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를 다 짓고 소음 검사를 하기로 했는데, 검사 방법도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바뀐 검사 방법이 7년 전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폐기됐던 방식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조윤하 기자입니다.
<기자>
기계가 위층에서 7.3kg 타이어로 바닥을 때립니다.
뱅 머신이란 검사 방법입니다.
사람이 뛰면 아래층에서 소리가 얼마나 들리는지 재는 겁니다.
그런데 정부가 오늘(4일)부터는 뱅 머신 대신 새 방식을 도입합니다.
새로 바뀐 중량충격음 측정 방식은 임팩트볼을 사용하는 건데요, 2.5kg 공을 1m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둔탁한 소리가 납니다.
마치 성인이 걷는 소리 그리고 어린아이가 뛰는 소리와 비슷합니다.
국토교통부는 "실제 소음과 비슷하고, 세계적으로 임팩트볼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서 측정 방식과 기준을 변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임팩트볼은 지난 2014년에도 도입됐다가 감사원 지적을 받고 곧바로 폐기됐던 방식입니다.
당시 감사원이 시험을 해봤더니, 같은 아파트에서 뱅머신은 53db이 나왔는데 임팩트볼은 47db이 나왔습니다.
평균 5.7db 정도 소음이 적게 측정됐다는 겁니다.
뱅머신으로 측정하면 '불합격'인 바닥이 임팩트볼로 측정하면 '합격'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뱅머신은 사람이 뛰는 것과 비슷한 순간 420kg 충격을 주는데, 임팩트볼은 최대 180kg로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취재진이 실험해보니까, 실제로 소리가 작게 들립니다.
[뱅머신보다는 (소리가) 덜 들리는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우리는 건물 구조가 다르고 집안에서 신발을 벗고 사는 문화인데, 당국이 국제 표준만 강조하면서 다시 이 방식을 들고 나온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입니다.
[장귀경/층간소음 피해자모임 자문위원 : (우리는) 온돌 바닥구조예요. 벽식이에요. 우리나라가 소위 말해서 세계 표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죠. (임팩트볼로 바꾸면) 나빠지는 거죠. 암인데 서류상으로는 당신 문제없다고 그러는 거예요.]
층간소음을 줄인다면서 기준을 낮추는 게 맞느냐는 비판은 한동안 제기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