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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논란 쏟아낸 펠로시 행보…누가 웃게 될까

[취재파일] 논란 쏟아낸 펠로시 행보…누가 웃게 될까

남승모 기자

작성 2022.08.06 09:1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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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논란 쏟아낸 펠로시 행보…누가 웃게 될까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아시아 순방이 일본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길지 않은 순방이었지만 양대 패권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정면 대립하면서 항모 전단이 움직이고 대규모 군사 훈련이 이어지는 등 후폭풍을 낳고 있습니다. 중국은 타이완 뿐 아니라 미국을 향해서도 군사, 사법, 기후변화 등 8개 조항의 제재 조치를 내놨습니다. 문제는 이런 G2의 충돌로 인한 여파가 단시간 안에 가라앉기 힘든 건 물론 향후 힘의 균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펠로시의 순방, 그 중에서도 논란의 핵심이 됐던 그녀의 타이완 방문은 어떤 결과를 남기게 될까요?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까요?
 

펠로시, '소신 확인' vs '자기 장사'

먼저, 논란의 중심에 선 펠로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전에 취재파일( ▶ [취재파일] '타 죽는다' 발언 뒤 숨은 '펠로시와 중국의 악연')에서도 썼듯이 펠로시 의장은 오랜 기간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인물입니다. 그런 만큼 이번 타이완 방문은 그녀의 정치적 소신을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중국의 온갖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은, 미국의 자존심을 지킨 인물로도 평가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냉소적 평가 또한 적지 않습니다. 미국 내 유력지로 꼽히는 뉴욕타임스 기사 제목을 볼까요?
 
"Pelosi's Taiwan Visit Risks Undermining U.S. Efforts With Asian Allies"

"펠로시의 타이완 방문이 아시아의 동맹국들과 함께한 미국의 노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한마디로 미 행정부가 한국, 일본, 호주 같은 아시아 지역 동맹국들과 손잡고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패권을 견제하기 위해 공들여 온 노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 우선 정책을 표방했던 윤석열 정부도 타이완 방문 논란이 미중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자 중국을 의식한 듯 '국익 고려'라는 말과 함께 펠로시 의장 직접 면담 대신 전화 통화를 택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지적은 더 아픕니다.
 
"What we do not comprehend is her insistence on demonstrating her support in this way, at this time, despite warnings — from a president of her own party — that the geopolitical situation is already unsettled enough. However much the 82-year-old Ms. Pelosi might want a capstone event for her time as speaker — before a likely GOP victory in November ends it — going to Taiwan now, as President Xi Jinping of China is orchestrating his third term, was unwise."

"이해할 수 없는 건 그녀와 같은 당 소속인 대통령이 나서 지정학적 상황이 이미 충분히 불안정하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이런 식으로 그녀의 지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펠로시의 주장이다. 그러나 82세인 펠로시 의장은 공화당 승리가 예상되는 11월 중간 선거로 의장직에서 물러나기 전, 하원 의장으로서 업적을 남기고자 원했을 지 모르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의 세 번째 임기를 조율하고 있는 지금 타이완으로 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었다."
 
타이완에 대한 지지, 중국 내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에 대한 소신은 알겠는데 그걸 왜 지금처럼 지정학적 불안이 심할 때 보여줘야 하느냐, 자신의 정치적 업적을 쌓고자 한 건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그냥 담당 기자가 쓴 기사도 아니고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국 차원에서 쓴 사설(editorial)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중국 측의 격추 위협까지 이겨내며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미국적 가치를 지켜냈다는 평가 만큼이나 국익을 해쳤다는 비판 또한 함께 받고 있어 타이완 방문으로 그녀가 얻은 것이 꼭 많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체면 구겼지만…'빌미' 잡은 중국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직접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상 간 통화 때 "불 장난을 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펠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 저지하고자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무력 시위와 관변 언론들의 격추 위협까지 동원해 긴장을 최고조로 끌렸지만 오히려 백악관 측으로부터 중국의 위협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평가 절하 속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무엇보다 올 가을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어서 중국 측이 받아들이는 열패감은 더 클 걸로 보입니다. 전례 없는 3연임으로 황제에 비유될 만큼 막강한 권력을 지닌 그가 미국 권력 서열 3위에게 면전에서 체면을 깎이게 된 것이나 다름 없다 보니 타이완에 대한 고강도 군사 훈련이나 경제 제재가 쉽사리 풀리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얼핏 보면 중국이 진 게임 같지만 찬찬히 들여다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뉴욕타임스 기사를 좀 더 보겠습니다.
 
The handling of Ms. Pelosi's visit was worrisome because, intentionally or not, it showed China's power and diminished the role of the allies, said Seong-Hyon Lee, a South Korean fellow at the 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at Harvard University.
"The very fact that China's potential response becomes a heated debate in Washington reveals China's rise in status," Mr. Lee said. "Washington's hesitance has been already widely read in the region. This is a very poor signaling diplomacy coming from Washington to its allies and partners in the region."

"펠로시 의장 방문에 대한 (미국의) 대처는 우려스러웠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중국의 힘을 보여주었고 동맹국의 역할을 감소시켰기 때문이다."라고 하버드대 페어뱅크 중국연구센터의 이성현 한국 연구원은 말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의 잠재적 대응이 워싱턴에서 열띤 논쟁이 되는 바로 그 사실은 중국의 위상이 올라갔음을 보여준다.", "워싱턴의 망설임은 이미 이 지역에서 널리 읽혀졌다. 이는 워싱턴에서 그 지역의 동맹국들과 파트너들에게 매우 형편없는 외교적 신호를 보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펠로시, 중국

정리하자면, 중국의 잠재적 위협 행동이 미국 내에서 논쟁을 촉발한 것 자체가 높아진 중국의 위상을 확인시켜준 꼴이 됐다는 겁니다. 또 이런 신호는 고스란히 아시아 지역에 있는 동맹국들에게 전달될 수밖에 없고 '권력 지형'에 민감한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좋지 않은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더해 중국은 갈등 와중에도 미국 스스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듭 재확인하도록 만들었고 타이완 내 독립 세력에게도 군사적, 경제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빌미를 갖게 됐습니다. 중국이 이미 보복을 천명한 상황에서 미국이 우려하는 대로 타이완 해협에서의 봉쇄나 군사훈련 등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걸로 보입니다. 미국을 직접 겨냥한 제재 조치가 얼마나 파급력 있을지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이번 펠로시 의장의 이번 방문을 타이완 정책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는데 필요한 각종 압박의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당장 체면은 구겼지만 가장 시진핑 주석이 해결과제로 중시해왔던 타이완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리한 카드를 쥔 셈입니다. 여기에 잘만 활용하면 주변국들에게도 잠재적이 아니라 실제 중국의 힘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일은 벌어졌고 이제 수습만 남았습니다. 당장 피해를 입는 건 역시나 타이완이 될 걸로 보입니다. 이 또한 장기적으로는 타이완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게 국제 정세입니다. 우리가 처한 남북 문제도 주변 강대국과 얽혀 있다는 점에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조마조마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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