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카리브해 덮친 해조류…물고기 폐사하고 관광산업 울상

푸에르토리코에서부터 바베이도스에 이르는 카리브해 해변을 덮친 어마어마한 양의 해조류로 인해 물고기가 폐사하고, 관광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AP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미 사우스플로리다대 광해약학 연구실에 따르면 6월 대서양을 뒤덮은 갈조류의 양은 2천400만 t을 넘어섰습니다.

이 같은 양은 지금까지 최악의 해이던 2018년 기록보다 20%나 많은 양입니다.

카리브해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양의 갈조류가 밀려들면서 일부 해변의 경우 평시 투명한 청록빛을 띠는 해수가 황갈색빛 진창으로 변하고 악취나는 독성 가스마저 내뿜으며 생태계와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여파로 관광지로 유명한 카리브해 곳곳의 페리 서비스가 멈춰서고, 카약이나 패들보딩(물 위에서 팔이나 노를 사용하여 물을 저으며 보드를 타는 스포츠), 스노클링 같은 해양 스포츠도 중단됐습니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에 속한 유니온 아일랜드의 일부 리조트는 해변을 뒤덮은 막대한 해조류 때문에 최근 몇 년째 연중 최장 5개월 동안 영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카리브해 북동부 세인트마틴 섬에서 패들링 사업체를 운영 중인 오스웬 고벨 씨는 지난 달 22일에 가게 문을 닫았고, 10월 말까지 다시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는 갈조류 창궐로 인한 피해액이 최소 1만 달러(1천300만 원)에 이를 것이라며 "지구 온난화가 정말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해조류가 어선의 엔진 등을 손상시키면서 어민들의 조업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어획량 자체도 감소하는 등 해조류가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합니다.

바베이도스의 경우 해변이 적갈색 해조류로 뒤덮이면서 어업 피해가 특히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에서는 해조류의 창궐로 최근 물고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고, 멸종 위기 거북이가 해조류에 몸이 뒤엉켜 폐사하거나 해조류가 점령한 모래 위에 알을 낳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엔 카리브해환경계획은 이 지역에 이토록 갈조류가 무성해진 것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질소 성분의 비료, 조류에 영양을 공급하는 오물 유입 등의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해양연구원인 리사 클림스키는 막대한 양의 해조류는 부패하면서 수온과 해수의 수소이온농도(pH) 균형을 바꾸고, 해초와 산호 등의 해양 생물을 줄어들게 하는 등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조류는 부패 시 계란이 썩는 듯한 냄새를 지닌 황화수소 가스를 내뿜으며 실제로 건강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황화수소는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해조류가 특히 집중된 카리브해 동부에 자리한 프랑스령 과델루페는 지난 달 하순 건강주의보를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