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대표가 수년간 성추행…신고하니 회사는 뒷짐만

<앵커>

회사 대표에게 몇 년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가 왔습니다. 신고한 이후에 대표를 해임하겠다는 약속도 받았었지만, 가해자는 다른 직책으로 옮겨서 회사에 계속 남았고, 오히려 피해자는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제보 내용, 홍승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세계적인 선박 검사업체에서 전문직으로 일하는 A 씨, 한국 지사 대표인 B 씨와 대면 업무가 늘면서 고통이 시작됐습니다.

[A 씨/피해자 : 우리 와이프 없을 때 경주에 있는 호텔에 놀러 와라. 계속 여러 번 얘기하셨어요. 한번은 제 사무실에 들어오시면서 '누구누구야, 애인하자'.]

악수하자며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긁고,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A 씨/피해자 : '같이 자자'라는 걸 의미한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그 불쾌함과 수치심과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일을 해야 하나.]

싫은 내색도 해봤지만, 업무 중 트집을 잡아 고성을 지르는 등 괴롭힘이 이어졌습니다.

피해자는 A 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C 씨/피해자 (퇴사) : 방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어깨동무하고, 불쾌하지만 대표가 하니까 말 못하고 지나갔죠.]

이런 일이 3년 넘게 지속되자, 참다못한 A 씨는 지난 2020년 본사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습니다.

1년이 지나서야, 본사는 B씨를 대표직에서 해임하겠다며, 대신 계약기간까지만 회사에 남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관리자급 직책이 신설되더니 그 자리에 B씨가 부임했고, 퇴사했어야 할 지난달, 회사는 B 씨와 재계약했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A 씨에게 또 다른 관리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A 씨/피해자 : (B 씨가 나올 때) 회사에서 그럼 저는 그냥 재택하라고 하는 거예요. 저는 억울하다는 생각과 내가 왜 이 상황에서 비켜줘야 하나….]

A 씨의 추가 조치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던 본사는 SBS 취재에 "사건을 아직 조사 중이고, 피해자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B 씨는 업무 중 소리를 지른 적은 있지만 성추행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최근 고용노동부에 회사와 가해자를 상대로 진정을 넣었고, 조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 CG : 홍성용)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