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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中에 공들인 文…中이 홀대한 후과

[취재파일] 中에 공들인 文…中이 홀대한 후과

남승모 기자

작성 2022.08.05 09:28 수정 2022.08.05 19: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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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게 가장 큰 숙제 가운데 하나는 사드 임시 배치로 틀어진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준비 기간 없이 바로 국정을 운영해야 해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기조를 취한 문재인 정부에게 중국 달래기는 미룰 수 없는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중국에 공 들인 문재인 정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손 잡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시진핑 주석이 먼저 축하 전화를 걸 만큼 중국 측도 새 정부에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중국 특사로 파견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당시 꽤나 떠들썩했던 일이 하나 있었는데 이른바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사건입니다. 정권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말, 청와대는 전 정권의 국방부가 사드 4기를 추가 반입하고도 이를 보고에서 누락했다며 집중 추궁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면 보고 누락도 누락이지만 사드 추가 배치 계획은 전 정권 차원에서 추진한 일로 현 정부 책임은 아니라는 점을 알리려는 의도도 있지 않았나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추정은 실제 4기가 추가 배치되는 과정을 보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사드 1개 포대는 통제소와 사격통제 레이더를 포함해 6기의 발사대로 구성되는데 당시는 발사대 2기만 도입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사드 포대를 정상적으로 운용하려면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나중에 어쩔 수 없이 추가 배치를 하게 되더라도 이 사건을 공론화함으로써 '전 정권에서 이미 발사대 4기를 국내에 더 반입까지 해놓은 터라 돌이킬 수 없게 됐다'는 메시지를 중국 측에 우회적으로 보낼 수 있게 된 겁니다. 그게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결과는 비슷했을 겁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명시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동맹으로서 의무를 강조하는 미국 측 압박에 문재인 정부는 결국 '임시 배치'임을 강조하며 사드 4기를 추가 배치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안보는 미국'이란 점에서 사드는 미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었기 때문입니다.

중국 사드 보복 이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실제 그런 의도가 담겨 있었다면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중국이 즉각 반발한 겁니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드 배치를 지지하는 보수주의자들은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 "사드 배치 완료 순간, 한국은 북핵 위기와 강대국 간 사이에 놓인 개구리밥이 될 것", "한국인은 수많은 사찰과 교회에서 평안을 위한 기도나 하라" 등의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이런 반발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보복 조치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해 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한국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중요하다며 중국에 공을 들였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중국과의 공조, 협력이 대단히 긴요하다면서 한국은 이를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은 중국이 당 대회를 앞둔 상황이어서 현 상황에서 사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바꾸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차근차근 길게 내다보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을 향한 문 전 대통령의 노력은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단순히 사드 보복으로 시작된 한한령을 풀기 위해서 뿐 아니라 숙원 과제였던 북한 문제 해결에도 중국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청와대 출입 기자로 근무하면서 느낀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그저 형식적인 게 아니었습니다. 미국과의 동맹을 최우선으로 꼽긴 했지만 중국에게 보일 수 있는 성의는 최대한 다 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기대 이하였던 중국 측 반응

하지만 중국의 태도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정상 간, 정부 간 만남 때마다 한한령 해제가 머지않았다는 뉘앙스만 풍겼을 뿐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2017년 12월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회담 뒤 충칭에서 경제를 총괄하는 리커창과 만났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이 받고 있는 사드 피해에 대한 회복을 요청했고 리커창 총리는 "어려움을 알고 있다. 양국 관계가 발전하면 한국 기업이 많은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에 앞서서는 "(중·한 관계의) 봄날을 기대해 볼 만하다. 우리 모두 중·한 관계가 평안하고 건강하게 발전하기를 원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중국의 리커창 총리(오른쪽)

이 회담 뒤 언론들은 한중 경제 교류가 사드 후폭풍에서 벗이나 일단 회복 국면에 들어간 걸로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한한령은 달라진 게 없었고 꼭 2년 뒤 시진핑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는 오히려 후퇴한 발언만 듣게 됩니다. 당시 청와대는 사드와 한한령에 대해선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거듭된 노력에도 기대해 볼 만하다던 봄날은 끝내 오지 않은 겁니다. 그 후로도 문재인 정부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해법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을 들였습니다. 코로나19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나 끝내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동안 시 주석의 방한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중국의 이런 행태는 전 정권인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은 중국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믿음 아래 박 전 대통령은 2019년 9월 중국 전승절 70주년 행사와 열병식에 참석했습니다. 동맹인 미국이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워싱턴 정가의 부정적인 견해를 모를 리 없던, 그것도 보수정권에서 6.25 때 적국으로 참전했던 중국의 군사 열병식에 참석한 겁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이후 이어진 북한의 핵실험 때 중국이 보여준 반응은 역시나 기대 이하였습니다.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했지만 한중 정상 간 통화는 한 달이 지나서야 이뤄졌고 그나마 이렇다 할 성과도 없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참모로부터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실망이 얼마나 컸는지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대놓고 '미국 우선'을 외칠 수 있는 이유

청와대와 외교 안보 라인을 취재하면서 느낀 중국의 행태는 한마디로 '채찍'만 있을 뿐 '당근'은 없다는 점입니다. 대국으로 자처하며 세계의 리더로 나서고자 하지만 정작 그에 걸맞은 포용력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국제 사회에서 그런 이상적인 국가가 있을 리 없습니다. 과거 대영제국이 그랬고 미국 역시 미국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상호 호혜의 관계인 것 또한 국제 사회의 법칙 중 하나입니다.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는 건 없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강대국 틈 바구니에서 힘겹게 국력을 길러온 우리로서는 실리 외교를 추구할 수밖에 없고 힘과 영향력을 앞세워 압박하는 쪽보다는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는 쪽에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중국은 문재인 정부가 보였던 성의에 보다 적극적으로 화답했어야 합니다. 적어도 우리나라보다 중국이 가진 카드가 더 많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현재 보수 정권에서 저렇게 대놓고 미국 우선 노선을 표방할 수 있는 건 중국이 자신들에게 성의를 보였던 정권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대중 관계에서 실익이 확실했다면 현 정부도 이를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4일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을 계기로 중국은 힘의 외교를 더욱 강화할 태세입니다. 전국 시대를 통일한 진나라는 중국이 추구하는 모델 중 하나입니다. 진나라의 통일을 가능하게 해준 외교책 중 하나가 원교근공(遠交近攻)입니다. 종횡가인 범수가 진나라 소양왕에게 알려준 것으로 멀리 있는 나라와 우호를 유지하며 가까운 나라를 치는 것입니다. 이는 약소국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바꿔 말해 우리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지정학적으로 중국보다는 미국과 손을 잡는 게 안보 논리에서 타당하다는 겁니다.

물론 현대 사회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당장 미국과 중국만 해도 우리에게는 안보와 경제라는 2가지 측면에서 모두 필요한 국가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이익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게 국제 사회의 틀이라면 중국 역시 우리를 포함한 주변국에게 힘의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중국이 그간 우리에게 보였던 모호하고 강압적인 태도는 다른 나라들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타이완 사태 해결 방식 역시 지금 같은 제재와 군사적 압박만이 해법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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