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포로 시설에 포격 '자작극'…학살 증거조작 시도"

지난달 29일 발생한 우크라이나 동부 포로수용소 포격 사건과 관련한 증거를 러시아가 조작하려 시도 중인 것으로 보인다는 미 정부 관계자 발언이 나왔습니다.

AP 통신은 현지시간으로 어제(3일) 이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미 관료를 인용해 미 정보당국은 해당 사건이 우크라이나군의 소행으로 보이도록 러시아측이 가짜 증거를 심을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기밀로 분류됐던 일부 정보에는 러시아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용 로켓탄의 흔적을 사건 현장에 가져다놓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이 관료는 전했습니다.

러시아군이 포로수용소를 포격한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군이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할 근거를 만들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 관료는 결국에는 독립적인 조사기관과 언론인들이 사건 현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러시아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앞서,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올레니우카에서는 포로수용소에 포격이 떨어져 우크라이나군 전쟁포로 5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습니다.

이를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엇갈린 주장을 해왔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하이마스로 교도소를 공격했다고 주장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수용소 내 고문 증거 등을 은폐하려고 일종의 자작극을 벌였다는 입장입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러시아 연방보안국, FSB, 용병단체 와그너와 결탁해 해당 시설을 공격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교도소 건물에 폭발물을 설치한 뒤 가연성 물질을 사용해 급격히 불이 번지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양국은 진실 규명을 위해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 ICRC 조사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은 사법적 조사 권한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포격 사건의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적십자도 조사 인력과 장비 등을 현장에 투입할 장비를 마쳤다고 전날 밝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