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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또 달에 가냐고? 냉전에 신 냉전, 패권 경쟁 속 인류가 달에 '집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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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리도 달에 갑니다. 한국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가 내일 아침 미국의 스페이스X 발사체에 실려 달로 향합니다. 달에 인류가 첫 발을 내딛은 건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이죠. 아폴로 11호를 타고 간 미국의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에 내리는 모습은 여러분도 보신 적 있을 겁니다. 치열한 우주경쟁을 벌이며 각국이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달로 향하던 모습은 1960년대와 2000년대 지금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또 다시 불 붙은 달 탐사 경쟁, 냉전을 거쳐 신 냉전을 거친 지금 시기와도 맞물립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의 공산주의 진영은 새로운 대결을 시작합니다. 냉전 상황에서 우주 발사체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곧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는 치명적 무기 개발에 성공한다는 이야기죠. 우주 발사체에 핵탄두를 실으면 (이외에도 몇 가지기술이 더 필요하지만)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치 독일의 로켓 기술을 바탕 삼아 미소 양국은 모두 우주 발사체 개발에 나섭니다.

먼저 치고 나간 건 소련. 1957년에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스푸트니크 쇼크', 대충격에 빠진 미국은 그해 그에 맞서 뱅가드를 발사하지만 발사 도중 폭발하고 맙니다. 1957년 강아지를 실어 보내며 최초로 포유류 우주 비행에 성공한 데 이어 소련은 1961년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도 성공해 냅니다. 첫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영웅이 되는 사이, 절치부심하던 미국은 항공우주국(NASA)을 세우고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선언합니다. 1960년대 내에 달에 가겠노라고, 그리고 우주가 적대적인 정복의 깃발이 아니라 자유와 평화의 깃발 아래 통치되게 하겠다고 말이죠. 우주 개발에서 앞서는 것이 곧 패권 경쟁에서 상대방을 앞서 나가는 것이며 이것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기회로 생각한 겁니다. 결국 미국은 1969년, 가장 먼저 달에 착륙해 성조기를 꽂는 성과를 만들어 냅니다. 아폴로 11호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말은 아직도 회자되죠. "한 사람에겐 작은 한 발자국이지만 인류에게는 큰 도약입니다." 소련도 이후 달 유인 착륙을 위해 애썼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고, 데탕트, 즉 냉전 완화의 물결과 함께 미국과 소련이 우주에서 만나 실험을 함께 하는 1975년 아폴로 소유즈 테스트 프로젝트를 끝으로 우주 경쟁의 1막이 내렸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는데, 또 달 탐사가 시작됐습니다. 주인공만 바뀐 채로요. 바로 중국입니다. 자국 설화 속 달에 산다는 선녀 '창어'의 이름을 딴 달 탐사 궤도선을 중국이 2007년 첫 발사합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한 중국은, 2013년엔 창어 3호 발사 성공으로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로 달에 착륙한 국가가 됐습니다. 또 2018년엔 인류 최초의 성과도 얻어냅니다. 이제껏 미지의 영역이었던 달 뒷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한 겁니다. 2020년 창어 5호를 통해선 달에서 암석을 채집해 귀환하기도 하는데, 이 토양 일부는 마오쩌둥 묘역에 보관해뒀다고 합니다. 중국과학원 소속 창어 1호 설계자는 "우주는 바다와 같고 달은 댜오위다오와 같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달을 일본과 영유권 분쟁이 일고 있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라고 칭한 겁니다. 중국의 우주굴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이렇게 또 시작된 우주경쟁에서 질 수 없는 미국은 2017년 유인 달 탐사 계획을 재개하기로 발표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달에 국기를 꽂고 발자국만 남기지 않을 것이고 화성 탐사와 그 너머의 세상으로 가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중 갈등의 심화가 낳은 신 냉전 시대, 그와 발맞춰 시작된 21세기의 달 탐사 경쟁은 무엇을 위해서일까요? 류한수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후발 주자인 중국으로서는 미국을 따라잡고 세계에 가시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분야가 우주 진출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미국은 같은 의미에서 세계 최고의 국가라는 위신을 중국에서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달의 자원에도 높은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인간이 살아가면서 필요하고 사용하는 금속들이 달 표면에 그냥 드러나 있는 지역도 있다는 겁니다. 거기에 더해 달 표면의 물을 전기분해하면 산소와 수소가 되고 그것이 바로 로켓 연료와 산화제가 될 수 있음도 덧붙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야기되는 헬륨3라는 물질 역시 미래에 핵 융합 기술을 갖게 되면 싼 값에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아폴로 신과 쌍둥이인 달의 여신 이름을 딴 아르테미스 계획을 미국은 시작했습니다. 영국, 일본 등과 함께죠.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달에 착륙하는 첫 여성 우주 비행사 등을 배출하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져 있지만, 문홍규 우주탐사그룹장은 이것이 단순히 그에 그치지 않는 훨씬 더 큰 계획이라고 설명합니다. "인류의 활동 영역을 달에서 화성 그 밖의 공간까지 확장하겠다는 계획이고요." 중국도 이에 질세라 러시아와 손을 잡았습니다. 2035년까지 달에 공동으로 연구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달을 둘러싼 자원 전쟁은 곧 안보 전쟁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중국에선 로켓군 등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를 창설했고 미국도 우주군을 만들었습니다. 196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우리는 우주경쟁 속에 놓여 있고 그것에 걸려 있는 건 훨씬 많다는 펜스 미국 부통령의 말이 지금의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인류가 처음 발을 내디딘지 50여 년, 신화 속 달은 또 다시 강대국의 패권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유독 냉전 시대에 각광받은 달 탐사, 도 다시 전쟁의 무대가 됐습니다. 우리도 다누리를 발사하며 강대국 반열에 올랐다는 뜻일까요? 조금 더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진 않을까요?

구성 : 박하정 / 편집 : 이기은 / CG : 안지현 성재은 / SBS Digital 탐사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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