지인 건가요?
 
▶ 김훈/소설가: 아마 안중근의 의거는 확실히 영웅적인 의거였죠. 청년의 힘이 그렇게 폭발하는 의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영웅적 행위를 그리기보다는.
 
▷ 주영진/앵커: 영웅적 행위를 그리기보다는.
 
▶ 김훈/소설가: 그리기보다는 그의 내면, 그의 마음, 그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배경. 그런 거에 중점을 둔 것이죠. 하얼빈역에서 총을 쏘는 사격하는 그 자체, 그거는 그렇게 비중을 두지 않았어요. 그 앞뒤 사정에 더 많은 힘을 쏟았죠.
 
▷ 주영진/앵커: 이런 책을 쓸 때는 이순신 장군을 그린 '칼의 노래'는 어쨌든 '난중일기'라고 하는 사료가 있는데 안중근 의사는 그 신문조서 말고는 어떻습니까? 이게 다큐멘터리는 물론 아닙니다마는 그 역사적 사실을 뛰어넘어서 작가의 상상력이 상당 부분 개입되어 있는 것 아닙니까? 어떻습니까?
 
▶ 김훈/소설가: 그렇죠. 안중근에 대한 기록은 많이 남아 있어요. 신문조서가 다 남아 있고 그 당시의 신문 기사들 그리고 안중근 의사에 대한 연구서, 보고서, 평전, 소설, 영화, 뮤지컬 많이 나와 있죠. 그런데 또 작품을 하나 추가해서 낸다는 것은 참 망설여지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좀 새로운 이야기를 해 보자고 시작한 것이죠. 저는 영웅적인 것보다는 사람, 인간, 청년의 내면, 갈등 그런 것들에 중점을 뒀습니다.
 
▷ 주영진/앵커: 내면, 갈등. 인간 안중근의 면모. 마지막 5개월을 그리셨다면서요.
 
▶ 김훈/소설가: 가장 긴박했던 마지막 5개월에 중점을 뒀죠. 그런지 그분의 형성기나 유아기 이런 때는 그건 다 제외시켰어요, 집중적으로 얘기를 하느라고.
 
▷ 주영진/앵커: 안중근 의사 생각하면 사실은 이토 히로부미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한 사람은 일본의 고위 관리, 조선을 책임졌던 사실상의 총독. 그리고 안중근 의사는 평범한 조선의 청년. 그런데 평범한 조선의 청년이 일본의 고위 관리를 저격하고 그러면서 세상을 향해서 알리고자 했던 메시지는 또 공교롭게 이토 히로부미가 했던 얘기랑 겹치는 단어가 있다면서요, 동양평화.
 
▶ 김훈/소설가: 동양평화. 그것이 이제 지금 말씀하신 대목이 저의 소설 갈등 구조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죠. 이토와 안중근 세계관의 차이, 가치의 차이 이런 것들을. 이토라는 인물은 아주 복잡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 사람은 자기 조국 일본을 봉건에서 근대로 전환시킨, 말하자면 메이지 유신 그것을 인도해 온 일본 최고의 엘리트들 중에서 최선봉에 속하는 인물이었죠. 그런데 이분의 명분은 이제 문명개화예요, 문명개화. 그런데 그거는 사실 약육강식하고 궤를 같이하는 거예요. 문명개화와 약육강식이 같이 들어오는 것이죠.
 
▷ 주영진/앵커: 문명개화와 약육강식이 동시에 들어온다.
 
▶ 김훈/소설가: 동시에 들어오는 거죠, 한반도에. 그런데 그때 한국의 지식인 리더들은 역시 문명개화에 대한 소망이 있었잖아요.
 
▷ 주영진/앵커: 그렇죠.
 
▶ 김훈/소설가: 우리가 저걸 받아들여서 문명개화를 해서 선진국이 되어야 된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었죠. 그런데 그것은 반드시 약육강식과 더불어 들어오는 거예요, 한반도에. 그래서 참 엄청난 비극이 생긴 거예요, 거기서부터. 그것이 우리가 근대를 받아들이는 초입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태인 것이죠. 그러니까 안중근은 거기다 대고 이렇게 안중근 의사는 그냥 청춘의 힘으로 거기에 저항한 것이죠, 이것은 받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그 두 인간의 운명이 거대한 세계관적 대립이죠. 그것이 하얼빈역에서 그런 식으로 비극적으로 폭발한 것이죠.
 
▷ 주영진/앵커: 선생님 말씀하신 그 갈등, 사실 갈등이라는 게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이런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세상에 늘 상존하는.
 
▶ 김훈/소설가: 그렇죠.
 
