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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재난 대응에 '정치적 이견' 없다"

[월드리포트] "재난 대응에 '정치적 이견' 없다"
중부지방에 8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서울 강남 일대가 물바다가 되는가 하면 지하철역이 침수되면서 열차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기상 이변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럽의 폭염, 미국 서부의 가뭄과 산불, 동부 지역 홍수 등 전세계 곳곳에서 기후 변화 때문으로 추정되는 재난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켄터키 재난 현장 찾은 바이든 부부

백악관 복귀한 바이든 부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에서 최근 발생한 재난 가운데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건 지난 달 26일부터 시작된 켄터키 주 동부 지역 홍수입니다. 앤디 버시어 켄터키 주지사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37명에 어린이 한 명을 더해 모두 38명이 희생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워낙 피해가 광범위하다 보니 재산 피해는 아직 정확히 나온 게 없습니다. 켄터키 주는 지난해에도 토네이도로 7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던 곳입니다.

코로나19가 재발하면서 추가 격리에 들어갔던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시간 8일 연방 재난 지역으로 선포된 켄터키 동부 지역을 찾았습니다. 이 자리에는 부인 질 바이든 여사도 함께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헬기에서 내려다 본 참상을 전하며 지역 주민들과 안타까움을 함께 했습니다. 버시어 주지사의 안내로 피해 현장도 둘러봤습니다.

폭풍으로 파괴된 블레스잇 카운티를 찾았는데 홍수에 떠내려온 스쿨버스가 건물에 처박힌 곳이었습니다. 버시어 주지사는 우리가 봐왔던 어떤 것과도 달랐다며 신속한 연방의 지원에 감사를 나타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 초등학교에서 초동 조치자, 복구 전문가 등이 참석한 홍수 피해 브리핑에 참석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여기서 지속적인 연방 정부의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정쟁보다 협력 강조


어찌 보면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행보처럼 보이지만 뻔한 일정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재난 대응에 임하는 태도였습니다. 민주당은 전날 기후 변화 대응 등에 3천690억 달러, 약 479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 법안을 상원에서 통과 시켰습니다. 50 대 50으로 양분된 상원에서 당연직 의장인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까지 행사하며 치열하게 싸운 결과였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야당인 공화당의 거센 반발이 있었습니다.
미국 켄터키주 홍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 현장에 간 만큼 왜 이 법안이 중요하고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지, 또 이를 막은 공화당은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는 건지 조목조목 비판할 수도 있었을 텐데,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난 대응에 정치적 이견이란 있을 수 없다"며 정치권의 일치된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정치란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책과 신념을 구현하기 위해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며 최상의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독재나 권위주의 정권이 아니라면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란 으레 시끄럽고 다소 비효율적인 게 사실입니다. 뭔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플라톤이 말한 철인정치(哲人政治)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에 그런 철인이 있을 리 없으니 다소 흠이 있더라도 각자가 옳다고 믿는 걸 대중에게 알려 그 지지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인 셈입니다.

재난 대응에 대한 인식…우리 정치권도 같을까?


바이든 대통령의 현실 인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맥코넬과 나는 온갖 이슈를 놓고 항상 전쟁을 벌입니다. 하지만 이런 재난 문제에 닥쳐서는 우리 모두가 한 팀입니다." 서로 정책적 지향점이 다른 문제에서는 '정치'라는 이름으로 서로 다른 자리에 서서 싸워야 하지만, 재난 대응이라는, 다른 목소리가 있을 수 없는 문제에서는 정치권 모두가 한마음 한 팀이라는 겁니다.

어찌 보면 너무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굳이 남의 나라 대통령 발언을 이렇게 인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난 앞에서 라면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이렇게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 앞에서는 다소 망설여지는 게 사실입니다. 적어도 제가 보아온 전직 대통령들의 재난 현장 방문은 대부분 새로운 정쟁의 불씨가 되곤 했던 탓입니다. 중부 지방의 피해가 심상치 않습니다. 부실 대응에 대한 질타야 당연하겠지만 이런 재난이 정쟁의 빌미가 되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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