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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 못해"…잃어버린 학생증, 이렇게 쓰이고 있었다

잊고 지낸 분실한 대학 학생증…청소년이 버젓이 술·담배 구매

"상상도 못해"…잃어버린 학생증, 이렇게 쓰이고 있었다
"어이가 없었어요. 오래전에 잃어버린 학생증이 어딘가에서 도용되고 있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거든요."

춘천에서 대학을 다니는 김 모(23)씨는 지난 3월 경찰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3∼4년 전 분실한 김 씨의 학생증을 학교 밖 청소년이 편의점에서 사용하다가 걸려 사건을 조사 중이니 경찰서에 방문해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잊고 있던 학생증을 누군가가 계속 쓰고 있었다는 생각에 놀란 김 씨는 서둘러 경찰서로 향했고, 그곳에서 해당 청소년이 김 씨의 학생증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술과 담배를 구매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문제의 청소년은 김 씨의 학생증을 통해 성인 인증은 물론 학생증이 은행 계좌와 연결돼 결제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 돈을 입금한 뒤 술·담배를 구매하는 방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했습니다.

한 편의점 점주가 이를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범행은 더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김 씨는 가해자가 청소년임을 고려해 처벌불원서를 써주긴 했으나 "또 이런 일이 반복될까 무섭다"며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편의점 점주들 역시 청소년들의 대학교 학생증 악용 행태에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학생증만 보고 덜컥 술·담배를 팔았다가 부모가 찾아와 따지는가 하면 영업정지를 당하거나 청소년 보호법 위반죄로 벌금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학교 주변 편의점은 신분 확인이 비교적 허술함을 노려 당당히 찾는 청소년들 탓에 애꿎은 편의점들만 그 책임을 오롯이 짊어지고 있습니다.

강원대학교 인근에서 15년째 편의점을 운영 중인 50대 상인은 "학생증을 봐도 구별하기가 어렵다"며 "의심스러우면 마스크를 내리고 얼굴을 자세히 보여달라고 하는데 '코로나 시대인데 이래도 되느냐'고 적반하장으로 화내는 일도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편의점 업주들도 "사람들 많을 때 순식간에 몰려 들어오면 일일이 검사하기가 현실적으로 정말 쉽지 않다"라거나 "청소년인 줄 모르고 술·담배를 팔았다가 한 달간 영업정지를 당했는데 코로나19까지 겹쳐서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심지어 작년 6월에 청소년이 분실 카드를 주워 술과 담배를 구매하는 바람에 벌금 100만 원을 내고 편의점 본사로부터 품위손상에 따른 페널티까지 받은 한 편의점은 결국 폐업을 선택했습니다.

편의점 문을 닫고 한 달 전 휴대전화 가게로 업종을 변경한 50대 남 모 씨는 "폐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이 사건 비중이 상당히 컸다"고 말했습니다.

사건 이면에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분실 카드를 주운 뒤 피해자에게 술·담배를 사 오라고 시킨 학교폭력 행위가 있었지만, 가해자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 씨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손해도 막심하고, 코로나19 때문에 장사도 잘 안됐고요. 결국 폐점했어요"라며 씁쓸해했습니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편의점에서 술이나 담배를 사는 경우 편의점은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받지만, 청소년들은 대개 훈방 조처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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