▷ 주영진/앵커: 그렇죠. 어떤 한 사람과 사람, 한 세력과 세력의 충돌. 그런데 그 충돌이 때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낳기도 하고 때로는 파국을 낳기도 하고.
 
▶ 김훈/소설가: 그렇죠. 파국을 낳기도 하는데 결국은 그런 갈등을 통해서 역사가 조금씩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주영진/앵커: 그러면 이토 히로부미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이 책 속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내면을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어떤 한 대목이 있다. 우리 선생님께서 한번 그 대목을 직접 우리 시청자분들에게 한번 이야기, 낭독을 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 김훈/소설가: 이토가 어떤 인물인지는 이토가 만주 시찰을 가잖아요.
 
▷ 주영진/앵커: 만주 시찰이요.
 
▶ 김훈/소설가: 다롄에서 내려서 기차를 타고 하얼빈으로 가는 것이죠. 정복자, 승리자의 그 쾌감을 만끽하면서 가는 데마다 시정연설을 하고 그러면서 하얼빈까지 가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이토가 어떤 인물인지를 제가 상세하게 묘사를 해놨습니다. 그런데 하얼빈에서는 안중근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토는 그걸 모르고 가는 거죠, 자기가 정복자로서 가는.
 
▷ 주영진/앵커: 그렇죠.
 
▶ 김훈/소설가: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토를 묘사해놨고 제가 낭독해 드릴 부분은 이런 대목입니다. 안중근이 이토를 쐈잖아요. 그리고 바로 잡혔죠. 그리고 이제 체포가 돼서 구금됐는데 안중근은 이토가 내 총을 맞은 것은 확실한데 저게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거예요.
 
▷ 주영진/앵커: 그거까지 확인을 못한 상태에서 체포가 돼서.
 
▶ 김훈/소설가: 잡힌 다음에 말을 안 해 주니까. 그래서 엄청난 갈등을 겪는 거예요, 그때. 그 대목을 한번 읽어드릴게요. 그건 참 안중근으로서는 최대의 갈등이었을 거예요. 쏘고 나서 이제 고민하는 거죠. 이토가 죽지 않고 병원으로 실려 가서 살아났다면 이토의 세상은 더욱 사나워지겠구나. 이토가 죽지 않았다면 이토를 쏜 이유에 대해서 이토에게 말할 자리가 있을까. 세 발은 정확히 들어갔는데 이토는 죽었는가, 살아나는 중인가, 죽어가는 중인가. 이 대목이 사격 직후에 안중근의 고민을 묘사한 것이에요. 저건 아마 처절한 고민이었을 거예요, 거사의 결과를 알지 못하니까.
 
▷ 주영진/앵커: 이 부분 쓰실 때 많이 힘드셨습니까 아니면 금방 써내려가셨습니까?
 
▶ 김훈/소설가: 내가 생각을 해 봤어요. 도대체 쏘고 나서 바로 잡혔을 때 가장 큰 고민이 뭐였을까 싶었어요. 그거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게 궁금할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만약 도로 살아났다면 그건 참 낭패 아니겠어요? 그런 대목을 상상하면서 쓴 것이죠.
 
▷ 주영진/앵커: 그런 부분을 상상하면서 쓰신 것이다. 제가 그러면 선생님이 한번 읽어주셨으니까 소설 속에 안중근 의사 신문하는 장면. 그 신문조서를 읽으신 게 오늘의 '하얼빈'이라는 소설로 이어졌는데 말이죠. 제가 잠시 시청자 분들께 한번 읽어드리겠습니다. 서기가 안중근을 흘긋거리면서 진술을 받아 적었다. 그대가 발사하면 이토 공작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아는가? 모른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것은 생각해 본 적 없다. 나는 이토를 살해한 후 법정에서 이토의 죄악을 낱낱이 진술하고 그 후 나 자신은 일본 측에 맡기려 했다.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과 또 이 부분이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네요.
 
▶ 김훈/소설가: 그러니까 지금 읽어주신 부분이 안중근 의사의 일관된 어법이에요. 저런 톤으로 말하는 거예요, 항상. 재판 공판 때, 나중에 처형당할 때까지. 가령 이런 것이죠. 검찰관이 '너는 어디를 겨누었느냐' 이렇게 물어봐요, 어디를 겨누었느냐. 그랬더니 '나는 가슴을 겨누었다' 이렇게 말해요. '가슴을 겨누었다'. 그러니까 살의가 있었다는 거죠. 그런 진술이 자기한테 불리하게 작용되리라는 것을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유불리를 판단 안 하고 그냥 자기 내면을 그대로 내질러 버리는 것이죠. 그런 식으로 일관되게 진술을 하는 것이죠. 그런 걸 보면 참 이것은 참 청년의 언어로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청춘의 언어. 아주 빛나는 대목이죠, 그게. 이렇게 말로써도 빛나는 대목이죠.
 
