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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막막한 발달장애인 가족들…갈 길 먼 돌봄 시스템

미래 막막한 발달장애인 가족들…갈 길 먼 돌봄 시스템

박예린 기자

작성 2022.08.05 21:14 수정 2022.08.05 22:1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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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발달장애인 관련한 연속보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그 가족의 돌봄 부담은 너무나 무겁습니다.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도 끊이질 않는데,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촘촘한 공적 돌봄 체계가 필요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너무 멀어 보입니다.

박예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요양보호사 일을 마치자마자 찾는 곳, 아들이 낮에 시간을 보내는 구청 주간보호센터입니다.

황동열 씨의 '일'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황동열/주재근 씨 어머니 : 나가기 전에 나 혼자서 다짐을 하는 거예요. 할 수 있어, 나 엄마잖아.]

자폐성 장애와 뇌전증을 앓고 있는 27살 재근 씨는 스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해 늘 함께 다녀야 합니다.

[만지면 안 돼. 이거 만지면 안 돼.]

노심초사, 엄마의 눈은 여기저기 살피느라 바쁩니다.

[황동열/주재근 씨 어머니 : 옷이 부드럽고 이러면 자기도 모르게 만지는 거예요. 초등학교 때 한 번 그랬다가 '재수 없어, 쟤 봐'…. 그 일이 있는 후로는 제가 애 두 손을 꼭 잡아요.]

더운 날씨에도 손을 놓지 않습니다.

[한 발 한 발, 잘했어. 천천히.]

[황동열/주재근 씨 어머니 : 이게 마비가 왔어요. 덩치가 이렇게 크고 힘은 엄청 세 보이는데 정말 힘은 없다는 거죠.]

씻기고, 먹이고 놀아주는 것도 모두 엄마의 몫입니다.

[손 넣고 씻어.]

[엄마는 이 색 별론데, 이 색깔이 좋아?]

잠깐 눈을 돌리면,

[재근아, 아니야. 밖에 나가면 안돼.]

[재근아, 괜찮아? 조심해야지.]

[황동열/주재근 씨 어머니 : 3살 아기인데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먹이는 거, 양치, 입히는 거 다 하나에서 열까지잖아요. 또 경기를 언제 할지 몰라요.]

재근 씨가 주간보호센터에 있는 8시간이 엄마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그마저 자리가 없거나 중증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하면 비싼 사설 센터를 보내면서 순서를 기다리는 때도 잦습니다.

이렇게 공적 돌봄 체계가 약하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두려움이 앞섭니다.

[황동열/주재근 씨 어머니 : 제가 나이가 이제 50이 넘었어요. 밖에 나가면 어느 누구 하나 아이를 향해서 손 하나 뻗어주는 사람 없어요. 근데 쟤를 놔두고 제가 어떻게 눈을 감아요.]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예산은 GDP 대비 0.6%, OECD 36개 나라 중 34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고, 성인 발달장애인 17만 명 중 공적 돌봄을 이용하는 사람은 30%에 불과합니다.

[김유리/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 : 신변처리라든지 그런 것들에 대한 돌봄 지원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될 거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구성해주고 그런 것들에 대한 인원 제한을 두지 않고, 기간 제한을 두지 않고….]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오늘보다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확실하고 구체적인 돌봄 시스템 확충 계획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합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박지인, CG : 반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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