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이후 13일 만의 약식 회견이었습니다.
오늘 오전 8시 50분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여러분들 오랜만이죠"라는 인사와 함께 포토라인 앞에 섰습니다.
하늘색 넥타이는 윤 대통령이 취임식이나 국회 시정연설 등 중요한 정치 일정이 있을 때마다 착용했던, 나름 정치적 의미가 담긴 차림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첫 휴가 복귀 소감'에 대한 기자 질문에 "제가 해야 할 일은 국민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평가하면서 "국민께 감사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갖게 됐다"라고도 했습니다.
과거 출근길 문답에서 여러 차례 격앙된 어조와 큰 몸짓으로 전임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는 등의 모습을 연출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태도로 평가됐습니다.
어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예고했던 것처럼 최근 20％대로 내려앉은 국정 지지도에 '낮은 자세'로 반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국면 전환을 위한 인적 쇄신 관련 질문에도 "국민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같이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며 몸을 낮췄습니다.
한 기자가 불쑥 "대통령님, 파이팅"이라고 응원 구호를 외치자 웃으며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습니다.
이어 취재진을 향해 "국정운영이라는 것이 우리 언론과 함께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여러분께 많이 도와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대치하는 듯한 출근길 문답 구도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주부터 여러 아이디어를 시험해왔습니다.
오늘은 포토라인을 기존대로 유지하되 방송 카메라 일부를 윤 대통령 정면뿐 아니라 뒤편과 측면에도 고루 배치해 질문하는 기자들이 화면상에 노출되도록 했습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강조하려 했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윤 대통령의 오늘 출근길 문답은 취임 후 서른네 번째였습니다.
휴일을 통틀어 사흘에 한 번 이상 기자들 앞에서 즉석 질의응답을 한 셈입니다.
앞으로는 빈도를 다소 줄여나가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면서 야권의 타깃이 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보다 민생 현장 방문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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