▷ 주영진/앵커: 우리가 그래서 나중에 안중근 의사를 이야기할 때 그 저격 장면에 대해서 '나는 일제의 심장을 쏘았다'고 하는 그런 표현이 나왔던 게 바로 그 부분. '가슴을 겨누었다'고 하는, 신문조서에 나온.
 
▶ 김훈/소설가: '가슴을 겨누었다'. '가슴을 겨두었다'는 그거는 참 피의자가 돼서 구속돼서 포승에 묶여서 그거 참 그렇게 말하기 어려운 거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한마디로 간단하게 아주 더 이상 말 붙일 수가 없이 그렇게 완벽하고 간단한 말로 정확하게 핵심부를 딱딱 찌르더군요. 마치 총으로 사격을 하는 것 같아요. 정말 심장에 총을 꽂아 넣는 식으로 언어를 쓰더군요.
 
▷ 주영진/앵커: 이 소설 속에서 또 천주교 신자로 순교한 '황사영'이라는 인물이 함께 또 거론이 되더라고요.
 
▶ 김훈/소설가: 황사영. 참 그것도 충격적인 대조인데 황사영은 안중근과 한 100년 전에 천주교인이 되어서 1801년에 처형된 분이죠. 황사영은 이렇게 좀 반대되는 국가관을 갖고 있었어요. 황사영은 빨리 외국에서 군대가 들어와서 조선 왕조 이렇게 제압을 하고 종교의 자유를 확보해 달라는 탄원서를 이제 북경에 보내다 잡혀서 사형당한 사람이죠. 그리고 안중근은 그 반대로 무너져가는 국가를 일으켜 세우려다가 또 적의 손에 죽는 것인데. 황사영도 젊을 때 죽었어요, 20대에. 두 젊은이가 양극단에 서서 이렇게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것이죠, 상이 하는 국가관을 가지고. 그게 100년 사이인데 그 100년 동안에 조선은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었어요, 회복할 길이 없이. 날마다 이렇게 조금씩 무너져가서 결국은 황사영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후에 안중근이 나타나서 하얼빈에서 총을 쏘게 되는 것이죠.
 
▷ 주영진/앵커: 100년의 시간의 간격을 둔 두 조선의 젊은이.
 
▶ 김훈/소설가: 그건 생각하면 참 비극적인 것이죠. 비극적이죠.
 
▷ 주영진/앵커: 안중근 의사 짧게, 우리 시청자분들께 안중근 의사는 이런 사람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안중근 의사는.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 김훈/소설가: 안중근 의사는 그렇게 거사를 할 때 그 앞뒤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분이 아니었어요. 소설에도 그게 나오지만 우덕순하고 블라디보스토크에 가자 그러잖아요. 그걸 그렇게 길게 얘기하는 게 아니고 '이토가 온다 그러는데 죽이러 가자' 이러는 거예요. 그러니까 '야, 그러면 가자' 이래요. 그래서 언제 며칠 후에 가느냐 아니면 우리가 왜 저 사람을 죽여야 하느냐 하는 대의명분을 그렇게 거창하게 논하지를 않고 바로 결정을 하는 거예요. 그러고 한 며칠 있다, 열흘 후에 가자 이게 아니고 다음 날 아침에 가자. 다음 달 아침에 블라디보스토크로 날아가서 하얼빈으로 가는 것이죠. 가면서도 뭐 그렇게 우리가 총알이 많이 있느냐, 여비가 넉넉하느냐, 우리가 쏘고 나서 어디로 가서 사후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 어디로 도망가고 어디로 숨느냐 이런 얘기를 절대 안 하고 그다음 날 아침에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것이죠. 그런데 그런 대목이 그분의 인간으로서의 성격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분이 물론 시대 전체에 대한 고민과 그런 것은 굉장히 무겁고 암울한 마음이 있었을 거예요. 자기 시대 전체에 대한 고뇌가 아주 무거운 것이죠. 그러나 거기에 대처하는 행동은 저렇게 가벼운 거예요. 가볍게 팔딱 일어나서 가는 것이죠. 그걸 가지고 며칠씩을 이렇게 지지고 볶고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 것이 그분의 한 인간으로서의 성품이 저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했어요.
 
▷ 주영진/앵커: 알겠습니다. 정말 시간이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데 말이죠.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하얼빈'이라는 이 선생님의 책이 어느 젊은이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 김훈 작가와의 인터뷰를 끝으로 오늘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은 여기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고생 많으셨고요.
 
▶ 김훈/소설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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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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