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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 된 제주 용천수…아파트 시공사 지질 조사 착수

<앵커>

용천수는 땅속을 흐르는 지하수가 암석의 틈에서 지표로 나오는 물로 제주의 소중한 자원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최근 도내 한 용천수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흙탕물이 나오고 수량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인근에서 진행 중인 아파트 공사 때문이라고 주민들은 주장하는데 시공사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동은 기자입니다. 

<기자>

누런 흙탕물이 가득 차 있습니다.

깨끗한 물이 솟아나야 하지만, 온통 흙탕물뿐입니다.

하얀 가루를 뿌려놓은 듯 희뿌연 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 용천수는 마을에서 가장 크고, 수량이 많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마을 주민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이상훈/제주시 조천읍 하동장 : 완전히 눈으로 차마 볼 수 없을 만큼 흙탕물이었습니다. 어르신들도, 오래 사신 분들도 이런 경험 이 처음이라, 이것을 마을에서 빨리 조치해달라고 민원 제기가 많았고….]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통 안에 가득 차야 할 용천수는 거의 말라 졸졸 흐르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가뭄 때도 물이 풍부했던 이곳 용천수는 최근 수량이 크게 줄면서 주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이 용천수와 2백 미터 가량 떨어진 아파트 공사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지하 주차장 조성을 위해 2미터가량 땅을 파면서 지하 수맥을 건드렸다는 겁니다.

인근의 20여 곳의 용천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합니다.

[김수정/조천리 용천수 지킴이 공동대표 : 우선 공사가 중단되니까 흙탕물이 나오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공사가 코어 작업을 했을때 반드시 여기에 그런 물이 쏟아져 나왔고, 돌가루 물이 나왔고, 그것은 마을 주민들 모두가 증인이고….]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시공사는 지난 6일부터 공사를 중단하고 지질 조사를 벌일 계획입니다.

[공사장 관계자 : 물을 넣어서 구멍을 뚫습니다. 바위에 구멍을 뚫어서 터파기를 하는 건데, (용천수) 방향으로 물이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주민들은 용천수 보호를 위해 아파트 지하 공사를 막겠다는 입장이어서, 지역 내 갈등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보다 구체적인 정밀 조사가 필요하지만, 제주자치도는 아직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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